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시장 교란’ 부동산 대책, 정부의 ‘자화자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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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시장 교란’ 부동산 대책, 정부의 ‘자화자찬’
  • 전기룡 기자
  • 승인 2020.01.05 15: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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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전기룡 기자] “정부가 부동산 대책을 아주 잘 내놔서 거래 자체가 없다. 시장에 변화를 야기할만한 정책을 예고 없이 발표하는 게 말이 되나. 자기들(정부) 말로는 집값이 아주 잘 잡고 있다고 했으면서 왜 이렇게 시장의 질서를 어지럽히지는 이해가 안 된다.”

취재차 만났던 한 공인중개사가 토로한 내용이다. 그는 정부의 12·16 부동산 대책으로 시장이 얼어붙자 쓴 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특히 정부가 집값 안정에 기여했다고 자신하는 모습과 달리 규제로 옥죄이는 것에 대해서는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정부의 행보를 되짚어보면 이해가 안 되는 것은 아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11월 ‘국토교통부 2년 반 중간평가와 새로운 출발’을 통해 “8·2 책과 9·13대책 등 국지적 과열에 대응한 결과 전국 주택가격은 예년에 비해 비교적 안정적인 상황을 유지하고 있다”고 자평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마찬가지다. 문 대통령도 같은 달 ‘국민과의 대화’에서 “부동산 정책은 자신 있다”면서 “임기 대부분 기간 동안 부동산 가격을 잡아왔기에 전국적으로 집값은 오히려 하락했다”고 말했다. 당시는 서울 집값이 월별 기준으로 전월 대비 0.50% 상승한 시점이다.

그래서였을까. 정부는 어떠한 예고 없이 12·16 부동산 대책을 내놓는다. 스스로 집값 안정화에 기여했다고 치켜세운지 한 달 만이다. 또 규제의 끝판왕이라고 할 수 있는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를 내놓은지 두 달만이기도 하다. 정부 스스로가 부동산 정책에 있어 무능력했음을 증명하는 순간이다.

정부의 깜짝 발표는 시장을 혼란스럽게만 만들었다. 한국감정원 주간아파트 가격동향에 따르면 서울 집값 상승폭은 12·16 부동산 대책 발표 후 반토막이 났다. 자신들의 과오를 가리기 위해 내놓은 깜짝 정책이 불과 일주일만에 시장의 흐름을 바꿔놓은 것이다.

또한 분양시장에서는 입주 시점 시세에 따라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수 있는지가 정해지다 보니 분양 담당자가 확답을 피하는 경우가 생겼다. 재건축·재개발단지의 이주비, 추가분담금 대출에 대한 이슈가 터지면서 규제 발표 일주일만에 예외조건을 확대했다. 주먹구구식 정책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는 이유다.

정부가 집값 안정화를 위해 규제를 내놓는 것에 대해서는 공감한다. 하지만 규제 발표에 앞서 자신들의 행보에 대한 명확한 자평이 필요해 보인다. 아울러 자신들의 과오를 최소화하기 위해 새로운 규제 발표에 급급한 것보다는 보다 시장에 대해 면밀히 살펴보고 부정적인 여파를 최소화하는데 매진해야 할 때다.

담당업무 : 건설 및 부동산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좌우명 : 노력의 왕이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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