신규대출 한산… 만기연장 문의만 늘어
[매일일보 박수진 기자] 시중은행 대출창구가 얼어붙었다. '12ㆍ16 부동산 대책'은 전세대출규제를 미리 예고했고, 수요자는 일찌감치 돈을 빌린 걸로 보인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9억원을 초과하는 고가주택 보유자 전세대출이 막힌 이날 돈을 새로 빌리려는 발길은 뚝 끊겼고, 기존대출 만기연장 문의는 늘었다고 한다.
이제부터는 고가주택을 사려면 전세대출을 갚아야 하고, 전세대출 만기를 연장하겠다면 고가주택을 팔아야 한다. 9억원을 초과하는 주택 보유자는 사적 전세대출보증(서울보증보험)도 못 받는다.
고가주택을 가졌다면 전세대출은 아예 못 받는다는 이야기다. 전세대출을 이날 이전에 받았다면 만기 때 같은 조건으로 연장은 가능하다. 다만, 전셋집을 옮기려고 새로 돈을 빌리거나, 증액대출을 받을 수는 없다.
자녀교육이나 직장이동, 요양ㆍ치료, 부모봉양, 학교폭력 같은 예외사유가 있다면 '실거주 목적'으로 전세자금을 빌리는 길은 열어 두었다. 다만, 고가주택이 있는 시, 군에서 벗어나 전셋집을 얻어야 한다. 서울시나 광역시 안에서 구를 넘나들 수도 없다.
고가주택이 밀집한 서울 서초와 마포, 용산, 성동, 광진, 여의도에 위치한 시중은행 대출창구는 이날 한산했다. A은행 관계자는 "전세대출규제는 방송이나 신문으로 자세히 안내돼왔다"며 "수요자가 정책시행을 인지하고 있어 문의는 많지 않았다"고 했다.
문제는 앞으로다. 고가주택 기준을 시가평가로 잡았기 때문에 자기 집이 여기에 해당하는지 묻는 사람이 늘고 있다. 전세 만기가 돌아올 때마다 대출연장 문의가 증가할 수도 있다.
B은행 관계자는 "고가 1주택 보유자가 전세가격 인상에 따른 증액분을 추가로 빌릴 수 있는지 물어보기도 했다"며 "증액도 신규대출보증으로 분류돼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안내하면, 부족자금을 충당할 다른 방법을 묻는다"고 했다. C은행 관계자는 "강남 8학군에서는 자녀 학교 때문에 전세를 구하는 사람이 많다"며 "해당지역 전세대출 문의가 있었다"고 했다.
이번 규제로 전세대출을 받은 사람은 추가로 약정서를 체결해야 한다. 은행은 길게는 3개월 단위로 고가주택 구입 여부를 확인하고, 위반사실을 확인하면 대출금 회수에 나선다. 적발 이후 2주 안에 대출금을 못 갚으면 금융권에서 연체정보를 공유하고, 3개월 후에는 채무불이행자로 등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