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노조 행보 엇갈린 완성차 업계… ‘대타협 vs 파업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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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노조 행보 엇갈린 완성차 업계… ‘대타협 vs 파업카드’
  • 성희헌 기자
  • 승인 2019.12.22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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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성희헌 기자] 최근 국내 완성차 업계의 노동조합 행보가 극명히 나뉘고 있다. 회사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노조가 팔을 걷어붙인 곳이 있는 반면, ‘파업카드’를 무기로 임금인상을 요구하며 사측을 압박하는 곳도 있다.

국내 자동차 산업 ‘위기설’이 커지며 실적 부진이 이어지는 가운데, 이 같은 노조의 서로 다른 움직임은 더욱 두드러지는 양상이다.

쌍용자동차는 지난 19일 경영쇄신 방안을 발표했다. 쇄신안에는 내년에 받게 될 상여금 200%와 생산성과급·생산격려금 반납이 담겼다. 또 연차 지급률을 기존 150%에서 100%로 낮추는 내용이 들어갔다. 쌍용차는 이번 자구안으로 연간 1000억원 수준의 인건비를 절감할 것으로 내다봤다.

쌍용차는 이에 앞서 지난 9월에도 안식년제 시행(근속 25년 이상 사무직 대상), 명절 선물 지급 중단, 의료비 및 학자금 지원 축소 등 내용에 합의했다. 이미 쌍용차 노사는 올해 국내 자동차 업계 최초로 임금협상에 합의하는 등 10년 연속 무분규 타결을 이뤄내기도 했다. 임원 20% 축소 및 임원 급여 10% 삭감 조치도 단행했다.

쌍용차는 11분기 연속 적자 늪에 빠진 가운데, 재무구조를 개선하고 시장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이 같은 고강도 쇄신안을 마련했다. 쌍용차는 올해 말까지 300억, 내년 상반기 700억원의 대출 만기가 돌아온다. 산업은행은 이번 달 만기가 임박한 300억원 중 200억원을 연장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쌍용차의 ‘대타협’에서 가능성을 본 것이다.

반면, 기아자동차·르노삼성 노조의 움직임은 사뭇 다르다.

기아차 노조는 18∼19일 이틀간 부분파업을 했다. 노조가 파업에 나선 것은 ‘2019 임금 및 단체협약 잠정합의안’이 부결된 지 5일 만이다.

기아차 노사는 기본급 4만원(호봉승급 포함) 인상, 성과·격려금 150%+320만원(전통시장 상품권 20만원 포함) 등을 골자로 하는 잠정합의안을 마련한 바 있다. 하지만 노조는 지난 13일 노조원 찬반 투표를 거쳐 반대 56%로 잠정합의안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르노삼성 노조는 20일 부분파업에 들어갔다. 지난해 임단협 협상 과정에서 올해 6월까지 파업을 벌인 뒤 타결을 이뤘으나, 이번 파업으로 1년에 두 차례나 파업하는 ‘이례적 기록’을 세웠다는 평가다.

르노삼성은 900만원 일시금 지급, 변동급의 고정급 전환 등으로 통상임금 120% 인상하는 협상안을 제시했다. 하지만 노조는 기본급 인상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협상을 중단했다.

국내 자동차 생산 400만대 붕괴 위기가 관측되는 가운데, ‘노조리스크’로 먹구름이 짙어지고 있다. 국내 자동차 생산 규모는 2009년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10년 만에 최저치로 추락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게다가 노조의 기득권 지키기로 위기를 더하고 있다. 늘상 접하던 노사 갈등과 달리, 상생을 통한 위기 극복 선례가 기다려지는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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