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전길헌 기자] 안산의 한 새마을금고가 일부 임원직 선출을 둘러싸고 장기집권 논란으로 큰 잡음이 나고 있다.
총자산 3,500억원, 총회원 15,000여명을 두고 있는 안산의 군자새마을금고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직전(13대) 이사장을 지낸 박영철씨는 3연임을 금지하는 관련법 개정에 따라 14대 이사장에 출마가 막히자 재임 중 상근감사직을 만들어 놓고 이 자리를 겨냥해 출마했다.
이 금고 회원들은 박 전 이사장이 이번 상근감사직에 도전하는 것은, 이를 징검다리 삼아 차기(15대) 이사장을 노리는 것 아니냐고 의심하고 있다.
박영철 전 이사장은 지난 20여년간 이 금고의 이사장으로, 기타 재직기간까지 합쳐 30여년간을 이곳서만 재임했다.
특정금융기관 한곳서 이사장으로만 20년 가까이 재직했다는 것은 그의 능력을 별개로 하더라도 꽤 장기집권한 편에 속한다는 게 안산지역 금융계 관계자들의 보편적인 시각이다.
사실상 장기간 이사장직을 독점해 온 것이다.
박 전 이사장은 이번 선거에서 자신의 부하였고 잔여임기가 3년이나 남은 상태서 사퇴하고 출마한 김흥회 전 전무를 14대 이사장으로 강력하게 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14대)에는 김흥회 전 전무를 이사장으로 밀고 15대에는 자신이 손쉽게 다시 이사장으로 복귀하기 위한 수순이란 것을 예상가능하게 하는 대목이다.
김흥회 전 전무는 이곳서 말단직원부터 전무까지 35년 가까이 재직해 온 것으로 알려졌으며, 박 전 이사장과의 관계는 때론 상하관계로 때론 고향선후배로 매우 돈독하다는 평가다.
최측근이란 소리다.
그래서 이번 박영철씨의 상근감사직 도전이 회원들 사이에선 장기집권을 위한 꼼수로 비춰지는 것으로 보인다.
이번 군자새마을금고 논란은 러시아 대통령 푸틴식 장기집권 플랜과 비교된다.
실제로 푸틴 대통령은 2008년 헌법의 3연임 금지 조항에 밀려 총리로 물러나면서 자신의 측근인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대통령을 내세워 영향력을 행사하다 4년 뒤 다시 대통령에 취임했었다.
회원 B씨(남)는 "장기집권은 마을금고를 위해선 바람직하지 않다. 감사 자리는 외부전문가에게 맡겨야 한다"며 "끼리끼리 무슨 투명하고 공정한 감시가 이뤄지겠나"라고 비판했다.
박영철 전 이사장은 "15대 이사장 출마에 대해서는 말해 줄 수 없다. 내가 왜 회원들에게 미래의 일을 미리 말할 필요가 있나"라고 말했다.
한편, 군자새마을금고는 1월 15일 이사장 1인, 부이사장 1인, 이사 6인, 상근감사 1인을 선출한다는 임원선거공고를 내고 선거전에 돌입했다.
이번에 문제가 불거진 이사장직에는 2명이 입후보했고 상근감사직은 박 전 이상장이 단독으로 입후보한 것으로 나타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