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6 대책 한 달] 불안한 전세 시장에 비규제지역 풍선효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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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6 대책 한 달] 불안한 전세 시장에 비규제지역 풍선효과까지
  • 성동규 기자
  • 승인 2020.01.15 1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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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학군 수요 높은 지역, 전셋값 상승세 가팔라
수도권·지방으로 유동 자금 몰리며 집값 뛰는 중
서울 송파구 잠실 일대의 아파트 밀집 지역. 사진=연합뉴스
12·16 부동산 대책이 시행 한 달을 맞았다. 서울 집값 상승세는 꺾였으나 전세와 9억원 이하 집값은 다소 불안한 모습이다. 사진은 서울 송파구 잠실 일대 전경.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성동규 기자] 부동산 투기를 뿌리 뽑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의지를 반영한 12·16 부동산 대책이 시행 한 달을 맞았다. 지난해 무섭게 치솟던 서울 집값 상승세가 주춤해지는 등 대책의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대책에 포함되지 않은 전세와 9억원 이하 집값은 다소 불안한 모습이다.

◇ 상대적 안정세 보이던 전세 시장에 불똥

15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서울의 전셋값은 12·16 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 첫 조사인 지난달 23일 0.23%로 치솟았다. 그 이후 상승폭이 점차 둔화(0.19% → 0.15%)하고 있으나 여전히 대책 발표 이전의 주간변동률 최고치(12월 9일, 0.14%)와 비교해 높은 수준이다.

특히 서울의 학원가 밀집 지역인 강남구와 양천구 등의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강남구는 지난달 2일 전셋값 상승률이 0.22%였으나 9일 0.43%로 가격이 급등한 뒤 한 달여(16일 0.51%, 23일 0.52%, 30일 0.49%, 1월 6일 0.41%)가 지났지만 하락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실제로 강남구 대치동 '래미안대치팰리스' 전용면적 84㎡ 전셋값은 지난해 10월 13억8000만원에서 지난달 15억5000만원으로 1억7000만원이나 치솟았다. 최근에는 17억원에 나온 물건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개포우성1차' 전용 84㎡ 전세는 지난달 7억원에 거래됐다. 최근 호가는 9~10억원에 이른다. 전세 만기가 2년이라는 점을 고려해 2018년 1월 전셋값(6억원)과 비교하면 세입자가 올해 추가로 부담할 돈이 3억원 이상 늘어난 셈이다.

양천구도 지난달 2일 0.27%에 불과하던 전세 상승률이 30일 무려 0.61%로 크게 뛰어올랐다가 이달 6일 0.45%를 기록, 평균치와 비교해 3배 높았다. 양천구 '목동5단지' 전용 95㎡ 전셋값은 8억원, 전용 122㎡는 10억원으로 두 달 새 호가가 1억원 넘게 올랐다.

전문가들은 강화된 대출규제로 주택 구매 희망자들이 전세 시장에 머물게 되고, 다주택자들에 대한 세 부담이 결국 세입자에게 전가되고 있는 것으로 풀이했다. 직주근접, 학군 등 입지가 좋은 지역의 매물 부족과 봄 이사 수요가 맞물리면 시장 불안이 더 커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전세 시장이 불안정하다 보니 전월세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제 등이 설 전후로 도입될 가능성이 더 커졌다”며 “당장엔 효과가 있겠으나 중장기적인 전셋값 안정을 위해선 공급 대책도 함께 시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 대책 ‘풍선효과’ 우려가 현실로

KB부동산 리브온(Liiv ON)이 서울 9억원 이하 아파트값을 조사한 결과 2주 전 0.26%에서 지난주에는 0.28%로 오름세가 확대됐다. 25개 자치구 별로는 13개 구의 상승폭이 전주보다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성북구는 지난주 9억원 이하 아파트값이 2주 전보다 0.77% 올랐고 동대문구(0.69%), 영등포구(0.51%), 용산구(0.44%)·중구(0.44%), 금천구(0.31%) 등도 9억원 이하 아파트값이 서울 평균을 훨씬 웃돌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업계에서는 집값 안정을 최우선 경제정책이라고 천명한 정부가 9억원 이하 주택에도 대출규제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문 대통령은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9억원 이하 주택 쪽으로 가격이 오르는 풍선효과가 생기거나 부동산 매매 수요가 전세수요로 바뀌면서 전셋값이 오르는 등 다른 효과가 생기는지 예의주시하고 언제든 보완대책을 내놓을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에도 서울에만 집중하면서 수도권과 지방 등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현재 시중의 유동 자금이 규제가 상대적으로 약한 지역으로 흘러 들어가는 모양새다. 

인천 검단신도시 '금호어울림센트럴' 전용 84㎡ 분양권은 웃돈이 1억원 붙은 4억9000만원가량에 거래되고 있다. 이 단지는 12월 초만 해도 웃돈이 3000만~4000만원 수준이었다. 교통 호재가 많은 수원 팔달구에선 '힐스테이트 푸르지오 수원'의 분양권엔 2억원의 웃돈이 붙었다.

부산 '해운대 롯데캐슬스타' 전용 84㎡ 분양권은 지난달 10억2910만원에 거래되면서 부산 최초로 중형 아파트 중 10억원을 돌파했다. 이 밖에 대구 수성구, 대전 도룡동 등도 집값 상승이 심상치 않지만 아직 아무런 대책이 없는 상태다.

임재만 세종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정부가 풍선효과를 예상하지 못했을 리 없다. 규제를 전국 단위로 시행하지 않는 건 정치적, 행정적인 부담을 최소화하려는 것”이라며 “문 대통령이 부동산 가격 안정화 의지를 거듭 밝힌 만큼 결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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