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동욱 찍어내기 데자뷔’ 이번엔 수족 먼저 자른 뒤 윤석열 겨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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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동욱 찍어내기 데자뷔’ 이번엔 수족 먼저 자른 뒤 윤석열 겨냥
  • 김나현 기자
  • 승인 2020.01.12 16: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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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동욱, 대선 댓글수사로 찍혀 180일만 불명예 하차
윤석열도 취임 반년만 靑 선거개입 수사로 경질 위기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10일 오후 경기도 정부과천청사 법무부로 들어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10일 오후 경기도 정부과천청사 법무부로 들어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김나현 기자] 문재인 정부와 여당이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를 공공연하게 거론하고 나서고, 지지자들이 광화문에서 윤 총장 사퇴를 위한 첫 집회를 열면서 정권 차원의 '윤석열 찍어내기' 작업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이를 두고 2013년 국가정보원 대선 개입 댓글공작 사건 수사를 이끌었던 '채동욱 찍어내기 데자뷔'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친문 이성윤, 윤석열 측근들에 조롱 메시지"

지난 8일 윤 총장 측근으로 평가받는 검찰 고위간부들이 전원 숙청당한 뒤로 윤 총장을 겨냥한 정권 측 공세는 더욱 노골화되는 분위기다. 주광덕 자유한국당 의원은 12일 국회 기자회견에서 이성윤 신임 서울중앙지검장이 좌천된 윤석열 라인 검찰 간부들에게 조롱과 독설이 섞인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고 폭로했다. 그는 "문자 내용의 첫 부분에는 약을 올리는 듯한 표현이 들어가 있고, 중간에는 독설에 가까운 험한 말이 들어가 있고, 문자의 마지막 부분에는 '주님이 함께하길 바란다'는, 도저히 정상적으로 이해하기 불가한, 마치 권력에 취해 이성을 잃은 듯한 문자를 보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동료 검사들은 경악하고 있다. 깊은 상처를 입었다고 한다"고 했다. 이 신임 지검장은 문재인 대통령이 졸업한 경희대 법대 후배로 검찰 내 대표적 친문 인사로 평가받는다.

▮법무부는 징계 검토 착수...여당은 여론몰이

앞서 지난 10일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윤 총장에 대한 징계 가능성을 염두에 둔 듯한 문자를 보좌관에게 보내기도 했다. 언론에 포착된 문자에는 '지휘감독권한의 적절한 행사를 위해 징계 관련 법령을 찾아놓길 바란다' '그냥 둘 수 없다'는 등의 내용이 담겼다. 추 장관은 전날 이낙연 총리로부터 검찰 고위간부 인사과 관련해 필요한 대응을 검토하고 실행하라는 지시를 받고 3시간여 뒤 정책보좌관에게 이러한 문자를 보냈다. 이 총리는 "법무부장관의 의견 청취 요청을 검찰총장이 거부한 건 공직자의 자세로서 유감스럽다"고 했다.

또한 여당은 이번 검찰 인사과정에서 불거진 추 장관과 윤 총장과의 갈등을 '항명'이라고 규정하며 압박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지난 10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지난 검찰 인사 과정에서 발생한 검찰의 항명은 그냥 넘길 수 있는 일이 아닌 것 같다"라며 "(검찰이) 여러 가지 문제를 제기하면서 법무부장관이 절차를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고 하는 것 같은데 어제 법무부 장관이 국회에 와서 저한테 하신 말씀을 보면 절차를 철저히 지켰다"고 했다. 이 같은 여당의 여론몰이에 다음날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는 '정치검찰 윤석열을 쫓아내자'는 촛불집회가 열렸다.

▮취임 180일만에 물러난 채동욱 데자뷔?

이처럼 검찰총장을 향한 전방위적인 압박은 박근혜 정부 때와 달라진 게 없다는 비판이 나온다. 특히 정치권에서는 이러한 사태를 두고 2013년 박근혜 정권 법무부의 감찰 지시로 물러났던 채동욱 당시 검찰총장을 연상하는 이들이 많다. 채 전 총장은 당시 정권에 부담이었던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을 지휘하던 중 조선일보의 보도를 통해 혼외자가 있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논란이 커지자 당시 법무부 장관이었던 한국당 황교안 대표는 감찰본부에 현직 검찰총장에 대한 진상조사를 지시했고, 채 전 총장은 1시간여만인 9월 13일 사의를 표명했다.

그러나 박근혜 전 대통령은 진상규명이 우선이라며 사표를 수리하지 않았다. 황 당시 법무장관은 채 전 총장에 대한 진상조사 결과 의혹을 사실로 인정할만한 정황을 다수 확보했다며 같은 달 27일 채 전 총장의 사표 수리를 박 전 대통령에게 건의했다. 다음날 청와대는 채 전 총장의 사표를 수리했고, 박근혜 정부 첫 검찰총장이었던 채 전 총장은 취임 180일 만에 검찰 수장직에서 물러났다. 채 전 총장은 퇴임사에서도 "최고의 가장은 아니었지만, 부끄럽지 않은 남편과 아빠로 살아왔고, 앞으로도 그렇게 할 것"이라며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이번엔 수족 먼저 쳐내기 사전 정지작업

다만 채 전 총장과 윤 총장 상황 간에는 다소 차이점이 있다. 지난 8일 법무부는 간부 32명의 승진·전보 인사를 단행하며 청와대의 선거개입·감찰무마 의혹 수사를 지휘하는 한동훈 반부패강력부장과 박찬호 공공수사부장 등 윤 총장의 참모진을 대부분 교체했다. 여기에 더해 법무부는  수사 실무를 담당하는 차장·부장급 중간간부와 평검사 승진·전보 발령을 차례로 내고 이달 안 인사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채 전 총장의 경우처럼 윤 총장의 사생활을 들춰내 바로 찍어낼 수는 없으니 먼저 손발을 모두 잘라내 허수아비로 만들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이후 윤 총장이 버티든 버티지 못하고 사퇴하든 친문 실세들의 국정농단 의혹 수사는 윤 총장이 관여하기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추 장관은 이미 윤 총장이 별도로 수사팀을 꾸리지 못하도록 봉쇄한 상태다.

이 시나리오대로 간다면 검찰 내부의 반발도 쉽게 진압 가능하다. 반면 채 전 총장의 사퇴 당시 검찰 내부에서는 공개적인 반발이 나왔다. 김윤상 당시 대검찰청 감찰1과장은 채 전 총장 사퇴의 결정타가 된 황교안 법무부 장관의 감찰지시가 부당하다고 비판하며 항명성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검찰 내부통신망에 올린 글에서는 "차라리 전설 속의 영웅 채동욱의 호위무사였다는 사실을 긍지로 삼고 살아가는 것이 낫다"며 "아들 딸에게 부끄럽지 않기 위해 물러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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