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부자 몰리는 서울 청약시장…대출규제도 역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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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금부자 몰리는 서울 청약시장…대출규제도 역부족
  • 최은서 기자
  • 승인 2020.01.07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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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억 현금 필요한 단지도 두자릿수 경쟁률로 청약 마감
현금 동원력·가점 경쟁력 갖춰야 접근할 수 있는 시장돼
'개포프레지던스자이'의 서울 대치동 견본주택에서 내방객들이 아파트 배치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개포프레지던스자이'의 서울 대치동 견본주택에서 내방객들이 아파트 배치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매일일보 최은서 기자] 서울 청약시장이 연초부터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정부가 역대 최고 수준의 12·16 부동산 대책을 통해 돈줄을 전방위로 바짝 죄고 나섰지만, 현금부자들은 아랑곳하지 않는 모습이다. 금융권 문턱이 높아지며 서울 청약 시장 진입이 까다로워졌음에도, 대출규제에 개의치 않는 현금부자들로 청약경쟁률은 여전히 높다. 

7일 금융결제원 아파트투유에 따르면 대책 이후 첫 강남권 분양단지인 '개포프레지던스자이'에 1만5082개의 청약 통장이 몰렸다. 평균 청약경쟁률은 65.01대 1로 전 주택형 모두 1순위 해당지역에서 청약이 마감됐다. 

특히 전용면적 102㎡A형은 1가구 모집에 283명이 청약통장을 던져 283대 1로 최고 경쟁률을 기록했다. 전용 102㎡B형도 11가구 모집에 2881명의 청약자가 몰려 261.91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이 단지 3.3㎡당 분양가는 4750만원이다. 중도금 대출의 경우 전용 39㎡은 분양가가 7억3100만~8억3300만원 대로 9억원 미만이어서 가능하나, 전용 45㎡부터는 분양가가 9억원 이상이어서 불가하다. 전용 78㎡부터 분양가가 15억원을 넘어서 주택담보대출도 받을 수 없다.

이 단지는 주택형 대부분의 분양가가 9억원을 웃돌아 중도금 대출을 받을 수 없는데다, 잔금대출 시점에 시세가 15억원이 넘어서면 잔금 대출도 제한된다. 15억원을 넘지 않더라도 9억원 초과부터 주택담보대출비율(LTV)한도가 20%만 적용돼 대출이 줄어든다. 사실상 대출 없이 분양가 전액을 본인 자금력으로 충당할 수 있는 현금부자들만 청약에 나설 수 있는 단지인 셈이다. 

지난달 말 청약에 나선 위례신도시 '호반써밋송파 1·2차'의 상황도 마찬가지였다. 전 주택형의 분양가가 9억원을 넘어 중도금 대출을 받을 수 없었지만, 1순위 청약 결과 각각 평균 16.14대 1, 33.86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를 두고 정부가 시세차익을 노린 투기 수요를 차단하고 실수요자 위주의 청약시장을 만들겠다고 대책을 내놓았지만 되려 실수요자 발목을 잡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사실상 서울 주요 지역 청약시장은 충분한 현금 동원력을 갖추고 가점 경쟁력도 높아야만 접근할 수 있는 시장이 되어가고 있어서다. 

'개포프레지던스자이'의 경우 현금으로 최소 10억원 이상 쥐고 있어서 청약에 나설 수 있다. 하지만 주변 시세와 비교하면 수억원의 시세차익이 발생할 것이란 평가에 실탄(현금)이 두둑한 자산가들이 대거 청약통장을 던졌다. 

오는 4월부터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분상제)가 시행되면 분양가와 시세 간 격차가 더욱 벌여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분양시장이 더욱 과열양상을 띌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 지난해 정부가 분상제 시행 방침을 밝힌 후 청약열기는 강남에서 강북, 경기 핵심지역까지 번졌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정부의 대출 규제 강화로 강남권 등 서울 핵심지역 입지의 '로또분양'의 진입문턱이 높아졌고 향후 분상제가 시행되면 청약 열기가 더욱 뜨거워질 전망"이라며 "서울 일반분양은 여전히 수요 대비 공급이 부족하고 당첨만 되면 시세차익을 거둘 수 있다는 학습효과로 인해 자산가들만이 청약을 나설 수 있는 단지도 높은 경쟁률을 기록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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