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베트남 특수에도 한국 홈쇼핑은 ‘먹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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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베트남 특수에도 한국 홈쇼핑은 ‘먹구름’
  • 김아라 기자
  • 승인 2020.01.15 0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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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한류 열풍에 진출했지만 온라인·모바일 쇼핑 성장으로 경쟁력 떨어져
2018년 롯데홈쇼핑에 이어 CJ오쇼핑도 10년 채 못 돼 베트남 사업 철수 나서
GS홈쇼핑은 철수 계획은 아직…내년 손익분기점 달성 기대 속 투자 지속 계획
사진은 베트남 호찌민시에 위치한 VTV현대홈쇼핑 스튜디오에서 베트남 쇼호스트가 실내 인테리어용 발광다이오드(LED) 전구 세트를 소개하고 있는 모습. 사진=현대홈쇼핑 제공.
사진은 베트남 호찌민시에 위치한 VTV현대홈쇼핑 스튜디오에서 베트남 쇼호스트가 실내 인테리어용 발광다이오드(LED) 전구 세트를 소개하고 있는 모습. 사진=현대홈쇼핑 제공.

[매일일보 김아라 기자] ‘박항서 효과’와 한류 영향 등으로 각 업계에서 베트남에서 특수를 누리고 있는 가운데 한국 홈쇼핑은 먹구름으로 가득하다. 한때 업계의 떠오른 시장으로 주목받던 베트남에 진출했던 국내 홈쇼핑 업체들이 실적 부진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잇달아 사업을 포기하고 있는 것.

15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홈쇼핑에 이어 CJ오쇼핑이 최근 현지 사업 철수에 나섰다. GS홈쇼핑과 현대홈쇼핑도 적자 늪에 빠져 허우적대고 있다.

CJ오쇼핑은 베트남 진출 약 10년 만에 현지 홈쇼핑 사업을 접기로 했다. 수익성과 성장성이 점차 떨어져 사업을 지속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또 외형 확장 대신 수익성을 강화하자는 CJ그룹사 전체 기조와 맞물려 진행된 것으로 보인다. 이재형 CJ그룹 회장은 매출 100조 원 달성을 목표로 한 ‘그레이트 CJ’를 최근 사실상 철회하고 “재무구조 개선의 성과를 내라”는 특명을 내리기도 했다.

SCJ홈쇼핑은 2011년 7월에 진출해 현지 홈쇼핑 시장 점유율을 45%까지 끌어올리면서 업계 1위 업체로 성장하기도 했지만 2017년부터 영업이익이 감소하기 시작, 2018년에는 3억 원의 손실을 내며 적자 전환했다. 지난해 3분기 기준 누적 영업 손실은 4억 원을 기록했다.

현재 CJ오쇼핑은 베트남 사업법인 SCJ홈쇼핑의 보유 지분 50% 전량을 합작사인 SCTV에 매각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미 베트남 법인 부장급 인사들은 퇴사한 상태다. 나머지 직원들도 이르면 다음 달 국내 법인으로 돌아올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롯데홈쇼핑도 2018년 12월 베트남 합작법인 ‘롯데닷비엣’을 정리했다. 롯데홈쇼핑은 2012년 12월 현지 대형 미디어그룹 ‘닷비엣’과 손잡고 합작법인을 설립해 진출했으나 홈쇼핑 시장 위축으로 현지 실적 부진 끝에 철수했다. 롯데홈쇼핑은 TV홈쇼핑 방송은 하지 않고 온라인몰 사업으로 전략을 바꾼 상황이다.

현지 사업을 유지하고 있는 현대홈쇼핑과 GS홈쇼핑도 베트남에서 아직까지 흑자를 내지 못하고 사업 확대에 난항을 겪고 있다.

현대홈쇼핑은 베트남 방송인 VTV와 손잡고 ‘VTV 현대홈쇼핑’을 세워 2016년부터 사업에 나서고 있지만, 첫해 48억 원가량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후 2017년 35억 원, 2018년 36억 원으로 연이어 적자만 기록했다. 2018년 말 기준 누적 적자는 119억 원에 달한다.

GS홈쇼핑은 2012년 베트남 손킴그룹과 합작한 '비비 홈쇼핑'에 350만 달러를 투자, 'VGS SHOP'을 개국했지만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2015년과 2016년 각각 3억 원, 2억 4000만 원의 순이익을 낸 것을 제외하면 2018년까지 줄곧 손실을 내고 있다. 또 지난해 1분기에 3억 2000만 원 가량의 이익을 냈으나, 지난해 3분기 5억 원가량 적자를 내 아쉬움을 남겼다.

그러나 GS홈쇼핑은 당장 현지 사업에서 철수할 계획은 없다는 입장이다. GS홈쇼핑 측은 그동안 홈쇼핑 송출 플랫폼을 늘리는 등 투자를 진행하며 고정비 부담이 컸지만, 얼추 투자가 마무리됐기 때문에 BEP를 달성하기까지 3~4년 시간이 걸릴 것을 감안, 연내 늦어도 내년에 손익분기점(BEP)을 달성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처럼 국내 홈쇼핑 업체들이 베트남에서 고전하고 있는 것은 베트남 쇼핑 트렌드가 오프라인 유통 채널에서 모바일로 바로 이동된 탓이다. 베트남 홈쇼핑 시장은 2008년 이후 매년 두 자릿수 성장세를 기록했지만, 최근에는 이커머스 시장에 고객을 뺏겨 성장률이 둔화했다. 이커머스 시장은 올해 약 100억 달러 규모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롯데홈쇼핑 관계자는 “베트남이 TV가 설치된 가구가 많이 없어 지역마다 케이블을 설치해야 하는 등 추가 비용이 많이 든다”면서 “게다가 홈쇼핑 트렌드가 TV에서 온라인, 모바일로 가는 편인데, 베트남의 경우 젊은 층이 많은데 이들이 온라인을 건너뛰고 모바일로 쇼핑을 해 TV홈쇼핑 공략이 어려운 것 같다”고 설명했다.

담당업무 : 항공, 조선, 해운, 기계중공업, 방산, 물류, 자동차 등
좌우명 : 불가능이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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