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당선인 ‘칼 뽑은’ 검찰개혁 성공할까
상태바
朴당선인 ‘칼 뽑은’ 검찰개혁 성공할까
  • 김영욱 기자
  • 승인 2013.02.21 14:4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중수부 폐지·검경수사권 조정 주목… 역할 축소돼

[매일일보] 새 정부가 대선 공약이던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폐지’를 확인했다. 그러나 정홍원 국무총리 후보자와 황교안 법무부 장관 후보자, 곽상도 민정수석 지명자 등 검찰 개혁을 주도할 새 정부 내각과 청와대 인사가 모두 검찰 출신이어서 근본적인 수준의 검찰 개혁은 어려워진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21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국정과제 로드맵에는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검찰 개혁 공약이 대부분 반영됐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를 폐지하고, 서울중앙지검 등 일선 검찰청의 특별수사부에서 그 기능을 대신 수행하는 방안이다. 검·경 수사권 조정 문제에 대해서는 검찰의 직접 수사 기능을 대폭 축소하기로 했다.

1961년 중앙수사국으로 출범한 중수부는 80년대까지 ‘검찰총장이 명하는 사건’ 수사를 전담하다 이후 직접 수사와 일선청 지휘 업무를 동시에 수행해 왔다.

중수부 수사권 폐지는 검찰총장과 대검의 직접 수사기능 폐지를 의미해 중수부 이름도 새롭게 바뀔 가능성이 크다. 다만 과학수사·첨단범죄수사 지원, 범죄정보 분석 등의 역할을 계속 수행할 전망이다.

인수위는 또 검찰시민위원회를 강화해서 중요 사건의 구속영장 청구를 비롯한 기소 여부를 해당 위원회에서 심의하도록 했다. 검찰총장을 ‘검찰총장 추천위원회’가 추천한 인물로 임명하고 국회 청문회를 통과해야 임명하는 방안도 정해졌다. 다만 상설특검제와 특별감찰관제는 중장기 과제로 돌려 향후 구체적인 방안을 수립해나가기로 했다.

인수위는 일단 이 같은 국정과제를 이른 시일 내에 추진할 방침이다. 정 총리 후보자도 전날 인사청문회에서 “중수부 폐지에 국민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빨리 실현되는 게 좋다”면서 새 정부의 속도감 있는 검찰 개혁을 예고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정 총리 후보자 등 검찰 출신이 검찰 개혁을 단행하는 내각과 청와대 요직에 지명되면서 ‘중 제 머리 깎기’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국회 법사위원인 서영교 민주통합당 의원은“핵심 사정 라인에서 검찰 개혁 의지를 찾아보기 어렵다”면서 “특히 이명박 정부에서 검찰총장 후보자로 거론됐다가 밀려난 황교안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과연 검찰 수술을 단행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박 당선인이 검찰 개혁 공약 이행 시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박범계 민주당 의원은 “실현 가능한 공약은 당장 실현해서 박 당선인의 의지를 표명해야 한다”면서 “중수부 폐지는 당장 대통령령을 수정해 이행 가능하다. 다른 공약도 ‘3월 정기국회 처리’ 등 구체적인 시점을 약속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중수부 폐지가 박근혜 정부의 주요 검찰개혁안으로 구체화 되면서 10년 전 노무현 정부 당시 대검 공안부 개편 과정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 당선인 인수위원회는 2003년 1월 공안부 폐지 또는 대폭 축소를 10대 검찰개혁 과제로 내놓았다. 공안부가 과거 국민을 감시하고, 시민권을 통제하는 역할을 주로 했기 때문에 아예 없애거나 기능을 대폭 축소하자는 게 인수위 입장이었다.

당시 검찰은 공안부 폐지 논의 과정에서 공안부 존치의 필요성을 적극 주장했다. 전국 단위의 선거 사건을 수사할 때 공안부의 일관된 지휘가 필요하다는 것이 주요 근거였다.

법무부는 2004년 12월 공안1·2·3과 중 3과만 폐지하고 나머지는 존치시켰다. 다만 서울중앙지검과 울산지검을 제외한 전국 15개 검찰청의 공안부는 폐지했다. 검찰의 피해를 최소화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후 이명박 정부는 2009년 3월 대검 공안3과에 이어 일선 공안부도 대부분 부활했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 집회 등 대규모 집회에 대응한다는 명분이 컸다.

현재 박 당선인에게 법무부와 검찰은 지난 12일 중수부 존치에 무게를 실은 복수의 검찰조직 개편안을 보고했고, 인수위는 박 당선인의 공약에 맞게 중수부 폐지를 담은 안을 요구했다.

검찰 내부에서는 여전히 중수부 완전 폐지보다는 조직 축소나 일부 기능 이전에 기대를 하는 분위기다. 전국의 특수 수사를 지휘할 부서가 필요하고, 중수부의 수사 기능을 대체할 조직이 마땅치 않다는 논리다. 공안부 개편 과정을 복기하면서 중수부 폐지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조심스럽게 나온다.

그러나 2003년 공안부 개편 때와는 상황이 다르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검찰 관계자는 “노무현 정부 때 공안부 폐지가 주요 검찰개혁 과제로 제시됐지만 결국 이뤄지지 않았다”며 “다만 중수부 폐지는 박 당선인이 주요 공약으로 제시했고, 국민의 이목이 집중돼 있기 때문에 과거와는 다를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검찰 관계자는 “검찰 개혁안을 둘러싼 수뇌부 내분 등이 표출되면서 중수부 폐지가 검찰 개혁안의 핵심인 것처럼 떠올랐고, 박 당선인의 의지도 매우 강한 것 같다”고 걱정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