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 전문가들 "한은 경기낙관론 취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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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 전문가들 "한은 경기낙관론 취해"
  • 이광표 기자
  • 승인 2019.12.01 1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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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갈등 완화ㆍ반도체 회복 가상에 불과"
"재정 확대만으로 내년에도 반전 어려워"

[매일일보 이광표 기자] 한국은행이 경기 낙관론에 취해 있다는 지적이 쏟아진다. 독립적이어야 할 중앙은행이 정부 입장을 방어하느라 급급하다고도 한다.

1일 국내외 민간 기관에서 내놓은 경기 전망과 의견을 살피면 이런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정부 측이나 한은만 2%대 경제성장률을 유지할 걸로 볼 뿐 민간 영역에서는 어림없다고 고개를 젓는다.

새해 살림살이를 꾸려야 하는 기업이나 가계에는 보다 객관적인 전망이 중요하다. 시장에서는 한은이 발표한 올해 성장률 전망치(2%)부터 꼬집는다. 이를 달성하려면 4분기 성장률이 1.0%(전기 대비) 가까이 반등해야 한다.

이번 분기 들어 나온 경기지표는 기대를 어렵게 만들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산업활동동향을 보면 10월 생산과 투자, 소비 관련지표는 모두 마이너스(-)로 떨어졌다. 제조업 경기를 보여주는 광공업생산은 전월 대비 -1.7%를 기록했고, 제조업 평균가동률은 73.2%로 전월 대비 2.3%포인트 하락했다. 설비투자도 기계류 투자 부진으로 0.8% 줄었다.

산업활동 동향 3대 지표가 동반 감소한 것은 8개월 만이다. 한은은 "현재 경기가 바닥을 다지는 모습"이라고 평가했지만, 그렇게 보기 어렵게 만드는 숫자투성이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전망실장은 "4분기 첫 달인 10월 산업활동동향 수치만 봐도 4분기 목표 성장률을 달성하기 어렵다고 본다"고 했다. 그는 "1.7~1.8%까지 떨어질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한은은 "미중 무역분쟁이 더는 악화하지는 않는다는 것을 기본 시나리오로 설정했다"고 밝혔다. 이 역시 지나치게 장밋빛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승석 한국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관세 인하와 수출 증가, 설비투자 증가로 이어지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고 했다.

역시 한은이 낙관하는 근거로 삼은 반도체에 대해서도 더 지켜보아야겠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기저효과가 약해지는 내년 하반기에는 상반기보다 나빠질 것"이라며 "데이터센터 메모리 수요도 미미하다"고 했다. 그는 "내년 성장률은 1.8%에 그칠 것"이라며 "금융위기 이후 성장동력이 사라졌다"고 덧붙였다.

재정 확대도 능사는 아니다. 이미 정부는 재정 투입을 늘려왔고, 한은도 기준금리 인하로 보조를 맞춰왔다. 실효성이 있었는지 의문이 많다. 정부 재정은 올해 475조원에서 내년에는 513조원으로 늘어난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실물지표 개선이 확인되지 않고 있다"며 "경기를 하강시키는 요인은 크게 바뀐 게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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