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취임식전 ‘권력공백’ 생긴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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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취임식전 ‘권력공백’ 생긴다면?
  • 김영욱 기자
  • 승인 2013.02.21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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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당선인, 25일 0시 ‘대통령 통치권’ 인수

[매일일보] 오는 2월 25일 박근혜 대통령 취임식을 앞두고 현직 대통령과 새 대통령의 권력이양 시점을 현실에 맞게 고쳐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전·현직 대통령 간의 권력이양 시간과 실제로 행사하는 시간 사이에 일종의 ‘권력 공백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박 당선인은 25일 새벽 0시를 기해 이명박 대통령으로부터 대통령으로서의 법적인 권한과 역할을 인수받는다.

현행 헌법은 대통령 임기 개시일을 2월25일로 규정하고 있고, 지난 2003년 개정된 공직선거법은 ‘대통령의 임기는 전임 대통령 임기만료일의 다음 날 0시부터 개시된다’고 명시돼 있다.

이에 따라 박 당선인은 이 시각부터 대통령으로서 군정권과 군령권을 포괄하는 군 통수권을 비롯해 대통령의 통치권을 정식으로 행사하게 된다.

이와 함께 비상사태에 대비해 대통령과 군을 직통으로 연결할 수 있는 비상연락체제를 포함해 국가지휘통신망도 즉각 가동된다.

청와대는 이 대통령이 제18대 대통령 취임식 전날인 24일 오후 ‘논현동 사저’로 복귀함에 따라 우려되는 ‘안보 공백’을 메우기 위해 사저에 국가지휘통신망을 설치키로 했다.

청와대는 이와 함께 24일 자정까지 안광찬 국가위기관리실장과 천영우 외교안보수석비서관을 비상대기시키고, 25일 0시께 김장수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에게 ‘지하벙커’로 불리는 상황실 등 안보상황을 넘겨줄 계획이다.

청와대 경호실도 24일 자정 직전 새 대통령의 신변과 사저에 대한 경호권을 정식 인수해 국가원수 경호에 돌입한다.

한편, 군 당국은 대통령 취임식을 전후해 위급상황 발생 시 즉각 대응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합동참모본부의 초기대응반과 위기조치반을 가동하고, 전군에 경계강화를 지시하는 등 완벽한 대비태세를 유지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일각에선 이날 0시부터 11시까지 11시간 동안 일종의 ‘권력의 공백현상’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만약 이 시간 동안 국가 비상사태 등 국가 최고통수권자의 판단이 요구되는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 북한이 최근 3차 핵실험을 실시한 데 이어, 추가적인 핵실험을 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는 것처럼 남북한이 대치하고 있는 상황에서 비상사태 발생은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한다.

물론 박 당선인은 취임식이 거행되기에 앞서 이날 0시를 기해 대통령으로서의 모든 권한과 역할을 이명박 대통령으로부터 넘겨받는다. 박근혜 당선인 측과 청와대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군 통수권 등 헌법상 대통령으로서의 통치권을 이양하며, 박 당선인은 이때부터 대통령으로서의 통치권을 공식적으로 행사할 수 있다.

하지만 박근혜 당선인이 권한을 넘겨받았다 해도 0시부터 오전 11시까지 청와대에 입주하지 않은 어정쩡한 상태라는 점에서 ‘청와대 권력 공백’은 여전히 우려되는 대목이다.

이와 관련, 역대 대통령의 사례를 보면 일부 대통령은 매끄러운 권력이양에 협조하기 위해 신임 대통령 취임 전날인 2월 24일 청와대를 떠나 사저로 갔다. 그러나 이날 오후부터 자정 동안 국가의 중대사태가 발생할 경우 현직 대통령은 청와대가 아닌 사저에서 상황을 보고받고, 대통령으로서의 권한을 행사할 수밖에 없다.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이 같은 논란을 불식시키기 위해 헌법에 권력이양 시점을 명시해놓고 있다. 미국의 수정헌법 20조는 ‘대통령과 부통령의 임기는 1월 20일 정오에 끝난다. 그 후임자의 임기는 그때부터 시작된다’고 돼 있다.

미국은 신·구 대통령의 권력이양 시점을 취임식이 열리는 ‘정오’로 명시함으로써 권력 공백 현상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고 있는 것이다.

대통령제를 채택하고 있는 러시아도 헌법에 새 대통령의 취임선서 시점을 대통령의 임기 교체 시점으로 규정하고 있다. 프랑스의 경우 별도의 법 규정이 없지만 취임식이 끝나는 시점이 새 대통령의 임기 효력이 발생하는 것으로 관행화돼 있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도 이번 기회에 현직 대통령과 새 대통령의 권력이양 시점을 명확히 정해놓자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한 정치학자는 “만약 2월 25일 새벽에 남북문제와 관련해 중대한 사태가 발생했을 경우 새 대통령은 취임식도 하기 전에 국가안전보장회의를 소집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관련법 개정이 어렵다면 새 대통령이 취임식 전날 청와대에 들어가서 자고 다음날 취임식장으로 나와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

이렇게 되면 권력이양을 24일 자정에 주고받는 효과도 거둘 수 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대통령 취임식 전날인 2월 24일에 새 대통령이 청와대로 입주하는 방법도 있다”며 “이렇게 되면 현행법을 고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김영삼·김대중 두 전직 대통령은 2월 24일에 청와대를 떠나 사저가 있는 서울 상도동과 동교동에서 하룻밤을 자고, 새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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