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규제 서울에 집중… 투기세력 수도권·지방으로 눈 돌려
상태바
부동산 규제 서울에 집중… 투기세력 수도권·지방으로 눈 돌려
  • 성동규 기자
  • 승인 2020.01.14 15:5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경기 용인시·부산 해운대구 등 아파트값 가파르게 상승
"일부 지역에만 규제 집중돼 투기세력 활로 열어준 셈"
부산 아파트 단지 전경. 사진=연합뉴스 제공
투기세력이 정부의 고강도 부동산 규제로 서울에서 수도권과 지방 부동산 시장으로 이동한 형국이다. 사진은 부산 아파트 단지 전경. 사진=연합뉴스 제공

[매일일보 성동규 기자] 정부가 서울 집값 안정에 집중하면서, 규제에서 벗어난 수도권 일부 지역과 지방 부동산 시장에 투기세력이 대거 유입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12·16 부동산 대책 이후 서울 아파트값 상승세에 급제동이 걸리면서 투기세력의 수도권과 지방 시장 공략은 더욱 가속될 전망이다.

14일 KB부동산 리브온에 따르면 지난주 수원시 영통구는 전주보다 0.68%가 오르며 전국 아파트 매매가 상승률 1위를 기록했다. 4주 연속 1위다. 이밖에 과천시(0.58%), 세종시(0.52%), 수원시 팔달구(0.38%), 성남시 분당구(0.33%) 등도 높게 올랐다.

12·16 부동산 대책으로 강남권 재건축 단지를 비롯한 서울의 집값 상승세가 한풀 꺾였으나 수도권 일부 지역은 오히려 가파른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업계에서는 투기수요가 서울에서 비규제지역과 지방으로 이동한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수원 영통구 이의동 '자연앤힐스테이트' 전용면적 84.39㎡가 지난달 21일 12억5000만원에 거래됐는데 대책 발표 전 10월 20일 거래가인 11억원과 비교하면 1억5000만원 올랐다.

영통구 망포동 '힐스테이트 영통' 전용 84.8897㎡는 지난달 30일 8억5000만원에 거래됐다. 두 달 전 6억7200만원에 거래된 것과 비교하면 1억7800만원 상승했다. 'e편한세상영통2차 1단지' 전용 74㎡는 지난달 4억5000만원서 이달 3일 2000만원 더 오른 4억7000만원에 거래됐다. 

경기 용인시에선 최근 몇 달 새 일부 단지 호가가 수 억원이나 뛰었다. 용인 수지구 풍덕천동 'e편한세상 수지' 전용 84.929㎡는 지난달 초에는 9억3000만~9억5000만원에 거래됐으나 현재 10억4000만~11억원에 호가가 형성돼 있다. 

용인 수지구 동천동 '동문굿모닝힐 5차' 전용 84.911㎡도 지난달 6억1500만~6억2500만원에 거래됐다가 대책 발표 바로 다음 날 6억5000만원으로 상승했다. 호가는 6억8000만~7억2000만원으로 크게 뛰어올랐다. 

일부 지방의 부동산 시장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조정대상지역에서 해제된 부산 해운대구와 수영구, 동래구 등 일명 ‘해수동’에선 외지인 투자자들이 몰려드는 형국이다. 

한국감정원의 ‘월별 매입자 거주지별 주택매매 현황’을 보면 지난해 11월 거래된 부산의 주택 중 외지인이 사들인 물량은 모두 1268건으로 조정대상지역 해제 직전인 10월 753건과 비교해 1.68배 수준으로 늘어났다. 

특히 해운대에서 외지인이 매매한 주택은 198가구로 10월(66가구)의 3배로 늘었다. 이 중 서울 거주자가 매입한 주택은 7가구에서 29가구로 4배로 뛰었다. 대규모 재개발·재건축 호재가 있는 수영구와 동래구는 각각 1.4배, 1.9배 늘었다.

임재만 세종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정부가 부동산 규제를 전국 단위로 시행하지 않으면서 투기세력의 활로를 열어줬다”면서 “지난해 전국에서 집값이 가장 많이 뛴 대전은 아무런 규제를 받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임 교수는 “집값이 단기간에 급등하면 전·월세 가격도 뒤따라 오를 수밖에 없다”면서 “무주택 서민들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투기과열을 진정시키고 부동산 시장 안정을 도모하기 위해선 일부 지역만 규제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