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문서' 나도는 농협중앙회장 선거… 선관위는 뒷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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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문서' 나도는 농협중앙회장 선거… 선관위는 뒷짐
  • 이광표 기자
  • 승인 2019.11.27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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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체없는 찌라시 확산… 유력후보 겨냥한 음해 난무
"유포세력 밝혀내야"… 선관위는 "검토중"만 되풀이
농협중앙회장 출마가 예상되는 특정후보들에 대한 음해로 가득한 괴문서. 사진/매일일보
매일일보가 입수한 농협중앙회장 선거를 둘러싼 괴문서. 특정 출마 예상자에 대한 음해가 가득하다. 사진=매일일보

 

[매일일보 이광표 기자] 농협중앙회장 선거가 출처 모를 괴문서에 휘말렸다. 유포세력을 밝혀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지만,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팔짱만 끼고 있다.

27일 매일일보가 입수한 농협중앙회장 선거를 둘러싼 괴문서는 "존경하는 전남ㆍ북 농협조합장님께"라는 제목으로 시작한다. 더 들여다보면 전북에서 출마할 걸로 보이는 유남영 정읍농협조합장에 대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반대로 다른 지역 후보에 대해서는 비방으로 일관한다.

애초 괴문서는 호남지역 농협조합장에게 배포됐지만, 이내 전국으로 퍼져 논란을 키우고 있다. 우체국에서 발송됐고, '재경 전북농협 향우회 일동'이라는 명의로 돼 있다.

괴문서에 담긴 비방은 이렇다. "경남 강호동 율곡농협조합장은 대출관련 비리로 금감원 중징계가 예상돼 출마 자체가 불투명하다." "충남 이주선 송악농협조합장은 경험과 관록이 출중하다. 하지만 갑질 이권개입과 상임이사 연결고리(선거자금 조달)가 제보될 경우 검찰 수사로 낙마할 것이다." "경기 여원구 양서농협조합장은 지난 선거에서 이성희 후보를 지지했지만, 이번에 끝까지 완주해 2차(결선투표)에서 우리 쪽으로 힘을 합치는 작업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괴문서를 접한 예비후보자 측에서는 발끈하고 있다. 실체도 없는 의혹이라는 거다. 괴문서에서 지지를 호소해준 대상인 유남영 조합장도 "나를 죽이려는 위장된 찌라시"라고 성토했다. 유남영 조합장은 "우리 쪽에서 보낸 편지처럼 위장했고 내용을 들여다보면, 내가 아닌 특정후보가 덕을 보기 위한 문구가 있다"며 "누군가를 배신자로 만들고 누군가를 권력과 결탁한 사람으로 만들어 싸움을 붙이고 있다. 이런 쪽에 도가 튼 사람이 있어 의심이 간다"고 했다. 그는 "중앙선관위도 괴문서를 본 것으로 안다. 검찰이나 경찰에서 괴문서 하나 가지고 얼마나 중요하게 조사할지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경남에서 출마가 점쳐지는 강호동 조합장도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못했다. 강호동 조합장은 "선거 시작 전부터 실체도 없는 의혹으로 상대 후보를 비방하는 구태가 되풀이되고 있다"며 "심증은 가지만 선관위에서 할 일이다. 정정당당하게 발전을 위한 대안을 내놓고 토론하는 선거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 그는 "지금도 또다른 찌라시가 계속 생산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선관위가 고발 조치를 해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과거에도 농협중앙회장 선거는 번번이 혼탁ㆍ과열 양상을 보여왔다. 전국에 흩어진 대의원 조합장으로부터 지지를 얻어야 당선될 수 있어서다. 1차 투표에서 과반 득표자를 못 냈을 때 치르는 결선투표에서도 번번이 합종연횡이 이뤄져왔다.

정책선거는 뒷전이다. 투표권도 없는 퇴직자가 유언비어 유포에 깊숙이 관여한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현직 임직원도 마찬가지로 줄서기에 뛰어든다고 한다.

중앙선관위는 선거 공정성을 높이려고 직원을 파견해 상주시키고 있다. 하지만 '실적'은 없다. 상호 비방전이나 괴문서 살포가 이어져도 어느 것 하나 명쾌하게 정리하지 않고 있다.

선관위 관계자는 "괴문서 내용은 알고 있다"며 "검찰에 수사를 의뢰할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고, 검토하고 있는 단계"라고 밝혔다.

한 예비후보자는 "선관위가 무관용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대처해야 한다"며 "이번에도 눈감으면 흑색선전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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