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말의 ‘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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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말의 ‘무게’
  • 신승엽 기자
  • 승인 2019.12.2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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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신승엽 기자] 최근 에어프로젠과 무신사의 합류로 11개까지 늘어난 국내 유니콘 기업은 우아한형제들의 매각 여파로 지위를 10개로 줄었다. 국내 유니콘기업의 선두주자로 꼽히는 우아한형제들의 매각 이슈는 논란을 불러오기에 충분했다. 

지난 13일 우아한형제들은 독일계 기업 딜리버리히어로(DH)에 매각된다는 내용을 발표했다. 외관상으로 국내 브랜드를 해외 시장에 안착시키기 위한 방편이라는 허울을 쓰고 있지만, 국내 배달중개 시장 1위임과 동시에 유니콘기업이 매각됨에 따라 시장 독과점 우려를 불러오는 상황이다. 

DH는 우아한형제들의 전체 기업가치를 40억달러(약 4조7500억원)로 평가해 알토스벤처스, 골드만삭스 등 국내외 투자자 지분 87%를 인수한다. 이들이 주장하는 명분대로 김봉진 대표는 DH 본사에 구성된 경영진 가운데 개인 최대주주로 떠오른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논란이 일고 있다. 우아한형제들이 운영 중인 배달의민족을 DH가 품에 안으며 배달중개 시장을 사실상 독점하는 구조가 형성된 점과 그간 애국 마케팅을 펼처온 점 때문이다. 

우선 아이지에이웍스 모바일인덱스의 사용자 수를 수치화한 자료를 살펴보면 배달의민족 885만7421명, 요기요 490만3213명, 배달통 42만7413명, 쿠팡이츠 18만5519명, 푸드플라이 2만4355명 순이다. 사실상 상위 3개 업체가 시장의 90%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이를 통해 독과점에 따른 가격경쟁력 상실에 소비자와 소상공인의 피해 우려가 커지고 있다. 

떠나는 모습도 아름답지 않았다. 외국계 기업에 회사를 매각하는 입장에서 아직 매각 이슈가 없는 쿠팡을 대상으로 ‘일본계 거대자본을 등에 업은 업체’로 지목했기 때문이다. 이는 시장독과점이라는 명분을 피해갈 뿐 아니라 반일감정이 고조된 대중심리를 이용한 사례로 보인다. 

이러한 논란이 커지는 가운데, 김봉진 대표는 수천억원대 주식부자 반열에 올라섰다. 주식자산만을 기준으로 보면 국내 100대 부자로 등극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번 거래 이후 김봉진 대표의 개인 보유 지분은 최대 4750억원에 달한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동시에 김 대표는 DH의 아시아총괄 역할을 맡아 개인의 지위를 더욱 끌어올리게 됐다. 

우아한형제들의 이중적인 태도는 미래지향적인 전략이 아닌 당장 앞만 바라보는 것으로 판단된다. 외국계 자본을 비판하면서, 동시에 외국계 자본에 매각하는 이중성에 등을 돌리는 소비자들도 나타나고 있다. 우아한형제들은 그간 뱉은 말의 ‘무게’에 대해 한 번 더 고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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