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라 게 섰거라”…오비맥주, 1위 자리 굳히기 ‘안간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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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라 게 섰거라”…오비맥주, 1위 자리 굳히기 ‘안간 힘’
  • 임유정 기자
  • 승인 2019.12.05 14: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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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사 영업 임원 출신 사장 내정, 카스 및 수입맥주 영업력 강화 모색
뉴트로 트렌드 맞춘 제품 생산, 가격인하, 옛 광고 모델 재발탁 ‘총력’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 맥주가 즐비돼 있는 모습. 사진=임유정 기자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 맥주가 즐비돼 있는 모습. 사진=임유정 기자

[매일일보 임유정 기자] 하이트진로 테라가 맥주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가운데, 오비맥주가 맥주시장 1위를 지키기 위해 안간 힘을 쓰고 있다. 지난 9년간 큰 변동이 없던 맥주 시장 판도가 달라질 조짐을 보이자 막판 1위 굳히기에 나선 것이다.

오비맥주는 영업 전문가인 새 사장을 선임하고 옛 광고모델을 재소환 하는 등 갈수록 좁혀지는 2위와의 격차를 벌리기 위해 제품 생산부터 가격, 마케팅에 이르기까지 전 방위 반격에 나섰다.

5일 주류업계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출시된 하이트진로 '테라'는 2·4분기만 해도 국내 소매점 매출이 349억원에 불과했으나 3·4분기에는 866억원으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이에 따라 테라 맥주공장 가동률도 상승했다. 테라를 생산하는 강원공장과 전주공장의 지난 3·4분기 가동률은 각각 68.9%와 45.7%, 1·4분기 42.3%와 26.1% 대비 급등했다. 업계에서는 테라의 효과로 시장 내 점유율을 계속 확대해나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테라는 출시 후 국내 맥주 중 가장 빠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3월 출시된 테라는 100일 만에 1억병 판매를 돌파한데 이어 여름 성수기에 해당되는 7~8월에는 2억병의 판매고를 올렸다.

초당 14.6병이 판매된 꼴로, 앞서 출시 100일 후 1억병을 판매했던 기간보다 두 배가량 시간이 단축됐다. 테라는 또 소맥을 즐기는 음주 문화에 ‘테슬라(테라+참이슬)’라는 신조어를 유행시키면서 흥행에 고삐를 당기고 있다.

반면 오비맥주는 역성장 중이다. 버드와이저에 속한 오비맥주는 분기 실적을 공시하지 않는다. 버드와이저는 세계 최대 맥주회사 안호이저부시(AB) 인베브를 모회사로 두고 있다.

AB인베브는 동아시아 지역을 한 데 모아 버드와이저 이름으로 홍콩 증시에 상장했는데, 키움증권에 따르면 버드와이저 동아시아(APAC East) 부문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17% 감소한 것으로 추정된다. 동아시아 부문 매출은 우리나라를 포함해 일본, 뉴질랜드 지역의 매출이 포함되는데 오비맥주의 비중이 크다.

아직까지는 국내 소매시장에선 테라 보다 오비맥주 ‘카스’의 매출과 점유율이 더 높다. 닐슨코리아가 조사한 올해 3분기 소매점 매출액 통계에선 카스 후레쉬와 테라의 매출이 각각 3526억, 866억으로, 약 4배 정도 카스 매출이 앞섰다.

이는 소비자들이 백화점, 할인점, 편의점 등의 소매점을 통해 카스를 구매하는 경우가 더 많은 것으로 풀이된다. 가정시장 채널 점유율은 66.3%에 이른다.

그럼에도 맥주시장에서 무섭게 질주하고 있는 테라를 향한 견제는 불가피하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갈수록 1위와 2위 격차가 줄고 있어 두 손 놓고 있다간 어느 순간 추격을 당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2012년 오비맥주가 카스를 앞세워 맥주시장 1위 자리를 탈환한 이후 가장 큰 위기에 봉착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실제로 테라의 시장 점유율이 점차 상승하고 있다는 지표도 나왔다. 메리츠종금증권이 지난달 중순 강남, 여의도 홍대 등 서울 주요 지역 식당에서 설문조사를 한 결과에 따르면 테라의 점유율이 61%, 카스의 점유율이 39%인 것으로 파악됐다. 테라가 출시되기 이전에는 카스의 점유율이 70∼80%를 차지했던 곳들이다.

오비맥주는 최근 카스의 모델로 개그맨 김준현과 가수 손나은을 발탁하고, 카스의 '신선한 맛'을 강조하는 '캬~'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오비맥주 제공
오비맥주는 최근 카스의 모델로 개그맨 김준현과 가수 손나은을 발탁하고, 카스의 '신선한 맛'을 강조하는 '캬~'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오비맥주 제공

오비맥주는 다양한 반격카드를 들고 나섰다. 가장 먼저 내년 1월 1일자로 AB인베브 남아시아 지역 사장인 ‘벤 베르하르’를 신임 사장에 임명하기로 결단했다.

벨기에 출신인 벤 베르하르트 신임 사장은 약 20년간 AB인베브에 재직하며 주로 영업과 물류 분야에서 다양한 경력을 쌓아온 글로벌 맥주 전문가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내년도 오비맥주가 카스를 비롯해 수입맥주 사업에서도 영업력을 대폭 강화할 것이란 관측이다.

가격인하 카드도 꺼내들었다. 지난 4월 5.3% 올렸던 카스의 출고가를 10월 들어 다시 4.7% 낮췄다. 당시 오비맥주는 내년 종량세 시행을 앞두고 국산 맥주의 소비 진작을 위해 대표 브랜드인 카스 맥주의 출고가를 선제적으로 인하한다고 밝혔지만, 무섭게 점유율을 높여가고 있는 테라를 의식해서라는 시각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다.

이밖에도 오비맥주는 점유율을 되찾기 위한 일환으로 광고 마케팅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일례로 최근 떠오른 뉴트로 열풍에 주목, 100% 올 몰트 신제품 ‘OB라거’를 내놓고, 과거 광고 모델인 가수 박준형을 재발탁과 함께 카스 제품 역시 과거 모델이었던 개그맨 김준현을 재소환 하는 묘책을 썼다.

이와 함께 카스 특유의 톡 쏘는 청량감을 강조하는 ‘캬~’ 캠페인과, 맥주 생산일자를 강조하는 ‘신선도’ 마케팅에도 공을 들이는 중이다.

오비맥주 관계자는 “오는 31일 예정돼 있는 카스 블루 플레이그라운드 edm파티와 함께 카스의 신선함을 강조하는 ‘캬~’ 마케팅 등을 필두로 앞으로도 2030을 타깃으로 한 다양한 마케팅 전개를 통해 점유율을 높여 나갈 예정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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