度넘은 청소년 신분증 위조… 업주만 수천만원 벌금 ‘날벼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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度넘은 청소년 신분증 위조… 업주만 수천만원 벌금 ‘날벼락’
  • 나기호 기자
  • 승인 2019.12.02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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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분증 위조·도용 피해 속출, 고가 신분증감별기 자비 부담에도 울상
지자체 행정업무 온도차… 업주들 불만 넘쳐나
민생사법경찰팀이 연말까지 학교 주변 및 유흥업소 밀집 지역 PC방, 노래방 등을 대상으로 집중 단속을 벌이고 있다.(기사와 관련 없음) 사진=연합뉴스
민생사법경찰팀이 연말까지 학교 주변 및 유흥업소 밀집 지역 PC방, 노래방 등을 대상으로 집중 단속을 벌이고 있다.(기사와 관련 없음)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나기호 기자] #1. 경기도 성남시에서 횟집을 운영하는 정승현(38세, 가명)씨는 지난 9월 청소년에게 술을 판매한 혐의로 영업정지 3개월이라는 사형선고에 가까운 처벌을 받았다. 당시 이 가게를 출입한 청소년들은 위조한 신분증을 제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정 씨는 관할 구청에 충분한 서면과 확인절차로 읍소했지만, 해당 구청 직원은 정 씨에게 영업정지 대신 3000만원이라는 거액의 벌금 처분을 결정했다. 정 씨는 “매달 임대료 1000만원, 직원 5명에 대한 인건비 1200만원 등 가게 운영비에 들어가는 고정금이 필요한 상황에서 이 같은 결정은 억울해도 받아들 수 밖에 없다”고 호소했다.

#2. 인천시와 광명시 두 곳에 편의점을 운영하는 김현수(40세, 가명)씨. 김 씨도 지난해 2건, 올해 1건 등 총 3차례나 청소년에게 주류·담배를 팔아 청소년보호법 위반으로 각각 담배판매정지 및 벌금 1000만원 처분을 받았다. 이마저도 진술서와 강력한 항의를 통해 감면된 것이라는 게 김 씨 설명이다. 특히 김 씨는 가짜 신분증을 제시한 청소년의 고의적인 신고로 적발된 사례라 더욱 분노했다. 김 씨는 “법과 행정실태가 정말 개판이다. 신분증 위조에 대한 법적 책임은 훈방, 기소유예 등 미미하게 끝나고, 현실을 뻔히 알면서도 영업정지나 벌금 등의 처분이 내려지면, 결국 우리 같은 소상공인에게 죽으라는 소리나 마찬가지다”고 질타했다. 당시 이 청소년은 위조된 신분증이 몇 차례 먹혀들자 “왜 매번 신분증을 검사하냐, 나 여기 단골이다”고 아르바이트생에게 윽박을 지르기도 했다.

최근 미성년자의 신분증 위조·도용으로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의 무고한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적발된 청소년들은 훈방조치로 끝나는 반면, 업주들은 수천만원에 달하는 처벌이 이뤄져 강도 높은 대책마련이 시급해 보인다.

2일 경찰청 및 관련 업계에 따르면 공문서 위조는 현행 형법 제225조 ‘공문서 등의 위조·변조’에 해당하는 중범죄로,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게 돼 있다. 최근 10년간 주민등록증 및 공문서 위조죄로 검거된 청소년은 1만6800명에 달한다. 2010년~2013년에는 성인 대비 6%대에 불과했지만, △2015년 1865건 △2016년 2068건 △2017년 1748건 △2018년 1467건 등으로 매년 조금씩 증가하는 추세다.

늘어나는 청소년들의 신분증 도용과 위조 행위에 소상공인·자영업자 대응력은 분명 한계가 있다. 청소년에게 술과 담배를 판매해 적발될 경우 청소년보호법에 따라 영업정지 등 행정처분과 함께 2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술의 경우 최근 식품위생법이 시행령이 개정돼, 청소년의 신분증 위조 사실이 입증되면 영업정지 처분을 면제받는다. 다만 적게는 수백만원에서 수천만원씩 달하는 과도한 벌금이 내려져, 여전히 불명확한 행정실태로 곤혹스런 상황에 놓인 업주들이 즐비하다.

담배 역시 마찬가지다. ‘1차 영업정지 2개월→2차 영업정지 3개월→3차 허가취소’ 등의 처분을 내릴 수 있다. 다행이 지난달 29일 신분증을 위조·도용한 청소년에게 담배를 판매해도 영업정지 처분을 면죄하는 담배사업법 일부개정안(자유한국당 김현아 의원)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위원회 대안으로 통과됐다. 이달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와 본회의를 통과 시 공포 후 3개월의 유예 기간을 거쳐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될 전망이다.

최근에는 ‘신분증감별기’를 사용하는 업체들이 늘고 있다. 신분증 검사 입증을 정확히 식별해 혹시 모를 법적인 구제를 받기 위함이다. 하지만 100만원에 달하는 구매비용은 소상공인·자영업자에게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돼 지원책 마련이 절실하다고 입을 모은다.

업주 한 관계자는 “청소년 범죄에 대한 처분은 신분증 위조 같은 중범죄여도 기소유예나 훈방조치로만 끝나는 경우가 많아 오히려 청소년 범죄행위가 늘어나는 형국”이라며 “장사를 연명하는 것도 힘든 시국인데, 모든 법적 책임을 업주에게 돌리는 불합리한 구조는 반드시 개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지자체별 행정업무도 온도차가 심해 업주들이 공감하는 카페나 SNS에서도 불만 섞인 목소리가 넘쳐난다”며 “신분증감별기 지원이나 법적 보호 등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인 관심과 지도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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