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맹목(盲目)과 극단(極端)이 만들어 내는 괴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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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맹목(盲目)과 극단(極端)이 만들어 내는 괴물
  • 김휘규 공학박사
  • 승인 2019.12.02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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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휘규 공학박사(기술경영학)
김휘규 공학박사(기술경영학)

최근에는 고전(古典)과 인문학(人文學)에 대한 중요성이 많이 강조되고 있다. 어찌 보면 당연하고 일반론적인 주장이긴 하지만 막상 ‘왜’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쉽게 설명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특히 시대적으로 창의성이 강조되다 보니 인문학과 고전이 창의성에 도움이 된다는 식의 주장이 많다. 물론 맞는 말이긴 한데, 뭔가 좀 밍밍한 느낌이 든다.

사전적으로 보면 고전은 여러 뜻이 있지만 ‘오랫동안 많은 사람에게 널리 읽히고 모범이 될 만한 문학이나 예술 작품’이며, 인문학은 ‘인간과 인간의 근원문제, 인간의 사상과 문화에 관해 탐구하는 학문’을 의미한다. 이러한 사전적 의미를 함께 곱씹어 보면 뭔가 중요한 의미를 찾을 수도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결국 고전이니 인문학이니 하는 것들은 소위 ‘인간에게서 드러나는 보편적인 가치를 문화적으로 표현하고 있다’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는 것 같다. 그리고 그 공통점이 바로 고전과 인문학의 중요성을 대변하는 것은 아닐까. 좀 더 쉽게 이해하기 위해 ‘고전인문학(古典人文學)’이란 단어적 개념으로 생각해 보면 그 중요성이 좀 더 쉽게 드러나는 것 같기도 하다.

인간이 존재하면서 보여준 여러 가지 행태들과 그것이 보여준 결과물들, 각 시대별로 갖고 있던 인류의 가치들이 내제한 의미들이 바로 그것이다. 그리고 그것들은 현재를 사는 우리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될 수 있는 것이다. 결국 인간의 삶의 존재와 목적 그리고 미래를 위한 올바른 방향을 찾기 위해서 고전과 인문학은 큰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이다.

때문에 고전과 인문학은 우리 인간이 지닌 욕망체계와 그에 따른 행동 양식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준다.

또한 그에 영향을 주는 사회적, 환경적 요인과 원인들을 쉽게 이해할 수 있게 도와준다. 그런 의미에서 ‘역사는 반복된다’는 모호한 문구보다 ‘인류에게 보편적인 문화적 가치체계가 존재한다’는 것이 현재를 사는 우리에게 좀 더 큰 자극이 될 것이다.

그런데 고전과 인문학을 접하면서 가장 쉽게 발견할 수 있는 인간 공통의 부정적 행동양식 이 바로 맹목(盲目)과 극단(極端)이다. 어찌 보면 맹목이 극단을 이끌어 내는 중요한 요인이 되는 것 같다. ‘맹목적 사랑’, ‘맹목적 신뢰’, ‘맹목적 반목’ 그리고 이를 해소하기 위한 ‘극단적 판단과 행동들’은 항상 연결되고 이는 역사적으로는 각종 비극적 사건으로 표출된다.

그런 의미에서 인간은 항상 맹목을 경계해야 한다. ‘눈이 멀어 이성적 판단이 어려워진 상태’가 되지 않도록 경계해야 하는 것이다. 말과 행동은 사고에 따라 이루어지는 인간이다 보니 더욱 더 극단적이 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하는 것이다. 수많은 고전과 인문학이 우리에게 강조하는 많은 것들 중 가장 기본적인 것 중 하나가 바로 맹목에 따른 극단적 사고와 행동일지도 모르겠다.

갈등 관계가 심화되고 있는 최근의 국내외 여러 갈등 상황을 보면서, 우리가 맹목과 극단에 빠져 이미 여러 차례 겪었던 괴물을 다시 소환해 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고민하게 된다. 괴물을 물리치기 위해 괴물이 되는 실수 말이다. 그래서인지 새삼 고전과 인문학에 대한 관심을 다시금 강조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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