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北은 자신의 처지를 알고 '새로운 길' 결단 내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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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北은 자신의 처지를 알고 '새로운 길' 결단 내려야 한다
  • 조현경 기자
  • 승인 2019.12.30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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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조현경 기자] 북한이 위협적인 선물을 예고했던 크리스마스는 무탈하게 지나갔지만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신년사를 앞두고 이례적으로 사흘째, 그것도 역대 최대 규모의 노동당 전원회의를 소집해 한반도는 마치 폭풍전야 같은 긴장감에 휩싸였다.

조선중앙통신은 "당 건설과 당 활동, 국가건설과 국방건설에 나서는 중대한 문제들을 토의하기 위해 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를 열었다"며 "전원회의에서는 현 정세하에서 우리 당과 국가의 당면한 투쟁방향과 우리 혁명의 새로운 승리를 마련하기 위한 중용한 정책적 문제들을 의정으로 상정됐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혁명 발전과 변화된 대내외적 정세의 요구에 맞게 우리 국가의 전략적 지위와 국력을 가일층 강화하고 사회주의 건설의 진군 속도를 비상히 높여나가기 위한 투쟁 노선과 방략이 제시될 것"이라고 했다.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가 최상위급 의사결정기구로 북한의 주요 노선 및 정책 방향과 관련해 중대한 시점에 소집되는 것을 고려하면, 이번 회의에서 김 위원장이 경고한 '새로운 길'을 결정할 게 분명해 보인다. 

통신은 서두에서부터 '자력부강의 기치'를 언급하고 나섰다. 앞서 하노이 노딜 이후 미국의 압박에 맞서 '자력·자강'을 강조해 온 김 위원장은 올해 내내 북한의 신형 시험 발사 무기 현장에 참석하며 자력갱생을 강조했다. 특히 백두산에 백마를 타고 오른 김 위원장은 대대적인 재개발 중인 삼지연 일대의 준공 테이프도 직접 끊었다. '변화된 대내외적 정세의 요구에 맞게' '투쟁 노선과 방략 제시'라는 말 등 김 위원장이 결국 대미 강경 노선을 선택했음을 시사하는 표현들이 곳곳에서 눈에 띈다. 

북한이 예고한 크리스마스 도발은 없었지만 국방부는 김 위원장의 생일인 1월 8일 혹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생일인 2월 16일 전후를 기점으로 북한이 행동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미국은 북한이 도발할 경우 군사적 옵션까지 꺼낼 수 있다는 경고를 내놓고 있다. 이미 크리스마스를 전후해 미군의 주력 정찰기들이 총출동해 한반도 상공을 감시했다는 점에서 단순한 엄포로만 볼 수 없는 상황이다.

북한은 신중해야 한다. 중국과 러시아가 대북 제재 완화를 논의하자는 결의안을 제출했지만 유엔 안보리 주요 상임이사국들이 대북 제재에 강경한 입장인 만큼 북한은 강경 노선을 강조할수록 자신들의 입장만 더욱 힘들게 할 뿐이라는 사실을 알고 '새로운 길'의 결단을 내려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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