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란 전면전 가능성 커져… 이라크 진출 건설사들 좌불안석
상태바
미국·이란 전면전 가능성 커져… 이라크 진출 건설사들 좌불안석
  • 성동규 기자
  • 승인 2020.01.08 15:0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라크 ‘대리 전쟁터’ 로 전락할 가능성 제기돼
미국과 이란 무력 충돌 장기화하면 피해 불가피
한화건설이 이라크 바그다드 동남쪽 10km 떨어진 비스마야 지역에서 한국형 신도시를 건설하는 ‘비스마야 신도시 건설공사’ 현장 전경. 사진=한화건설 제공
한화건설이 이라크 바그다드 동남쪽 10km 떨어진 비스마야 지역에서 한국형 신도시를 건설하는 ‘비스마야 신도시 건설공사’ 현장 전경. 사진=한화건설 제공

[매일일보 성동규 기자] 중동의 정세가 격랑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이란은 자국의 군 실세인 솔레이마니 사령관이 미군의 무인기 폭격으로 목숨을 잃자 이라크 내 미군기지에 미사일 공격하는 등 직접적인 군사행동에 나섰고 미국은 이와 관련한 대응책을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이란에 전면전을 선포할 수 있다는 관측마저 나오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란과 접경지역인 이라크에서 사업을 추진 중인 국내 건설사에도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8일 AP와 CNN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이란혁명수비대 산하 미사일 부대가 이라크 서부 알아사드 공군기지와 북부 에르빌 기지 등 미군과 다국적군 기지를 향해 최소 10여 발의 미사일 공격을 퍼부었다.

조나선 호프만 미 국방성 대변인은 이날 “우리는 미군 병력과 우방과 동맹을 보호하고 방어하는 데 필요한 모든 조치를 할 것”이라며 “상황이 유동적임에 따라 우리는 확보되는 대로 계속해서 최신 정보를 제공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처럼 미국과 이란 사이의 전운이 짙어지면서 우리 건설사들의 피해가 예상된다.

이라크에 체류 중인 한국인 이달 현재 약 1570명이다. 이 중 다수는 카르빌라 정유공장 건설 중인 현대건설, GS건설, SK건설 직원과 비스마야 신도시 사업을 추진 중인 한화건설 직원, 컨테이너터미널 공사 등을 진행 중인 대우건설 직원 등이다.

건설사 한 관계자는 “미사일 공격이 있었던 지역과 워낙 멀리 떨어져 있어 별다른 문제가 없어 보인다. 공사도 진행하고 있다”면서도 “현장 직원들과 계속 연락을 취하고 있으며 현지 사정이 더욱 악화했을 때를 대비해 인력 철수 계획도 수립해 놓았다”고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이라크 현장에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어 직원들의 안전에 특별히 신경을 쓰고 있다”며 “정부에서도 예의주시하고 있는 만큼 우려할 만한 사태가 벌어지지는 않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그러나 완전히 마음을 놓기는 어려워 보인다. 만약 전면전이 벌어지면 이란은 물론이고 이라크 내 친이란 세력도 참전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어서다. 수년간 미국과 이란 사이 공방의 중심지였던 이라크가 또다시 두 강대국의 ‘대리 전쟁터’로 전락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다행히 전면전으로 확전이 되지 않는다면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는 게 문제다. 이란은 미국과 긴장이 커질 때마다 위협 카드로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꺼내 들었다. 이곳은 세계 원유 운송의 주요 항로다. 우리 건설사들의 최대 해외 발주처인 중동 국가의 큰 타격이 불가피하다.

더 나아가 이란이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등 미국 우호국의 석유 시설에 대한 직접적인 공격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미국과 이란 간 무력 충돌이 장기화하면 건설사들로선 사업장 철수를 고심할 수밖에 없는 셈이다.

한 대형건설사 임원은 “가뜩이나 해외수주 실적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이런 변수가 생겨 걱정”이라며 “앞서 동남아시아를 비롯해 시장 다변화를 진행해 놓은 건설사는 여파가 크지 않겠으나 그렇지 않은 건설사는 당분간 고전할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