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이란 때리더니 김정은도 불신...文정부, 원유·북핵 이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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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이란 때리더니 김정은도 불신...文정부, 원유·북핵 이중고
  • 김정인 기자
  • 승인 2020.01.06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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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 NSC 소집...원유 수급과 호르무즈 파병 화두
트럼프, 이란 우선시 北 방치하면 북미협상 영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로이터통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로이터통신

[매일일보 김정인 기자] 이란 군부 핵심인사를 제거하는 강공을 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 대한 불신을 처음으로 드러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이후 이란에는 줄곧 강경책을 펴면서도 북한에는 2018년 유화 정책으로 돌아선 뒤 임기 내 북한 문제를 협상으로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비쳐왔다. 이는 '전략적 인내'라는 명목으로 북한 문제를 방치한 채 이란과의 핵협상에 집중했던 전임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는 정반대 행보였다. 중동에서 미국과 이란의 충돌 가능성이 현실화되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에 대한 불신을 드러내면서 전임자와 마찬가지로 이란 문제 우선 정책으로 돌아서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우리 정부는 이란발 악재로 인해 원유 수급과 호르무즈 해협 파병 문제까지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다.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5일(현지시간) 휴가지인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백악관으로 돌아오는 전용기 에어포스원에서 취재진에 "김 위원장이 나에게 한 약속을 깰 것이라고 보지 않지만 어쩌면 그가 그럴 수도(약속을 깰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는 김 위원장에 대한 불신을 처음 드러낸 발언이라 주목된다. 교착 중인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은 두 정상 간 신뢰에 의존해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상태.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 대한 신뢰를 접을 경우 북미는 이전 오바마 행정부 때처럼 장기교착 상태에 빠져들 가능성이 높다. 

과거 오바마 행정부에서는 북한 문제 해결 가능성을 낮게 보고 이란의 핵 문제 해결에 집중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재선을 위해 지지부진한 북한 대신 이란 문제로 눈을 돌릴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앞서 미군은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로 거셈 솔레이마니 쿠드스군 사령관에 대한 참수를 단행, 이란이 격렬히 반발하며 두 나라 간 충돌 가능성이 현실화되고 있다. 이날 폴리티코에 따르면, 미군은 중동에 특수전 병력을 증원 배치했고, 미군이 주도하는 중동의 국제동맹군 역시 이란에 대한 방어태세로 전환했다. 이란 역시 미사일 부대가 비상대기상태를 강화하는 등 일촉 즉발의 상태라고 로이터는 전했다. 

한국은 중동에서 미국과 이란이 무력충돌하면 당장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원유 수급이 위협받는다.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는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해 호르무즈 해협 안전이 문제가 되자 동맹국에 대한 배려를 접고, 각국이 자신들의 유조선을 보호해야 한다며 호르무즈 파병을 요구해 왔다. 우리 정부는 그동안 파병에 대한 입장 발표를 유보해왔지만 무력충돌 위험이 현실로 다가오면서 결단을 내려야 하는 처지가 됐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6일 문재인 대통령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소집해 "안보상황은 물론 현지 교민안전과 원유수급 등에 대해서도 면밀히 살펴보라"고 지시했다. 시급한 화두는 원유 수급과 호르무즈 파병 문제이지만 향후 이란발 악재가 북핵 문제에 미치는 영향도 고민하게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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