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부족해 서울 집값 오른다는 건 ‘허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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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부족해 서울 집값 오른다는 건 ‘허구’
  • 성동규 기자
  • 승인 2019.12.10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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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신축 내년 기점으로 감소 전망에 업계 “정비사업 규제 풀어야“
10년간 공급 대부분 다주택자 ‘싹쓸이’… 시민단체 “투기세력 탓”
서울 강남 일대 아파트 단지 모습. 사진=연합뉴스 제공
서울 신축 아파트 공급량이 내년을 기점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일각에선 정부 규제로 공급이 줄었고 이에 따라 집값이 상승할 수밖에 없다고 분석한다. 그러나 이런 주장을 반박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사진은 서울 강남 일대 아파트 단지 모습. 사진=연합뉴스 제공

[매일일보 성동규 기자] 서울 신축 아파트 공급량이 내년을 기점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일각에선 정부 규제로 공급이 줄었고 이에 따라 집값이 상승할 수밖에 없다고 분석한다. 이렇다 보니 이들의 주장은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를 철회해야 한다는 것으로 귀결된다.

그러나 똑같은 현상을 두고 전혀 다른 의견도 있다. 주택 공급량은 부족해 가격이 상승하는 게 아니라 투기세력 탓이라는 것이다. 또한, 최근 10년간 주택 통계를 보면 주택 공급이 많았던 시기에 집값 상승세가 오히려 두드러졌다고 지적했다.

◇ 저 많은 집 중에서 왜 내 집은 없을까

통계청이 지난달 발표한 ‘2018년 주택소유통계 결과’를 보면 서울 무주택가구는 195만6000가구로 전체 384만가구 중 50.9%를 차지해 사상 처음으로 절반을 넘어섰다. 서울 지역 무주택가구 비중은 2015년 이후 감소했으나 지난해 처음으로 증가했다.

서울에 지난해 공급된 주택은 7만8000가구로 직전 5년 치(2013년~2017년) 평균 7만3000가구보다 많았다. 공급 가구는 증가했으나 소유율은 오히려 1년 전보다 감소(49.2%→49.1%)하면서 무주택 비율이 더 증가한 것.

같은 기간 함께 늘어난 수치들이 있다. 외지인의 서울 주택 보유비율과 매입 비율이다. 외지인 소유 주택 비율은 2015년 14.8%에서 2016년 14.7% 2017년 14.7%로 내림세와 보합을 보이다 지난해 14.9% 증가했다.

특히 용산구는 20.6%로 서울에서 가장 높았다. 강남 3구도 서울 평균(14.9%)을 웃돌았다. 강남구는 14만9219가구 중 외지인이 보유한 물량은 2만9898가구로 20.0%에 달했다. 서초구와 송파구의 외지인 비중은 각각 17.9%, 17.1%로 나타났다. 

외지인을 서울시로 범위를 넓히면 이 수치는 더욱 커진다. 예컨대 강남구에 거주하는 사람이 서초구 집을 보유할 때도 타 시군구 거주자 소유로 나오는 사례다. 이를 합치면 강남구 38.0%, 서초구 35.1%, 송파구 39.6%로 불어난다. 용산구 역시 45.3%로 크게 확대된다.

서울 아파트의 서울 이외 지역 매입 비율은 2016년 17.2%에서 지난해 20.7%로 통계를 작성한 2006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지방 거주자가 집값이 뛰면서 전국적인 투자시장으로 떠오른 서울의 집을 많이 샀다는 의미다.

서울 지역의 주택 수 증가가 다주택자의 소유를 더욱 늘리고 있다는 게 통계로 나타난 셈이다. 실제 정부의 부동산 규제 무색하게도 1년 사이 다주택자는 7만3000명이나 급증, 211만9000명을 기록했다. 

김성달 경실련 부동산건설개혁본부 국장은 “주택 보유 현황을 분석한 결과 다주택자가 최근 10년간 공급된 주택의 절반을 사재기한 것으로 집계됐다”면서 “투기를 견제할 방안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공급 증가는 의미 없다”고 말했다.

◇ 주택 공급 적었던 시기에 집값 오히려 안정

일각의 주장대로라면 공급이 줄면 집값이 상승해야 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반대였다. 2009년부터 2018년 기간 중 주택 공급이 가장 적었던 해는 2009년이다. 당시 전국의 주택인허가실적은 38만1787건에 불과했다. 

2009년~2018년 연평균 공급량이 55만5912가구인 점을 고려하면 약 17만 가구 적다. 그런데 집값은 안정세였다. 2009년 전국 주택 매매가격 상승률(한국감정원)은 1.5%였다. 주택 공급량이 가장 많았던 2015년 매매가 상승률(3.5%)보다 2%포인트 낮은 수치다.

수도권의 집값도 마찬가지였다. 2009년 수도권 지역의 매매가 상승률은 1.2%, 서울도 2.7% 수준이었다. 2015년 수도권 4.4%, 서울 5.2%와 비교하면, 약 3% 포인트씩 낮다. 이는 주택 공급이 늘었으나 집값은 전혀 잡히지 않았다는 방증이다.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 소장은 “부동산 가격은 수요와 공급이 아닌 정책, 대출금리, 투자심리, 유동자금, 경기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면서 “지난 2015년 이후 주택이 과잉공급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주택이 많이 공급됐는데 집값은 전혀 잡히지 않았다”고 말했다.

최 소장은 “주택 공급이 부족하다는 건 부동산 규제 완화에 따라 개발이익을 더 가지려는 사람들의 거짓말”이라며 “재개발·재건축 아파트는 투기 상품으로 전락해 집값 상승을 부추긴다. 합리적인 분양가 책정으로 주택가격이 낮춰 주거비 부담을 완화해야 한다”고 힐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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