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세지는 '12ㆍ16 대책' 후폭풍… 편법대출ㆍ이사대란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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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세지는 '12ㆍ16 대책' 후폭풍… 편법대출ㆍ이사대란 예고
  • 이광표 기자
  • 승인 2020.01.20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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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통에 예금담보도… 돈줄 총동원하는 '영끌족' 늘어
대출 막힌 '강남맹모'… 이사철 앞두고 세입자 골머리
정부의 전세대출 규제 시행으로 부동산금융시장도 혼란이 야기되고 있다. 사진은 서울 잠실롯데월드타워에서 촬영한 송파구 일대 아파트단지. 사진=연합뉴스
전세대출규제가 20일 시행에 들어가면서 부동산ㆍ금융시장은 큰 혼란을 예고하고 있다. 사진은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에서 촬영한 송파구 일대 아파트 단지.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이광표 기자] 부동산 과세ㆍ규제 폭탄이 본격적으로 터지기 시작했다. 정부는 저항을 감수하기로 했고, 부동산ㆍ금융시장은 일대 혼란을 예고하고 있다. 전세대출규제에 기타대출이나 편법대출이 불어나는 '풍선효과'가 점쳐지고 있다. 규제를 피해 가능한 돈줄을 모두 동원한는 '영끌족'(영혼을 끌어모아 자금을 챙기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집 장만 실수요자와 전세 세입자가 피해를 입을 가능성도 존재한다.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을 태울 수도 있다는 거다.

◆규제 빗겨간 대출시장만 '풍선효과'

20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은행권 가계대출에서 신용대출이나 마이너스통장대출, 예ㆍ적금담보대출을 포함하는 기타대출은 2019년 12월 들어 전월 대비 1조6000억원 증가했다. 12월 기준으로 2006년 이래 13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늘었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대개 12월에는 기타대출이 크게 늘지 않는데, 대출규제를 강화한 상황에서 주택구매 수요가 늘어나 기타대출이 증가했다"고 했다.

지난달 기준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아파트를 가격순으로 줄 세웠을 때 중간 가격)은 8억9751만원으로 고가 주택 기준인 9억원에 육박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12ㆍ16 대책으로 15억원 초과 아파트는 대출이 전면 금지되고, 9억원 초과 아파트도 9억원 초과분에 대해서는 LTV(담보대출인정비율)가 기존 40%에서 20%로 줄어들자 기타대출로 눈을 돌리는 이들이 늘어난 것이다.

시장에선 규제를 피한 대출 영업도 횡행하고 있다. 다주택자는 주택 구입을 비롯해 전세자금에 필요한 대출을 받을 수 없지만, 일부 금융권에선 무보증 신용대출을 통해 가능한 것으로 알려져서다.

금융감독원과 금융위원회는 지난 14일 다주택자에 대해 무보증 신용대출로 전세자금 대출 시 규제 회피로 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모니터링 강화도 예고했다. 그러나 전 금융사에 대한 감독은 불가능해 여전히 현장에선 관련 대출로 규제를 피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규제를 피해 대출을 받을 수 있냐는 문의가 계속 늘어나 일부 금융사를 중심으로 눈치보듯 관련 영업이 횡행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은행 입장에선 리스크가 높은 대출 상품이지만 쏟아지는 고객 수요에 대응해 실행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금융사들이 무보증 신용대출로 전세 보증금을 내줄 경우 리스크가 높아져 금융권 부실의 숨은 뇌관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반전세 늘어나고 전셋값은 꿈틀

새로운 규제의 핵심은 9억원 초과 주택 보유자들의 신규 전세대출을 막고, 전세대출을 받은 뒤 고가 주택을 사면 대출을 회수하겠다는 것이다. 전세대출을 이용한 '갭 투자'를 원천 차단하기 위해서다.

그런데 이번 규제가 '선의의 피해자'를 양산해 전세 시장의 혼란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가 맞서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이미 다른 지역에 고가 주택을 보유한 상태에서 자녀 교육 등의 목적으로 서울 강남 등지에 전세를 사는 경우다.

이 경우에 해당하는 세입자들은 앞으로 은행에선 추가 대출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당장 만기를 앞두고 전세금을 올려줘야 하는 세입자들에겐 발등에 불이 떨어진 셈이다.

결국 전세금 증액에 필요한 돈을 스스로 마련하거나, 그것도 여의치 않으면 반전세나 월세로 돌려야 한다. 최후의 수단으로 보유 주택을 처분해야 하는 상황도 생길 수 있다.

더욱이 대출자에 대한 사후관리도 엄격하게 하는 강력한 규제로 인해 봄 이사철을 앞두고 전세시장도 대혼란이 예상된다. 

전세계약 만기 때 전세자금 대출이 여의치 않기 때문에 월세나 반전세를 선택하는 경우도 늘어날 수 있다. 이미윤 KB국민은행 부동산플랫폼부 차장은 "보증금 증액 대신 반전세가 늘어나고 보증금이 낮은 단지로 이사 수요가 늘어나는 동시에 고가 전세는 수요가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또, 강력한 규제로 '갭 투자'가 줄어들면 전세 공급도 감소해 공급이 적은 일부 지역에서는 전셋값 상승이 예상된다. 여경희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서울은 학군, 청약 대기 수요로 전세 공급이 계속 부족한 상황이고 재건축 이주 수요까지 가세할 경우 전셋값이 더 불안해질 수 있다"고 봤다.

전세를 끼고 고가 주택을 매입하는 전략도 이제는 불가능한 얘기다. 전세대출을 받은 뒤 9억원 초과 주택을 사거나 다주택자가 되면 대출을 회수하는 강력한 규정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이런 규제를 위반해 대출금 회수 조치를 당했다가 대출금을 갚지 못하면 자칫 금융거래에 불이익을 받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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