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 정비사업 수주 부진·브랜드가치 하락 ‘이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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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물산, 정비사업 수주 부진·브랜드가치 하락 ‘이중고’
  • 성동규 기자
  • 승인 2019.12.15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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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만에 정비사업 수주전 복귀했으나
올해 내내 이렇다 할 성과 내지 못해
브랜드 가치 하락에 수주 난맥 가속
삼성물산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정비사업 수주전에 뛰어들었으나 성과는 저조하기만 하고 아파트 브랜드 평가도 내림세를 보이고 있다. 사진은 래미안 BI. 사진=삼성물산 제공 

[매일일보 성동규 기자] 최근 5년간 시공능력 1위 자리를 지킨 삼성물산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정비사업 수주전에 뛰어들었으나 성과는 저조하기만 하고 아파트 브랜드 평가도 내림세를 보이며 ‘이중고’를 겪고 있어서다.

15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삼성물산은 지난달 29일 KT에스테이트 발주한 ‘자양1재정비촉진구역 도시정비형 재개발사업’ 수주전에서 롯데건설에 무릎을 꿇었다. 정비사업에 수년째 나서지 않으면서 잔액이 쪼그라들어 수주가 절실한 시점인 터라 이번 패배가 더욱 뼈아플 수밖에 없다. 

삼성물산의 수주 잔액(3분기 기준)을 보면 신반포한신3차(계약잔고 1조1000억원), 온천4구역(9000억원), 연지2구역(6000억원), 온천2구역(4000억원) 정도가 큰 규모의 사업으로 남아있다. 그러나 해당 사업장이 3~4년 내 완공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수주절벽을 우려해야 할 상황이다.

삼성물산 역시 이를 타개하기 위한 내부적 고민이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초 서울 반포주공1단지 3주구 재건축조합에 시공 입찰 참여의향서를 제출하면서 3년 만에 정비사업 복귀를 알린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문제는 아직 이렇다 할 성과가 없다는 점이다.

시공 의향서를 제출했던 반포 3주구는 HDC현대산업개발이 여러 우여곡절 끝에 시공사로 선정됐다가 지난달 조합 대의원회에 의해 시공사 지위가 취소됐다. 이달 말 조합 총회에서 시공사 지위 박탈 여부가 최종 결정될 전망이다. 

삼성물산은 재차 입찰의향서를 제출했으나 현대건설, 롯데건설, GS건설, 대우건설, 대림산업 등과 경쟁해 수주를 따낼 수 있을지 미지수다. 참여를 철회했던 한남3구역 수주전도 재입찰로 가닥이 잡히면서 기회를 엿볼 수 있게 됐지만, 비교우위를 점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이는 ‘래미안’ 브랜드 가치의 하락 탓이 크다.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이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재판이 진행됐고 그 시점과 맞물려 삼성물산은 재건축 시장에서 자취를 감췄다. 2000년 초반 서울 주요 사업지에서 가장 많은 아파트를 공급한 것과 대조적이다.

삼성물산의 빈자리를 경쟁사들이 차지하면서 래미안의 선호도는 크게 떨어졌다. 실제로 최근 부동산114, 부동산인포, 닥터아파트, 다방 등 4곳의 업체가 아파트 선호도를 조사한 결과 부동산114와 부동산인포 3~4위권에 그쳤고 닥터아파트에선 5위권 안에 들지도 못했다. 

래미안이 1위를 차지한 곳은 다방이 유일하다. 업체별로 결과가 다르고 조사 방법이 신뢰성을 담보할 수 있는지에 대한 문제도 제기되지만 조사 결과를 종합하면 래미안은 자이, 힐스테이트와 비교해 선호도가 밀리는 모양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경쟁사들은 기존의 아파트 브랜드 외에 프리미엄 브랜드를 내세워 주요 사업지 진출을 노리고 있다”면서 “브랜드에서 밀리면 경쟁사보다 좋은 조건을 제시해야 하는 삼성물산의 전략과 다소 거리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더욱이 정비사업 수주는 사전 작업에만 수년의 시간이 필요하다”면서 “여러 정비사업장에 후발 주자로 나서 수주를 따내는 건 쉽지 않다. 자의든 타의든 삼성물산의 극심한 수주 부진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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