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특집] 北, 4월 南총선·11월 美대선 꽃놀이패 쥐었다
상태바
[신년특집] 北, 4월 南총선·11월 美대선 꽃놀이패 쥐었다
  • 조현경 기자
  • 승인 2020.01.01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트럼프 상황관리용 대북정책에 김정은 본격 반격
美 대선전 흔들며 위기 조성 최대 양보 얻어내기
북한이 지난달 28일에 이어 29일에도 노동당 7기 5차 전원회의를 개최했다. 사진은 30일 조선중앙TV가 보도한 이틀째 회의 모습. 사진=조선중앙통신
북한이 지난달 28일에 이어 29일에도 노동당 7기 5차 전원회의를 개최했다. 사진은 30일 조선중앙TV가 보도한 이틀째 회의 모습. 사진=조선중앙통신

[매일일보 조현경 기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2년 간 북미 회담에 긍정적이지만 과도한 보상을 하면서까지 핵 합의 타결을 위해 서두르지 않겠다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북한이 핵실험을 중단한 상황에서 어떤 보상도 제재 해제도 제공하지 않았다는 업적을 계속 유지하려고 했고, 그 연장선에서 북미 대화가 파탄나지 않도록 관리하려는 모습이 뚜렷했다. 2020년은 이에 대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반격이 시작되는 해가 될 전망이다.

▮하노이 노딜 이후 협상시한 전략적 설정

김 위원장은 지난해 하노이 노딜 충격을 수습하면서 반격을 준비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4월 12일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1차 회의에서 처음으로 시정연설에 나서 작심한 듯 미국에 대한 입장 변화를 드러냈다. 그는 “최근 우리 핵 무장력의 급속한 발전현실 앞에서 저들의 본토안전에 두려움을 느낀 미국은 회담장에 나와서 한편으로는 관계개선과 평화의 보따리를 만지작거리고 다른 한편으로는 경제 제재에 필사적으로 매여달리면서 어떻게 하나 우리가 가는 길을 돌려세우고 선 무장해제, 후 제도전복 야망을 실현할 조건을 만들어보려고 무진 애를 쓰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와 미국과의 대치는 어차피 장기성을 띠게 되어 있으며 적대세력들의 제재 또한 계속되게 될 것”이라고 했다. 미국과의 장기전에 돌입하겠다는 선언이었다.

이에 더해 김 위원장은 미국과의 비핵화 협상 시한을 연말로 못 박았다. 그는 “미국이 올바른 자세를 가지고 우리와 공유할 수 있는 방법론을 찾은 조건에서 제3차 조미수뇌회담(북미정상회담)을 하자고 한다면 우리로서도 한번은 더 해볼 용의가 있다”며 “어쨌든 올해 말까지는 인내심을 갖고 미국의 용단을 기다려볼 것이지만 지난번처럼 좋은 기회를 다시 얻기는 분명 힘들 것”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자문연구위원은 “효과적인 협상 레버리지가 없는 가운데 주요 계기가 집중된 2020년 정세를 활용하려는 의도가 내재돼 있다”고 봤다.

▮2월3일부터 본격 대선전...北 위기조성 나설 듯

실제 올해는 북한이 존재감을 과시할 수 있는 이벤트가 풍성하다. 당장 미국에서는 2월부터 본격적인 46대 대선 레이스가 시작된다. 민주당과 공화당은 각각 7월과 8월 대선 후보를 최종 결정하는데 2월3일 ‘대선 풍향계’로 불리는 아이오와 코커스(당원대회)가 열린다. 또 3월3일에는 최대 선거인단을 가진 캘리포니아주를 비롯해 16개 주에서 동시에 프라이머리(예비선거)가 예정돼 있다.

미국 대선에서는 본래 북한 문제가 큰 의미를 가지지 못했지만, 트럼프 행정부 들어서는 전임자들과 다른 과감한 대북 관여 정책으로 인해 북한 이슈가 과거보다는 큰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북한은 이미 지난해 말 김성 유엔주재 대사를 통해 “미국이 추구하는 지속적이며 실질적인 대화는 국내 정치적 어젠다”라며 “시간벌기용 속임수”라고 비판, 위기조성을 통한 대선 개입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을 거론하며 “그는 내가 다가올 선거를 치른다는 것을 안다. 나는 그가 선거에 개입하길 원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경계하기도 했다.

▮3~4월 3차 북미정상회담 극적 개최 가능성

미 대선만이 아니다. 한국에서는 4.15 총선이 있고, 5월초에는 핵확산금지조약(NPT) 창설 50주년 기념회의가 예정돼 있다. NPT 50주년 기념회의의 핵심 의제는 북핵 문제다. 미국 측은 NPT 체제에 대한 최대 위협으로 ‘북한의 불법적인 대량살상무기와 관련 프로그램’을 꼽고 있다. 북한은 이번 회의를 핵보유국 지위를 확보하기 위한 기회로 활용할 수 있다. 7월24일부터 8월9일까지 열리는 도쿄 올림픽 역시 북한에게는 압박전술을 펼칠 수 있는 국제적 장이 될 전망이다.

북한은 미국으로부터 최대의 양보를 얻어내기 위해 이 같은 굵직굵직한 이벤트를 최대한 활용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일반적인 관측이다. 홍현익 세종연구소 외교전략연구실장은 “아이오와 코커스로 미 대선전이 본격화되면 트럼프는 5월 NPT 검토회의 전인 3~4월 경에 북미 정상회담을 개최할 가능성을 모색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전봉근 국립외교원 외교안보연구소장 역시 “트럼프 대통령은 북핵 실험 중단의 외교적 성과를 지키기 위해 2020년 빠른 시기에 3차 정상회담에 응할 가능성이 높다”며 “북핵 위기 국면에서 극적으로 북미정상회담이 열린다면 언론의 관심을 끌 뿐만 아니라 대북 보상 제공에 대해 국민들이 다소 관대해지는 효과도 노릴 수 있다”고 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