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부동산PF ‘양’이 아니라 ‘질’이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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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부동산PF ‘양’이 아니라 ‘질’이 문제
  • 홍석경 기자
  • 승인 2019.12.08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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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홍석경 기자] 금융당국이 내년부터 증권사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에 대한 규제 방침을 밝히면서 업계도 긴장하는 분위기다. 그간 당국이 적극적인 규제 완화를 통해 모험자본 투자를 활성화 하는 등 벤처기업 자금조달 창구 역할을 증권사에 당부해 왔던 것과 사뭇 대조적이다. 분위기를 바꾼 것은 현재 증권사의 PF 채무보증 규모가 자기자본 대비 지나치게 높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부동산 경기 침체 시 증권사가 보증하거나 대출해준 PF가 부실화 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PF란 유전개발이나 공장건설과 같은 대형사업을 추진하는 기업들에 대해 금융회사가 신용이나 담보보다는 프로젝트의 미래 수익성을 기초로 대출을 해주는 사업이다. 부동산 개발사업의 경우에는 금융회사가 사업완료 이후 발생할 미래 현금흐름(주로 분양대금)을 담보로 토지 매입자금이나 건설자금을 시행사에 대출해 주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이러한 부동산 PF는 2004년 이후 주택가격의 본격적인 상승과 금융회사의 대출경쟁으로 급증하기 시작했다. 현재 전 금융업권 통틀어 PF 규모는 약 100조원에 이른다. 업계가 자체적으로 추산한 국내 증권사의 PF 채무보증 규모는 42조4000억원으로 자기자본(58조4000억원)의 72.7% 수준이다. 자기자본 대비 채무보증 비율은 현재 메리츠종금증권(211.5%) 이 가장 높고 한국투자증권(94.7%), NH투자증권(68.6%), 삼성증권(51.0%), 미래에셋대우(38.8%) 순이다.

자기자본 대비 채무보증의 100% 한도 신설만을 놓고 봤을 때 증권사의 부동산PF 영업 여력은 상당 부분 축소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PF에 대한 우려는 지난 2010년 발생한 저축은행의 대규모 부실로부터 시작됐다. 하지만 현재 당국의 증권업 부동산PF에 대한 우려는 위험요인의 구체적인 현황이나 증권사별 위험 익스포저에 근거를 두기보다는 단순 증권업 부동산PF의 양적 성장에 따른 우려에 초점을 둔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PF 위험요인을 따져보려면 총량 보다는 지역과 사업용도, 시공사의 신용등급 및 도급순위 등 부동산개발사업 자체의 위험을 보여주는 특성과 증권사의 보증형태, 여타 기관에 의한 추가적인 신용보강 여부 등을 살펴야 한다. 자본시장연구원이 올해 상반기 분석한 ’증권사의 부동산PF 추이와 위험분석’에 따르면 지난 2010년 저축은행 PF의 대규모 부실화는 경기침체가 아닌 시공사 등 선정 문제가 더 컸다.

당시 저축은행은 부동산PF에서 수도권 비중은 40%, 시공사 선정에 있어서도 저축은행 부동산PF에서 도급순위 50위 이내 시공사의 비중이 10% 수준도 안됐다. 반면 현재 은행이나 증권업의 부동산PF에서 도급순위 50위 이내 시공사의 비중은 50~60%, 수도권 비중은 60~70% 이상으로 큰 차이를 보인다. 이를 종합해보면 증권업 부동산PF 유동화는 2010년 대규모 부실 사태를 불러온 저축은행의 부동산PF 대출보다 충분히 양호하며, 은행권 부동산PF 대출에 가까운 상황으로 볼 수 있다.

물론 부실화를 우려하는 당국의 시각은 타당하다. 하지만 리스크로 회사의 명운이 결정되는 증권사가 막무가내 식으로 PF를 늘렸을 가능성은 다소 낮다고 생각된다. PF 대책은 전체 증권사에 적용하기 보단 회사별 감수능력을 따져봐야 한다.

담당업무 : 보험·카드·저축은행·캐피탈 등 2금융권과 P2P 시장을 담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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