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협상창구 닫고 美에 “우리 조치에 보상 내놓아라” 장기전 태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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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협상창구 닫고 美에 “우리 조치에 보상 내놓아라” 장기전 태세
  • 조현경 기자
  • 승인 2019.12.01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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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4월 시정연설서 장기전 방침 드러내
스톡홀름 협상 결렬 등 실무회담 사실상 거부
美대선·韓총선·日올림픽 등 내년 정세 활용전략

[매일일보 조현경 기자] 북한은 미국과의 협상시한을 연말로 못 박은 뒤 스톡홀름 협상장을 박차고 나오는 등 미국과의 타협 자체를 거부하고 있다. 자신들의 선제적 비핵화 조치에 대한 미국의 상응조치가 나온 뒤에야 협상에 임하겠다는 입장이 확고하다. 미국은 북한의 일방적인 시한 설정이라며 인정하지 않고 있지만, 북한은 자신들의 시간표대로 움직이는 모습이다. 여기에는 비핵화 협상을 장기전으로 끌고 가겠다는 방침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북한은 지난해 미국과 협상의 물꼬를 트기 시작할 때만해도 핵 포기의 조건으로 군사위협 해소와 제도안전 보장 등을 요구했다. 이른바 ‘안보-안보 교환론’이다. 이어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이후 북한은 ‘경제-안보 교환론’으로 방향을 틀었다. 비핵화의 대가로 대북 제재 완화를 요구한 것. 하지만 올 2월 하노이 회담에서 미국이 대북 제재 완화를 거부하자 다시 ‘안보-안보 교환론’으로 복귀했다. 여기에는 미국과의 협상을 장기전으로 몰고 가겠다는 최고 지도부의 결정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장기전 전략은 올 4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 잘 드러나 있다. 그는 “미국이 우리 국가의 근본이익에 배치되는 요구를 그 무슨 제재 해제의 조건으로 내들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와 미국과의 대치는 어차피 장기성을 띠게 되어 있으며 적대세력들의 제재 또한 계속될 것”이라고 했다. 당시 연설에서 김 위원장은 공식적으로는 미국과의 협상 의사를 재확인했지만 북미 협상에 대한 기대보다는 협상 결렬로 인한 제재 장기화에 대비하는 태도를 보였다. 북한에서 장기전에 대비한 자주·자립·자위의 원칙이 보다 강조되기 시작한 것도 이 시점이다.

북한이 장기전을 결정한 데에는 2020년 정세를 활용해 협상을 유리하게 이끌 수 있다는 셈법이 작용했다. 내년 한국에서는 4.15총선이 열리고, 미국에서는 2월 3일부터 대선 레이스가 시작돼 7월말~8월초까지 이어진다. 일본에서는 7월 24부터 8월 9일까지 도쿄올림픽이 열린다. 또 국제사회에서는 5월초 핵확산금지조약(NPT) 창설 50주년 기념 평가회의가 열린다. 북한은 이런 일정을 활용한 압박전술을 구사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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