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탁재산 보유세, 수탁자 아닌 위탁자에게 부과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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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탁재산 보유세, 수탁자 아닌 위탁자에게 부과해야”
  • 성동규 기자
  • 승인 2019.12.03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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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 재분배' 종부세 취지 훼손되고 있어
불합리성 개선·징수 효율성 위해 개정시급
서울 강남 일대 아파트 단지 전경. 사진=연합뉴스 제공
서울 강남 일대 아파트 단지 전경. 사진=연합뉴스 제공

[매일일보 성동규 기자] 다주택자가 부동산신탁을 악용, 종합부동산세 중과세를 회피하는 부작용이 나타나면서 제도를 조속히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조세 정의는 물론이고 보유세 인상을 통한 집값 안정이라는 정부 기조와도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3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2014년 개정 지방세법 시행 이후 종부세 회피 가능성 등에 대한 문제 제기가 여러 차례 있었으나 올해 국정감사에서 실제 부작용 사례가 언급돼서야 정부가 부랴부랴 대책 마련에 나섰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정우 의원이 국세청에서 받는 자료를 분석한 결과 공시가격 15억원, 10억원, 8억원 규모의 3주택자가 주택 두 채를 부동산신탁에 맡기면 종부세가 3180만원에서 578만원으로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폐단은 2014년 7월 행정자치부(현 행정안전부)가 신탁재산에 대한 체납처분의 어려움 때문에 신탁재산에 대한 재산세 납세 의무자를 위탁자에서 수탁자로 지방세법을 개정하면서 불거졌다. 

행자부의 결정 배경엔 2008년 국제 금융위기와 연관돼 있다. 금융위기로 부동산개발사업이 파산하면서 과세당국이 부동산개발업자에게 부과했던 재산세가 체납되는 사태가 발생, 신탁업자(수탁자)에게 세금을 물리는 편법을 고안했다. 

세금체납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되자 종부세 회피라는 암초가 드러났다. 신탁재산별로 재산세가 부과되면서 합산과세인 종부세의 효과가 약해졌다. 이런 탓에 2017년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방세법‧종부세법 개정안을 발의했으나 흐지부지되기도 했다. 

관련 전문가들은 신탁재산 보유세인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의 납세 의무를 다시 위탁자로 돌려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김성달 경실련 부동산건설개혁본부 국장은 “신탁재산과 고유재산은 엄격하게 분리돼야 한다”며 “신탁재산 보유세의 납세 의무가 수탁자에 있는 불합리성을 개선하고 지방세 징수의 효율성 제고를 위해 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국장은 “신탁제도는 애초 부동산에 관한 인식을 ‘소유’에서 ‘이용’으로 전환하고 부동산실명제 등 토지공개념을 정착하기 위해서였다”면서 “징세 편의주의에 사로잡혀 소득재분배라는 종부세의 취지가 수년째 훼손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동식 경북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종합부동산세 과세기준금액을 결정함에 있어 기본적으로 수탁재산을 위탁자의 재산으로 간주해 위탁자의 다른 재산과 합산해 과세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이 교수는 “위탁자의 지배를 명백하게 벗어난 것으로 볼 수 있는 사안의 경우에만(법인과세신탁, 사업신탁 등) 수탁자를 납세의무자로 변경하고 이럴 때만 종부세 부과 시에도 위탁자의 다른 재산과 합산과세하지 않도록 개정하는 방안을 추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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