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전국 정비사업서 ‘시공사 교체’ 칼바람 몰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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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전국 정비사업서 ‘시공사 교체’ 칼바람 몰아쳤다
  • 성동규 기자
  • 승인 2019.12.05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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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비 갈등·브랜드 교체 등 사업지별로 속사정도 가지가지
건설사 “수주사업지 관리 소홀하면 언제 뺏길지 몰라 촉각”
올해 전국 정비사업장 곳곳에서 시공사가 잇따라 교체되는 형국이다. 사진은 반포주공1단지 3주구 전경. 사진=연합뉴스 제공
올해 전국 정비사업장 곳곳에서 시공사가 잇따라 교체되는 형국이다. 사진은 반포주공1단지 3주구 전경. 사진=연합뉴스 제공

[매일일보 성동규 기자]  올해 전국 정비사업장 곳곳에서 시공사가 잇따라 교체되는 형국이다. 사업지별로 속사정은 조금씩 다르지만 새로운 시공사를 찾아 지지부진한 사업 진행에 돌파구 찾겠다는 구상은 모두 같다. 정비업계에선 이런 사례가 앞으로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 “불리한 조건 용납 못 해”… 실력 행사 나선 조합

5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신반포15차아파트 재건축 조합은 이날 임시총회를 열고 시공사 계약해지를 안건으로 상정할 계획이다. 조합은 2017년 대우건설을 시공사로 선정하고 고급 브랜드인 ‘푸르지오 써밋’을 도입하기로 했다.

그 이후 임대주택 문제와 사업비에 대한 금융비용 부담 등 계약 조건을 두고 조합과 건설사 간 갈등이 불거졌다. 이는 지난해 부활한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를 피하려고 시공사 선정 과정을 서둘러 진행한 부작용이기도 하다.

결국,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서 시공사 교체 추진하게 됐다. 비슷한 사례는 또 있다. 반포주공1단지 3주구 재건축 조합은 오는 23일 임시총회를 열어 현재 우선협상대상자인 현대산업개발과의 결별을 표결에 부치기로 했다. 

반포 3주구는 지난해 7월 현대산업개발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고 6개월여간 특화 설계안, 공사 범위, 공사비 등을 놓고 협상을 진행했다. 그러나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올해 1월 조합이 시공사 해지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조합원 간 고소·고발이 오가는 등 내홍이 극심해졌다. 

법원이 4월 시공사 지위를 취소하는 임시총회에 대한 효력정지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이면서 사업은 표류했다. 10월 새로 꾸려진 조합 집행부와 신임 조합장은 현대산업개발과 결별하고 새로운 시공사를 유치하겠다는 선거 공약을 내걸어 당선되면서 분위기가 반전됐다.

이미 시공사를 교체한 사업장도 있다. 대림산업을 시공사로 선정했던 대치동 구마을 3지구 재건축 조합은 3월 30일 조합원 총회를 열고 현대건설을 재건축 시공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조합이 시공사 교체에 나선 이유는 계약을 불성실하게 이행했다는 것이었다. 특히 대림산업의 불성실한 자세가 일종의 시간 끌기 수법으로 지난해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를 피해야 하는 조합의 상황을 악용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당시 조합은 조합원들에게 보내는 안내문을 통해 “대림산업은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를 피하기 위해 조만간 관리처분을 해야 하는 조합의 상황을 이용, 조합 길들이기를 하려는 듯 담당자는 전화조차 받지 않고 있다”고 질타했다.

장위6구역 재개발 조합은 삼성물산·포스코건설 컨소시엄을 시공사로 선정한 이후 8년간이나 공사비 증액 문제로 불협화음을 냈다. 시공사에서 제시한 공사비는 3.3㎡당 459만2000원으로 가계약 때 정했던 352만5000원보다 훨씬 높다는 이유였다.

끝내 지난해 8월에서야 시공사 선정을 철회했다. 그해 11월 시공사 재선정 절차가 진행됐고 올해 4월 말 조합원 대다수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으며 대우건설로 교체됐다.

