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신탁 판매금지 가닥… 고민 커지는 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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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신탁 판매금지 가닥… 고민 커지는 은행
  • 박수진 기자
  • 승인 2019.12.02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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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국 "사모 안에 공모 넣어도 공모 안 돼"
금융권 "복합점포 수익성 타격에 비상구"
금리연계형 파생결합증권(DLS)·펀드(DLF)피해자비상대책위원회, 민주노총, 민변 및 참여연대 관계자 등이 지난달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금감원 앞에서 DLF 사태 관련 금융감독당국의 책임 촉구 및 금융위·금감원·고용보험기금에 대한 공익감사 청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금리연계형 파생결합증권(DLS)·펀드(DLF) 피해자비상대책위원회와 민주노총, 민변, 참여연대 관계자 등이 지난달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DLF 사태 관련 금융감독당국의 책임 촉구 및 금융위·금감원·고용보험기금에 대한 공익감사 청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박수진 기자] 앞으로 공모신탁을 못 판다는 소식이 전해진 은행권에서 고민이 커지고 있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공모상품으로 구성한 신탁 판매를 허용해 달라'는 은행권 건의를 수용하지 않기로 방침을 정했다.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를 계기로 당국에서는 제도 개선을 고민해왔다.

당국은 사모펀드 안에 공모펀드를 넣었다고 사모펀드가 공모펀드가 되지는 않는다는 입장인 걸로 알려졌다. 다시 말하면 공모형 신탁과 사모형 신탁을 사실상 구분할 수 없는 만큼 공모형 신탁을 허용해 달라는 건의는 수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금융당국은 얼마 전 ‘DLF 제도개선 방안’을 발표하면서 고난도 사모펀드뿐 아니라 고난도 신탁상품에 대해서도 은행 판매를 금지하기로 했다. 안정성에 무게를 두는 은행 고객을 대상으로 위험상품을 팔면 피해가 생길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고난도 상품은 구조를 이해하기 어려운 상품 가운데 최대 원금손실률이 20~30%에 달할 수 있는 상품이다.

신탁시장을 놓칠 수 없는 은행권은 서둘러 대책 마련에 나설 걸로 보인다. 가장 아쉬운 건 주가연계신탁(ELT)이다. ELT는 43조원에 육박하는 은행권 신탁 가운데 90% 이상(40조4000억원)을 차지하고 있다. 나머지는 파생결합신탁(DLT)으로 규모는 약 2조5000억원이다. 개별종목 주가나 주가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상품을 주가연계증권(ELS)이라고 한다. 이 상품을 신탁 형태로 팔면 ELT다.

당장 금융권에서는 ‘복합점포’가 판매금지에 대한 비상구 역할을 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금융지주 계열의 증권사가 복합점포에서 은행 고객들의 상품 수요를 증권으로 바로 연계할 수 있어서다.

복합점포란 기존 금융회사의 점포에 다른 업권(은행·증권·카드·보험)의 금융회사들이 소규모 영업소나 부스 형태로 들어와 함께 운영하는 점포다. 2003년 금융지주사 제도가 도입되면서 금융 계열사 간 시너지를 극대화하고 불필요한 비용을 줄이기 위해 도입됐다. 최근에는 디지털 환경 변화로 온라인 및 모바일뱅킹 등 비대면 사용이 늘면서 단일점포는 줄어들고 복합점포가 늘어나고 있다.

금융사들의 복합점포 현황을 살펴보면 KB금융지주가 기업투자금융(CIB) 복합점포 9개, 자산관리(WM) 복합점포 70개를 합해 총 79개로 업계에서 가장 많은 복합점포를 보유하고 있다. 이어 신한금융지주가 은행과 증권의 통합 프라이빗뱅킹(PB)센터인 신한 PWM센터 27개, PWM 라운지 31개, 창조금융프라자 8개를 합쳐 모두 66개를 가지고 있다. 하나금융지주는 은행과 증권을 합친 복합점포 23개, 은행·증권·보험을 합한 복합점포 2곳을 포함해 총 22개 복합점포를 운영하고 있다. 

금융사들은 앞으로 복합점포를 더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올해 초 지주사 전환을 마친 우리금융지주도 증권사가 포함된 복합점포 개설에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위해 증권사와 보험사에 대한 적극적인 인수합병에 나설 공산이 크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사모펀드 판매 규제로 은행권 수익은 줄어들 수 있겠지만, 해당 고객을 증권으로 돌린다면 결국 지주사 수익은 같게 된다”며 “ELT 시장 규모가 큰 만큼 복합점포 수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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