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믿을 부동산 통계… 과천 아파트값 떨어졌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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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 믿을 부동산 통계… 과천 아파트값 떨어졌다고?
  • 성동규 기자
  • 승인 2020.01.09 15: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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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원, 지난해 말 과천 아파트값 32주 만에 하락전환 발표
과천 12월 전체 매매 건수 13건·넷째 주엔 거래 고작 2건 뿐
전문가 “가격 동향 조사에 ‘호가’ 반영해 시장 상황과 괴리돼”
한국감정원이 발표한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 통계’를 보면 과천 아파트값이 내림세로 돌아선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실거래가는 조금 다른 움직임을 보였다. 사진은 과천 아파트 단지 전경. 사진=연합뉴스 제공

[매일일보 성동규 기자] 고강도 대출 규제를 골자로 한 정부의 ‘12·16 부동산 대책’에 따른 효과로 과열 양상을 보였던 과천 아파트값이 내림세로 돌아선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주장의 근거는 한국감정원이 매주 발표하는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 통계’다.

하지만 국토교통부의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을 살펴보면 판단이 좀 달라질 수 있다. 대책 발표 이후 거래된 주택은 단 2건에 불과한 데다 가격이 모두 하락한 것도 아니다. 전문가들은 애초 주간 가격 동향이 정확하게 나올 수 없다며 한계를 지적했다.

9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과천의 아파트 매매가 변동률은 2일 0.88%에서 9일 0.80%, 16일 0.71%, 23일 0.40%, 30일 –0.02%를 기록하며 12·16 부동산 대책 이후 상승폭이 빠르게 감소하고 있다. 

과천은 주공 아파트 1~12단지 모두 재건축에 들어가면서 지난해 내내 아파트값이 급등했던 곳이다. 통계상 아파트값이 하락한 건 32주 만이다. 한국감정원은 분양가상한제를 적용 받아 재건축 단지의 상승 기대감이 떨어진 게 가격 하락의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그런데 국토부의 실거래가를 확인해보면 한국감정원 통계에 의구심이 든다. 과천 10개 동 중에서 지난해 12월 거래가 있었던 곳은 별양동, 부림동, 원문동, 중앙동 등 4곳에서 13건에 불과했다. 오르고 내린 단지가 혼재돼 있었으나 전체적으로 오름세를 보였다. 

12·16 부동산 대책 이후 거래된 단 2건도 비슷했다. 부림동 주공 8단지 전용면적 73.02㎡가 지난해 12월 25일 13억5000만원(13층)에 거래됐는데 전달 4일 같은 평형이 12억2000만원(10층), 6일 12억(14층). 9일 12억1000만원(6층)에 거래된 점을 고려하면 가격이 1억원 넘게 올랐다.

나머지 별양동 주공 5단지 전용 103.64㎡는 지난해 12월 24일 14억9000만원(10층)에 거래됐다. 전달 같은 평형이 4일 15억원(12층), 19일 15억3000만원(3층)에 거래됐으니 약 2000만원 하락한 셈이다. 

국토부 실거래가를 종합해 보면 과천 아파트값은 12·16 부동산 대책 이후 오히려 올랐다. 통계와 실거래가 간 괴리는 주간 가격 동향 조사에 ‘호가’를 반영하고 있어서다. 한국감정원의 통계는 실제 거래되지 않은 표본주택을 호가나 인근 주택의 유사거래 사례를 활용해 가상의 가격을 매긴다. 

호가는 기대심리가 반영된 수치로 시장을 객관적으로 판단하기 어렵다. 실제 거래됐다 하더라도 신고된 실거래 가격이 아닌 협력 부동산 중개 사무소가 알려주는 거래 정보에 따라 통계가 가공되는 측면도 있다.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장은 이와 관련해 “감정원의 주간 동향의 표본 수는 7800개에 불과한데도 매주 176개 시·군·구별로 세분화해 발표한다”며 “신뢰성을 담보하기 매우 어렵고, 왜곡된 통계는 시장에 혼란을 일으킬 수 있다”고 꼬집었다.

최 소장은 “전 세계 어디에서도 이렇게 짧은 주기로 통계를 발표하는 곳은 없다”면서 “이런 문제가 국정감사 등을 통해 수차례 지적됐음에도 감정원은 전혀 개선할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실효성 있는 정책을 마련하려면 정확한 통계가 수반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아파트값을 경마장에서 실시간으로 중계되는 것과 같이 발표함에 따라 투기를 부추기는 측면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 소장은 “주간 동향은 주택을 투자상품으로 인식하게 하는 데 일조하고 있다”면서 “민간에서 주간 단위의 지표를 만드는 것도 문제지만 공공이 나서서 시장을 왜곡하는 것은 더욱 부적절하다”고 질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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