정비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조합들이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와 분양가상한제 등을 피할 수 없게 되자 건축비가 비싸거나 사업 진행이 조금이라도 더디면 시공사를 교체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며 “여러 규제로 정비사업지의 가치가 상승하면서 이런 현상은 더욱 심화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 “인지도 떨어진다” 중소건설사서 1군 건설사로 교체 바람   

중견 건설사와 계약을 해지하고 시공사 재선정에 나서는 특징도 나타났다. 기존에는 사업 규모가 작거나 비교적 사업성이 부족해 1군 건설사들이 외면했으나 최근 정비사업 물량이 감소하면서 상황이 달라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관리처분인가를 거쳐 이주와 철거를 앞둔 부산 범천 1-1구역 도시환경정비사업지가 대표적인 사례다. 2016년 중흥토건이 시공사로 선정됐으나 올해 사업방식이 ‘조합방식’에서 ‘토지등소유자방식’으로 변경되는 과정에서 계약이 해지됐다.

조합원들은 대형 건설사를 시공사로 참여시켜야 재산 증식을 기대할 수 있다고 주장도 내세웠다. 이들의 예상은 현실화되는 모양새다. 이날 열린 범천1-1구역 현장설명회에 현대건설, 대림산업, GS건설 등 16개 건설사가 집결했다.

서울 은평구 신사1구역 재건축사업도 비슷하게 흘러가고 있다. 8월 삼호개발과 시공계약을 해지하고 10월 시공자 선정을 위한 현장설명회를 개최했다. 그 결과 대우건설, 현대산업개발, SK건설, 한화건설을 비롯해 총 15개사가 참여했다. 

조합은 이에 따라 이달 3일 입찰을 마감하고 선정 절차를 진행 중이다. 현장설명회에 참여한 대형사 관계자는 “시공사를 교체하는 사업지는 대부분 사업 진행이 8부 능선을 넘은 사례가 많다”면서 “사업 수주하면 여러 이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울산 첫 원도심 재개발사업으로 주목받았던 중구 복산동 B-05 재개발사업은 분양 직전 시공사 재선정에 나섰으나 진행이 순탄치 않다.

현 시공사는 효성중공업·진흥기업·동부토건 컨소시엄으로 올해 7월 동부토건이 회사 사정상 공동도급지분 40%를 효성중공업에 양도하는 방안을 조합에 검토해달라고 요청하면서 갈등이 시작됐다.

조합은 컨소시엄 변경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9월 10일 대의원 회의에서 시공사를 아예 시공사를 새로 뽑겠다는 강수를 두었다. 바로 다음 날인 11일 시공사 선정 입찰공고를 내는 등 발 빠르게 움직였다. 하지만 입찰 서류를 일부 수정과 보완을 위해 다시 공고를 내기로 했다.

지난달 15일과 25일 열린 입찰 참가자 대상 현장설명회에서도 롯데건설·현대엔지니어링 공동사업단만 단독 참여해 유찰됐다. 이달 3일 진행된 롯데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 컨소시엄에 효성중공업과 진흥기업도 참여했으나 단독 입찰로 유찰되면서 수의계약 조건을 충족하게 됐다.

업계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중소건설사와 계약을 해지하고 대형건설사를 시공사로 선정하면 전보다 많은 이익을 볼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다만 손해배상 등 법정 다툼에 따른 사업 지연과 이자 비용 등을 고려해 어떤 게 더 나은 선택인지 잘 따져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서울 서대문구 홍은13구역 재개발사업 조합은 10월에 라인건설을 시공사 지위에서 물러나게 했고 성북구 보문5구역 재개발 조합은 지난달 14일 호반건설에서 HDC현대산업개발으로 시공사를 바꿨다.

경기 남양주시 진주아파트 재건축 조합은 서희건설과의 분담금 관련 이견을 좁히지 못해 시공사 해지를 논의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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