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LF 사태 후폭풍] 은성수ㆍ은행장 만남에 쏠린 눈… 공모신탁 풀어줄지 촉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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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LF 사태 후폭풍] 은성수ㆍ은행장 만남에 쏠린 눈… 공모신탁 풀어줄지 촉각
  • 이광표 기자
  • 승인 2019.12.11 15: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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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원장 DLF 최종대책 발표 앞두고 시중은행장과 만남
殷 "은행권 요구 지나쳐" vs 전문가 "중수익 투자기회 박탈"
고심하고 있는 은성수 금융위원장. 은성수 위원장은 12일 은행장들과 회동한 뒤 DLF 사태 관련 최종대책안을 발표한다. 사진/연합뉴스
은성수 금융원장이 6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국가경제자문회의 전체회의에 참석해 고민에 잠겨 있다. 그는 12일 주요 시중은행장과 회동한 뒤 파생결합펀드(DLF) 사태 최종대책을 내놓는다.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이광표 기자] 공모형 신탁을 앞으로도 은행에서 살 수 있을까. 시중은행장단을 만나는 금융위원장이 무슨 말을 꺼낼지 금융권에서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수십조원대 밥그릇이 날아갈지 몰라서다.

◆은성수 "은행권 요구 지나쳐"

11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파생결합펀드(DLF) 사태 대책을 최종적으로 내놓기에 앞서 12일 정부서울청사로 주요 시중은행장을 불러 의견을 듣고 협조를 구하기로 했다.

은행권은 공모형 신탁 판매를 애타게 바라고 있다. 주가연계신탁(ELT)이나 파생결합신탁(DLT)은 작은 시장이 아니다. 은행권 판매잔액은 2017년 말 26조600억원에서 이듬해 말 40조7000억원으로, 올해 8월 말에는 42조8000억원까지 불어났다.

이런 시장을 고사시킨다는 비난은 금융당국 입장에서 부담스러울 수 있다. 정치권 역시 투자자 보호에 무게를 두더라도 시장 자체를 위축시키지는 말라고 지적한다.

반면 금융위원장은 단호하다. 은성수 위원장은 얼마 전 "은행 수익성을 위해 정부 정책을 펼 수는 없다"고 했다. 그는 "은행권 이야기가 수용하기 어려울 정도로 원칙에 어긋나거나 벗어나면 논의가 어렵다"고도 했다.

이번 금융위원장ㆍ시중은행장단 회동은 마지막 기회다. 만남을 끝내면 곧장 최종 대책을 내놓겠고, 거기에는 공모형 신탁 판매를 허용할지에 대해서도 담길 걸로 보인다.

금융위는 이미 2주가량 의견을 수렴했고, 이런 과정에서 드러난 입장 차이는 컸다. 당국은 은행에서 고위험 사모펀드를 팔 수 없다고 밝혔고, ELT와 DLT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자세를 보여왔다.

은행권은 지수형 상품인 ELT라도 팔 수 있게 풀어 달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당국은 이 역시 고위험 사모펀드와 다를 게 없다고 본다. 애초 신탁은 공모와 사모로 나누기 어렵고, 자칫 ELT나 DLT가 우회로 노릇을 할 수 있다는 거다. 

◆은행권 사모펀드 벌써 고사 조짐

은행권 사모펀드는 벌써 고사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3개월 만에 판매잔액이 2조4000억원가량 줄었다.

금융투자협회 집계를 보면 은행권 사모펀드 판매잔액은 10월 말 26조6119억원으로 전월보다 1조1451억원 감소했다. 올해 2월부터 꾸준히 증가하다가 DLS 사태가 불거지면서 8월 말 28조5851억원(전월 대비 -4200억원), 9월 말 27조7570억원(-8281억원)으로 곤두박질쳤다. 10월에만 1조원 넘게 줄어들었다.

파생형 상품만 보면, 8~10월 세 달 사이 은행권 판매잔액은 1조1233억원 감소했다. 전체 사모펀드 판매 감소액에서 절반가량을 차지했다. 은행권 사모펀드 계좌 수도 7월 말 5만8000개에서 10월 말 4만5000개로 줄었다. 이 가운데 파생형 사모펀드 계좌 수는 2만3000개에서 1만8000개로 감소했다.

규제로 시장이 고사하는 건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우리 파생상품시장은 2010년대 초반만 해도 거래 규모로 전 세계 1위를 달렸지만, 이제는 9위까지 내려앉았다. 결국 국내 투자자는 밖으로 눈을 돌렸고, 해외 파생상품 투자액은 역대 최고치를 갈아치우고 있다.

은행이 팔 수 있는 상품과 원금손실 한도를 정부에서 정하는 건 지나친 시장개입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투자 기회를 그만큼 빼앗는 거라고도 한다.

김진영 은퇴자산관리연구소장은 "주가연계증권(ELS)처럼 저금리 시대에 연 4~5%대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중위험ㆍ중수익 상품은 투자자에게 유용하다"며 "더욱이 똑같은 구조인 주가연계펀드(ELF)는 팔 수 있고, ELT는 제한하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한 금융사 관계자는 "풍선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은행을 규제하면 금융지주는 증권사와 보험사를 통해 규제를 회피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사모펀드 최소 투자한도를 올리는 제도 개선이 이뤄진 다음 사전적 제재가 설정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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