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외교전술'에 망신살 뻗은 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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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외교전술'에 망신살 뻗은 南
  • 정치부
  • 승인 2009.04.22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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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개성공단 제도적 특혜, 전면 재검토"
북한 전문가 "한국 정부 행동 어리숙하다"

[매일일보] 북한측은 21일 개성공단에서 열린 남북 당국간 접촉에서 "개성공단 사업을 위해 우리측에 줬던 제도적 특혜 조치들을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통보했다.

구체적으로는 10년간 유예기간을 둬서 2014년부터 지불하기로 했던 개성공단 '토지임대차계약'을 파기하고 지불시기를 앞당겨 2010년부터 지불토록 하겠다는 것과 북측 노동자의 노임을 현실에 맞게 재조정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북한측은 또 개성공업지구 사업과 관련한 기존 계약 재검토를 위해 협상을 시작할 것이며 이에 대해 남측은 필요한 접촉에 성실하게 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정부는 ▲개성 억류자 유모씨의 신병 인도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비방·중상 중지 등을 촉구했다.

정부는 "북한측도 국제사회의 평화와 안정을 희망하고 있다고 믿는만큼 이와 관련된 국제사회의 노력에 동참해야한다"고 요청했다.

정부는 또 그동안 남북간 합의된 상호존중의 입장 아래 북한의 최고당국자에 대한 비난을 하지 않았던만큼 북한측도 이명박 대통령을 '역도'라고 지칭하는 등 비방하는 행위를 즉각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

특히 정부는 개성공단에 억류된 유모씨와 관련, "북한측이 남북합의서를 위반하고 있으니 즉각 우리측에 신병을 인도하라"고 요구했으나 북한측은 "이번 접촉과 무관한 사안"이라며 사실상 거부 의사를 밝혔다.

정부는 접촉 결과를 발표하면서 "오늘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우리 대표단은 억류자의 신변안전을 보장하고 신병을 인수받기 위해 대표단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을 기울였다"고 말했다.

◇ 南 '망신살' 뻗친 北 일방통보 남북 당국 접촉 = 북한의 제의로 21일 개성에서 열린 남북 당국간 접촉은 지루한 릴레이 접촉 끝에 북측의 일방적인 '중대 사안' 통보로 마무리됐다.

북한은 지난 16일 개성공단관리위원회에 '개성공단과 관련해 중대 사안을 통보할 것이 있으니 문무홍 개성공단관리위원장은 개성공단과 관련한 책임있는 정부 당국자와 함께 21일 개성공단으로 오라'고 통보했다.

우리 정부는 이를 수용, 김영탁 개성공단사업지원단장과 김남식 남북회담본부 회담기획부장 등 당국자 6명과 문 위원장을 정부 대표단으로 구성했다.

우리 정부 대표단은 21일 오전 6시30분께 삼청동 남북회담본부에 집결한 뒤 현인택 통일부 장관이 직접 주재한 환송식에 참석했다.

정부 대표단은 "의연하고 당당하게 접촉에 임해 달라"는 현 장관의 당부에 "우리 국민의 신변안전 문제를 최우선으로 하겠다. 돌아와서 접촉 결과를 설명할 때 부끄럽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화답했다. 북한에 억류 중인 현대아산 직원 유모씨의 신병 확보에 대한 결연한 의지를 읽히는 대목이다.

그러나 실질적인 남북 접촉 과정은 그리 순탄치 않았다.

오전 9시2분께 개성공단 내 관리위 사무실에 도착한 우리측 대표단은 전략 방향 등 내부 협의를 진행했다. 당초 오전 중 열릴 것으로 예상했던 것과는 달리 남북 접촉이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신 우리측의 통일부 당국자와 북측의 권한 있는 당국자는 장소와 대표단 명단, 의제 등을 조율하는 등 7차례나 '예비 접촉'을 가졌다.

이같은 예비 접촉은 회담 또는 접촉 전 미리 조율됐어야 하지만 이번에는 전례 없이 아무 것도 통보받지 못한 채 무작정 방북한데 따른 것이다. 이에 북한 측 '외교방식'에 속수무책으로 끌려다녔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우리측은 유씨의 접견권을 끈질기게 요구했지만 북한은 7차례에 걸친 지루한 릴레이 접촉에도 불구하고 "억류자 문제는 이번 접촉과 무관한 사안"이라며 끝내 우리측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았다.

아울러 우리 정부 대표단의 방북 후 12시간여만인 오후 8시35분께 시작한 본접촉은 22분만인 오후 8시57분께 마무리됐다.

본접촉에서 북측은 자신들이 예고한대로 개성공단 운영과 관련해 '개성공단 사업을 위해 남측에 주었던 모든 제도적 특혜 전면 재검토' 및 '기존 계약을 재검토하기 위한 협상 시작'을 일방적으로 통보했다.

우리측은 유씨 신병 인도와 대남 긴장 조성 행위,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비방·중단 금지 등을 촉구하는 입장을 강조했지만 북한은 이를 중간에 제지, 심지어 나중에 우리의 입장을 담은 문서를 반환하기까지 했다.

이러한 남북 접촉 결과에 대해 남북관계 전문가는 예견됐던 일이라고 꼬집었다. 익명을 요구한 이 전문가는 "남북 당국간 대화가 단절됐고 남북관계가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상황에서 관계 개선을 위한 노력 없이 우리 주장을 관철시키기란 쉽지 않다"며 "오늘 우리 정부의 행동은 순진하다 못해 어리숙하게 느껴진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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