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은성수 금융위원장 말 바꾸기 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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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은성수 금융위원장 말 바꾸기 유감
  • 박수진 기자
  • 승인 2019.12.04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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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박수진 기자] 조령모개(朝令暮改), 아침에 내린 명령을 저녁에 고친다. 꼭 그래야 하면 그럴 수도 있다. 대개는 이보다는 부정적인 의미로 쓰이는 사자성어다. 법령이나 제도가 계속 바뀌어 혼란스럽고 믿음이 없다는 거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말 바꾸기로 도마 위에 올랐다. 취임 세 달째인 그는 파생결합펀드(DLF) 사태에 대한 오락가락하는 발언으로 시장과 금융소비자를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은행이 신탁상품을 팔 수 있는지, 없는지를 두고 손바닥을 뒤집듯이 말을 바꾸는 걸로 보여서다. 은성수 위원장은 얼마 전 DLF 사태 대책을 내놓았다. 은행이 고위험 사모펀드나 신탁 상품을 팔면 안 된다는 거다. 그는 이런 메시지를 얼마 안 돼 뒤집는 것 같았다. 은행권뿐 아니라 정치권에서도 시장을 위축시킬 거라는 우려가 제개돼 그랬다고 한다. 은성수 위원장은 우려를 산 다음 "신탁은 사실상 사모라고 하는데, 신탁을 (공모와 사모로) 분리만 할 수 있다면 (공모신탁을) 장려하고 싶다"고 했다. 시장에서는 판매를 금지하겠다던 신탁 가운데 공모 상품에 대해서는 허용하는 것으로 풀이했다.

은성수 위원장은 얼마 안 돼 너무나 다르게 들리는 이야기를 했다. 그는 "DLF 사태는 은행이 잘못한 것이고, 대책은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해 내놓은 것인데 지금 상황은 마치 반대가 된 것 같다"고 했다. 은행이 DLF 같은 상품을 팔아서는 안 된다는 말로 들릴 수밖에 없다. 은성수 위원장은 "(은행이) 이제 '4% 고수익은 없다'는 식으로 얘기하는데 은행이 그동안 잘못한 것은 (4% 고수익이 아니라) 그 상품에 위험이 있다는 사실을 설명에서 뺀 부분"이라며 "신탁 상품을 봐준다는 것(고위험 신탁 판매 금지 철회)은 말이 안 된다"고 했다. 이러자마자 금융위원회가 '공모상품으로 구성한 신탁 판매를 허용해 달라'는 은행권 건의를 수용하지 않기로 방침을 정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손바닥 뒤집듯이 말을 바꾼 게 처음도 아니다. 은성수 위원장은 10월께 DLF 사태를 두고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다. 자기 책임으로 투자하는 것"이라고 했다. 투자에는 대가가 따른다는 취지였겠지만, DLF로 큰 피해를 본 투자자 사이에서 반발이 거세게 일어났다.

금융위원회는 이를 수습하느라 진땀을 뺐다. "은성수 위원장이 공짜 점심은 없다면서 투자자 책임을 언급한 것은 경기 침체가 되면 연쇄적으로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 그에 대한 컨틴전시 플랜(비상대책)이 준비돼 있느냐는 질문에 대한 답변이다. DLF 사태에 대한 것이 아니다." 당시 금융위에서 내놓는 해명자료다. 투자는 자기 책임 아래 하는 거라는 원론적인 원칙을 밝혔을 뿐 DLS 문제를 특정한 건 아니라는 거다.

정말 그렇게 들렸을까. 은성수 위원장이 이제 막 금융당국 사령탑을 맡기는 했다. 그래도 그는 행시를 거쳐 기획재정부에서 오랫동안 일해온 관료다. 지금처럼 '메시지 관리'가 서투르다면 금융소비자도, 시장도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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