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중재자의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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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중재자의 딜레마
  • 신승엽 기자
  • 승인 2020.01.19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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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신승엽 기자] 최근 북한은 청와대에 ‘호들갑’과 ‘주제넘는 일’ 등 중재로 나서려는 문 정부의 의도를 맹비난했다. 김계관 북한 외무성 고문은 “끼어들었다 본전도 못 챙기는 바보 신세가 되지 않으려거든 자중하고 있는 것이 좋을 것”이라는 멘트까지 내뱉었다. 

북한의 주장은 미국과의 비핵화 협상에서 중재자가 아닌 대상자로 참여하라는 뜻으로 보인다. 앞서 청와대는 남북의 독자적인 공간을 확보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 주장에 대한 전면적인 비난을 당한 상황이다. 

중재자는 분쟁에 끼어들어 쌍방을 화해시키는 사람을 뜻한다. 하지만 양측의 니즈를 적절히 충족시키지 못한다면 없느니만 못하게 되는 포지션이다. 앞선 사례 외에 작년 한일 갈등에서도 중재자의 어설픈 중재는 화만 불러온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일본의 한국 화이트리스트 배제로 양국 갈등이 심화되자 미국은 둘이 알아서 하라며 중재자로 나서길 거부했다. 일본은 위안부 관련 판결로 앙심을 가진 상황이었고, 한국도 이에 맞대응하는 상황이었다. 현재 국내 산업계가 자립성을 키우는 과정을 밟으며, 일본 측이 일부 전략물자 수출을 허가하며, 꼬리를 내렸다. 

이렇듯 글로벌 시장에서 중재자의 역할이 중요하게 여겨지는 기운데, 또 다른 중재자의 역할이 떠오르고 있다. 우아한형제들(배달의민족)과 소상공인들의 갈등이다. 우아한형제들은 지난해말 독일계 회사이며, 국내에서 요기요와 배달통을 운영하는 딜리버리히어로(DH)에 매각을 발표했다. 

국내 배달앱 시장은 배달의민족(55.7%), 요기요(33.5%), 배달통(10.8%) 등 세 업체가 지배하고 있다. 인수합병(M&A)로 사실상 DH가 시장을 독점하게 되는 상황이다. 이에 따른 소상공인의 반발이 거세다. 현재 기업결합의 키를 쥐고 있는 공정거래위원회에 공정한 심사를 촉구한 바 있다. 우아한형제들 측은 M&A 이후 수수료 인상이 없을 것이라고 발표했지만, 소상공인들의 우려는 지속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 속 주무부처인 중소벤처기업부는 중재에 나섰다. 박영선 중기부 장관은 김봉진 전 우아한형제들 대표와 최승재 소상공인연합회장 등 주요 관계자들을 모아 자리를 마련했다. 박 장관은 지난 16일 서울 강남구 한화드림플러스에서 열린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신년회에서 기자와 만나 “소상공인연합회와 우아한형제들을 모아 합의점 도출을 논의했다”며 “앞으로도 이런 자리를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소상공인들은 공감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외국계기업에 대한 신뢰가 낮을 뿐 아니라 독점 이후 돌변했을 때 안전장치가 없기 때문이다. 중기부는 중재자를 자처했지만, 아직 양측의 갈등을 제대로 조정하지 못하고 있다. 양측의 니즈를 모두 충족시키는 것은 어렵겠지만, 적절한 합의점을 도출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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