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혼부부 한숨짓게 하는 ‘신혼희망타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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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혼부부 한숨짓게 하는 ‘신혼희망타운’
  • 성동규 기자
  • 승인 2019.12.01 13: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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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흥장현, 부산기장, 완주삼봉 등 잇달아 입주자모집
낮은 분양가 장점이라는데… 확인해 보니 싸지 않아
소득 기준 낮아 맞벌이 신혼부부에겐 당첨 기회 적어
전문가 “현실적인 상황에 맞춰 조건 수정 필요해”
롯데월드타워에서 바라본 서울 전경. 사진=성동규 기자
‘신혼희망타운’이 신혼부부들에게 원성을 사고 있다. 롯데월드타워에서 바라본 서울 전경. 사진=성동규 기자

[매일일보 성동규 기자] 문재인 정부의 신혼부부 주거복지 상품인 ‘신혼희망타운’이 최근 잇달아 공급되며 본격적으로 추진되는 모양새다. 그러나 신혼희망타운 얘기를 꺼내면 신혼부부는 한숨부터 쉰다. 주거난을 해소하기엔 터무니없이 허술한 정책이란 지적이다.

◇ 인근 시세보다 싸지 않다

1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시흥장현, 부산기장, 완주삼봉 등 3곳에서, 오는 6일 아산탕정에서 신혼희망타운 입주자모집 공고를 한다. 이는 7월 서울 양원지구, 10월 하남감일 등 3곳에 이어 올해 세 번째로 공급되는 신혼희망타운이다.

평균 분양가는 시흥장현(A12) 전용면적 55㎡ 2억7100만~2억9100만원, 아산탕정(2-A2) 전용 55㎡ 1억9100만~2억1500만원·전용 59㎡ 2억300만~2억3000만원, 부산기장(A2) 전용 55㎡ 1억9700만~2억1000만원, 전용 59㎡ 2억1100만~2억2500만원이다.

완주삼봉(A2)에서는 전용 55㎡ 1억4700만~1억6300만원, 전용 59㎡ 1억5700만~1억7500만원에 분양가가 결정됐다. 인근 시세보다 70~80% 낮게 책정된 가격이라는 게 국토부의 설명이지만 실제로 비교해 보면 그렇지도 않다. 

가장 인기를 끌 것으로 보이는 시흥장현 신혼희망타운의 평균 분양가는 3.3㎡당 1700만원 대다. 앞서 이 지역에선 분양한 단지들의 평균 분양가를 보면 2017년 '계룡리슈빌' 3.3㎡당 1144만원, '동원로얄듀크1차' 3.3㎡당 1247만원, '시흥장현 호반베르디움' 3.3㎡당 1201만원 등이다.

지난해 분양한 '제일풍경채 에듀'와 '제일풍경채 센텀' 3.3㎡당 평균 1200만원대, 올해 분양한 '금강펜테리움 센트럴파크' 분양가는 3.3㎡당 평균 1240만원, '동원로얄듀크2차' 3.3㎡당 평균 1279만원이었다.

분양가 자체도 비싸지만 인근 단지가 분양 이후 웃돈이 붙었다는 고려해도 그리 싸지 않다. 지난달 16일 '시흥장현 호반베르디움' 전용 84㎡은 4억3450만원(14층)에 거래됐다. 3.3㎡당 1709만원으로 신혼희망타운 분양가와 사실상 가격 차이가 없다.

이런 탓에 민간 건설사 분양 단지를 택하는 게 더 낫다는 의견이 나온다. 장현동 인근 A공인중개소 관계자는 “평균 분양가를 3.3㎡당 1200만원대로 예상했는데 이렇게 높게 책정될 줄 몰랐다”면서 “구축은 물론 이고 신축 아파트와 비교해도 싼 가격이 아니다”고 말했다.

◇ 맞벌이 부부에겐 그림의 떡이다

청약 조건도 문제로 지적됐다. 신혼희망타운 자격 조건은 3인 가구 기준 전년도 도시근로자 가구당 월평균 소득의 120%인 월 648만원 이하, 맞벌이 부부는 130%인 월 702만원 이하면서 총자산 2억9400만원 이하여야 한다.

외벌이 부부와 맞벌이 부부 소득 조건에 거의 차이가 없다. 외벌이 부부와 비교해 맞벌이 부부에게 더 엄격한 기준이 적용되는 셈이다. 신혼희망타운은 우선공급에 당첨되려면 가구소득과 청약통장 납부 횟수, 해당 지역 거주기간에 따라 주어지는 가점을 높게 받아야 한다. 

맞벌이 3인 가족을 기준으로 월평균 432만원 이하일 때 만점인 3점을 받을 수 있다. 433만~594만원 이하일 때 2점, 595만~702만원 이하일 때는 1점이다. 소득 기준이 낮아 이를 충족하기 쉽지 않다.

소득 기준에 따른 부작용은 실제로 나타났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임종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통계청에서 받은 국정감사 자료를 분석한 결과 맞벌이 부부가 외벌이 부부보다 신혼부부 특별공급(특공)에서 당첨을 받는 게 어려운 것으로 확인됐다. 

특공은 청약 경쟁 없이 주택을 분양받게 한 제도로 소득 기준이 신혼희망타운과 같다. 이렇다 보니 2017년 기준으로 맞벌이 부부 58만6000쌍 중 20만4000쌍(34.8%)이 특공을 신청할 수 없었다. 

외벌이 부부 66만4000쌍 중에선 7만3000쌍(11%)이 기준을 초과한 것과 비교해 3배 이상 많은 수치다. 더욱이 소득 기준을 초과하는 맞벌이 신혼부부 비중은 2015년 32.8%, 2016년 33.5%로 매년 증가 추세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신혼희망타운은 정부의 저출산 타개 대책 중 하나로 일반적인 저소득층 주거공급 대책과 결이 분명히 다르다”면서 “그런데도 맞벌이 부부는 신청조차 어렵다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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