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10년만에 전지구 조합 설립한 성수전략정비구역…빠른 진행은 ‘글쎄올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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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10년만에 전지구 조합 설립한 성수전략정비구역…빠른 진행은 ‘글쎄올시다’
  • 이재빈 기자
  • 승인 2020.01.12 13: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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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지구, 오는 19일 조합 창립총회
모든 지구 조합 설립은 호재지만
정부 규제 맞을라…“숨 죽이자”
“정비사업 촉진 정책도 필요해”

 

성수전략정비구역의 한 도로. 1~4지구로 구성된 이 정비구역은 오는 19일 2지구가 조합 창립총회를 열며 모든 지구에 조합이 마련됐다. 사진=이재빈 기자
성수전략정비구역 전경. 1~4지구로 구성된 이 정비구역은 오는 19일 2지구가 조합 창립총회를 열며 모든 지구에 조합이 마련됐다. 사진=이재빈 기자

[매일일보 이재빈 기자] 성수전략정비구역은 고요했다. 성수 2지구 추진위원회가 오는 19일 조합 창립총희를 개최한다고 밝힌 여파로 들떠 있을 것이라는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집값은 이미 한참 전에 오를 대로 올라 매도·매수세가 관망세로 돌아선 지 오래였던 탓이다.

10일 오전 방문한 성수전략정비구역 2지구에는 조합 창립총회를 자축하는 현수막을 찾아 보기 어려웠다. 그저 추진위 사무실이 있는 건물 한편에 창립총회와 집행부 선거를 알리는 현수막이 걸려있을 뿐이었다.

추진위 사무실에 들어가 진행 상황을 묻자 ‘문제없이 잘 진행되고 있다’는 식의 대답만을 반복했다. 자세한 내용은 말하고 싶지 않다는 기색이 역력했다.

한 정비업계 관계자는 이에 대해 “요즘 세간의 관심을 반길 사업지가 있을 리 없지 않으냐”며 “성수전략정비구역도 모든 지구가 조합을 설립하는 데만 10년 넘게 걸렸는데 괜히 눈에 띄었다가 정부 규제를 맞으면 사업만 더 지연되니 이를 우려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조합원들은 정부의 표적이 될 것을 가장 걱정하고 있었다. 자신을 한 지구의 조합원이라고 소개한 A 씨는 “정부가 재개발·재건축 지역에 제동을 걸었다는 기사를 볼 때마다 심장이 철렁한다”며 “이러다가 내가 들어와 있는 지역도 규제를 받는 게 아닐지 노심초사하며 지낸다”고 귀띔했다.

그는 “규제 기사가 날 때마다 불안한 마음에 조합에 문의 전화를 걸고 있다”며 “다들 나 같은 심정인지 그런 날이면 조합 전화기는 항상 통화 중이다”고 덧붙였다.

성수전략정비구역 2지구 주택재개발 추진위원회 건물에 붙어있는 현수막. 사진=이재빈 기자
성수전략정비구역 2지구 추진위원회 건물에 붙어있는 현수막. 사진=이재빈 기자

집값은 이미 오를 만큼 올라 거래도 그다지 활발하지 않았다. 인근 B공인중개소 관계자는 “2지구는 다른 지구와 비교해 상당히 저렴했었는데 재개발 동의율이 조합설립요건을 달성했다는 소식이 알려진 지난해 10월부터 연말까지 한창 올랐었다”며 “이제는 2지구도 대지 지분을 기준으로 30평대 호가가 3.3㎡당 5000만원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매수인은 정부가 재개발·재건축 지역을 하루가 멀다고 때리다 보니 조만간 값이 내려가지 않을까 기대하는 중”이라며 “매수 문의도 최근에는 뜸하다. 어쩌다 문의가 와도 가격을 들으면 다음에 다시 연락하겠다고만 한다. 관망세로 돌아선 것”이라고 부연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2구역에 있는 성수동2가 둘레11길의 한 단독주택은 지난해 11월 17억2200만원에 거래됐다. 대지면적이 136㎡인 건물로 대지면적 3.3㎡당 매매가는 3790만원이었다.

지난해 7월까지만 해도 같은 둘레11길의 대지면적 168㎡ 단독주택이 15억9766만원에 매매됐다. 평당가는 약 2850만원. 4달 사이에 평당가가 1000만원가량 뛴 셈이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도시정비사업지는 지금 안전진단 강화,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라는 삼중 악재를 맞았다”며 “시장이 어려울 수밖에 없는 환경조건”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상황이 바뀌지 않는다면 사업을 연기하거나 포기하는 사업장이 늘어날 것”이라며 “공급 감소 신호가 나타나면 부동산 시장이 다시 요동칠 가능성이 있다. 정비사업으로 공급을 늘릴 수 있도록 정책을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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