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박효길 기자] LG유플러스와 CJ헬로에 이어 SK브로드밴드와 티브로드까지 인수합병(M&A) 절차가 마무리 국면으로 접어들면서 유료방송 시장이 달아오르고 있다. 그런데 KT만 발목이 잡힌 채 한치 앞도 나가지 못하고 있다.
KT가 선뜻 케이블TV방송사 M&A에 나서지 못하는 이유는 유료방송합산규제 이후 규제 개선안이 확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유료방송 규제 개선안을 논의하고 통과시켜야 할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정보통신방송법안심사소위가 개점휴업 상태다.
이러한 사건의 시작은 지난 2018년 6월로 일몰된 유료방송합산규제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한 사업자가 유료방송 시장 점유율 3분의 1을 넘지 못하도록 하는 유료방송합산규제는 2015년 6월 시행 3년 일몰제로 2018년 6월 그 시한을 다했다.
그러나 사후 규제에 대한 대안이 마련되지 않은 채 규제가 끝나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3분의 1 족쇄가 사라진 KT스카이라이프는 딜라이브 인수를 추진했다. 그러나 국회에서 방송의 공공성 등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당시 국회 과방위 의원들은 KT스카이라이프의 딜라이브 인수 추진에 대해 국내 유일의 위성방송을 시장 확대용으로 쓴다며 강하게 질타했다. 과방위 의원들은 위성방송의 공공성 등 확보방안을 과기정통부에 만들어오라고 요구했다.
과기정통부와 방송통신위원회는 유료방송 규제 개선안을 두고 처음 이견을 보였다. 양 부처는 후에 극적으로 합의하면서 하나의 규제 개선안을 국회 과방위에 제출했다.
그러나 잇따른 자유한국당의 보이콧으로 국회 과방위 법안심사소위 논의는 공회전만 거듭했다가 현재에 이르렀다. 지난해 12월 마지막으로 열린 회의에서는 한국당이 실검법을 논의 테이블에 올려놓는 것을 참석 조건으로 내걸기도 했다.
현재는 다음 회의일정조차 잡지 못한 상태다. 이는 직무유기라 할 수 있다. 이에 KT스카이라이프뿐 아니라 딜라이브 등 다른 케이블TV방송사까지 향후 M&A 전략을 짜기 어렵게 됐다.
올해 총선 일자가 다가오면서 공천권 등 이슈로 유료방송 시장 규제 개선안은 이미 과방위 의원들의 안중에 없어진 모양새다.
현재 케이블TV방송사는 통신사의 유·무선 결합상품 할인 여파로 갈수록 가입자를 잃고 있다. M&A를 통해 시장 경쟁력을 키워야 하는 시점에, 규제 공백으로 모처럼 찾아온 M&A 활력을 떨어뜨릴 우려가 나온다.
게다가 현재 유튜브,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까지 글로벌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의 공세가 매섭다.
지금은 모처럼 찾아온 유료방송 시장 재편의 기회다. 이 시기를 잘 살려야 된다. 실검법도 좋지만, 유료방송 시장을 볼모로 잡지는 말자. 우리 안방을 글로벌 사업자에게 내주지 않으려면 국내 사업자 간의 M&A 동력을 이어가도록 도와줘야 함이 마땅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국회 과방위가 먼저 나서서 그 첫 단추를 꿰어야 함이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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