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러 '대북 제재 완화' 행동 나서 제재 공조 와해 조짐
[매일일보 김정인 기자]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 겸 부장관 지명자가 한국과 일본에 이어 19∼20일 이틀간 중국을 방문한다. 중국과 러시아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대북 제재 완화를 요구하는 결의안을 발의하자 제재 공조가 와해되는 걸 막기 위한 행보로 읽힌다.
미국의소리(VOA)에 따르면, 미국 국무부는 17일(현지시간) 비건 대표의 방중 일정을 발표했다. 당초에는 없던 일정이다. 앞서 국무부는 지난 13일 발표 때는 "비건 대표가 15∼19일 한국과 일본을 방문한다"며 "비건 대표가 한국과 일본의 카운터파트들과 만나 북한에 관한 긴밀한 조율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새롭게 추가된 일정에 대해 국무부는 "북한에 대한 국제적 일치단결을 유지할 필요성에 대해 논의하기 위해 중국 당국자들을 만나려는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비건 대표는 이번 방문 기간 카운터파트인 뤄자오후이 중국 외교부 부부장 등과 만나 북한이 '연말 시한'을 앞두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등으로 대미 압박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서 대화를 통한 해결 방안을 모색하며 북한의 우방국인 중국의 협조를 당부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비건 대표는 중국 측에 대북 제재 유지를 요청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전날 러시아와 함께 대북 제재 완화를 요구하는 결의안 초안을 유엔 안보리에 제출한 바 있다. 미 국무부는 즉각 '시기상조'라며 중러의 요구를 일축했다. 중러 역시 미국 등 서방국가들의 반대로 결의안이 무산될 것을 예상했을 것이란 게 일반적인 평가다. 그런데도 결의안을 제출한 것은 대북 제재에 더 이상 협조하지 않겠다는 명분쌓기용 행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처럼 중러의 대북 제재 공조망 이탈이 예고도자 비건 대표가 나선 것으로 보인다.
한편 비건 대표는 방중 기간 동안 자신의 대화 재개 요구에 대한 북한의 응답을 기다릴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앞서 비건 대표는 방한 중이던 지난 16일 "우리는 여기에 있고 당신들은 우리를 어떻게 접촉할지를 안다"며 북한에 회동을 공개 제안했지만, 답을 받지 못한 채 다음날인 일본으로 떠났다. 비건 대표는 북측에서 연락만 오면 언제 어디서든 만나겠다는 입장을 계속 보이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북한은 예고한 대로 크리스마스를 전후해 ICBM 도발을 강행하기로 이미 방침을 굳힌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실제 도발을 감행할 경우 미국은 2년전처럼 핵항모 등 전략자산을 동원하는 등 최대한의 압박으로 돌아가겠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