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금융범죄, 야바위꾼 단속에 치우치기 보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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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금융범죄, 야바위꾼 단속에 치우치기 보다는…
  • 이승익 기자
  • 승인 2019.11.26 11: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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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범죄합동수사단 등 150명 모인 증권 불공정거래 단속 증권거래소 워크샵
사전대책 점검,구조적 선제대응 보다는 사후적발에만 촛점…피해는 개미들의 몫
사진= 이승익 유통중기부장
사진= 이승익 유통중기부장

[매일일보 이승익 기자] 서민들에게 주식투자는 로또이자 희망이다. 워렌 버핏 같은 분들이야 기업의 실적과 재무제표를 보고 투자 한다 하지만 대한민국 대다수의 봉급쟁이나 자영업자들에게 주식은 기업의 현재가치보다 미래가치 투자의 영역에 더 가깝다.  정  미래가치라도 없다면 재료를 억지로 만들어서라도 개미들은 주식투자를 한다. 

때가 되면 정치테마주가 기승을 부리는 것도 이러한 투자심리가 작용하기 때문이다. 내년 총선도 불과 몇개월 안남았으니 서서히 황아무개씨를 비롯한 정치권 유명인사 관련주들이 요동을 칠 것이다. 그래서 꿈을 먹고사는 주식시장에서 인위적 주가조작은 어쩌면 필요악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렇다고 자본시장을 교란시키는 주가조작 행위를 두둔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니 섣부른 오해는 말아주시길.

최근 탐사보도 채널인 뉴스타파와 MBC PD수첩이 공동 기획한 ‘죄수와 검사’ 시리즈가 여의도 증권가를 강타했다. 못보신 분들을 위해 간단 내용을 정리하자면, 검찰과 사채업자,기업사냥꾼,코스닥 기업 대표,주가조작 사범들의 커낵션을 여과없이 보여준 탐사기획 보도였다. 대한민국 자본시장의 민낯을 그대로 보여준 그야말로 영화 보다 더 영화같은 내용이었다. 간만에 언론이 자본시장의 ‘범털’을 잡았다. 같은 언론인으로서 박수 갈채를 보내고 싶다. 

얼마전 여의도에서는 이같은 내용을 뛰어넘는 라임자산운용 사태가 터졌다. 무자본 기업사냥꾼들과 자산운용 대표, 대형 금융기관이 동원돼 ‘폰지식 다단계 금융상품’을 은행 창구에서 펀드로 둔갑해 판매한 초대형 금융 게이트가 터진 것이다. 이렇게 시중에 팔린 펀드상품 금액만 5조원이 넘는다고 하니 과연 금융당국은 누구를 위해 존재했는지에 대한 의구심을 불러 일으킨다.   

지난주 한국증권거래소는 국내 자본시장에서 활개치는 기업사냥형 불공정 거래 근절을 위해 국내 금융당국 및 시장감시 규제기관들이 한자리에 모여 워크샵을 개최했다. 특히 최근 급증한 기업사냥형 무자본 인수·합병(M&A)과 관련한 증권범죄에 대해 강력 대응해 시장 건전성을 높이는 데 방점을 둔 세미나였다. 

이날 워크샵에는 증권선물위원회, 서울남부지검 금조부, 증권범죄합동수사단, 금융감독원,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위원회 등 국내 주요 기관들의 실무책임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자본시장 감시 기능과 규제를 강화해 최근 점점 대형화되고 지능화되는 거래 유형을 근절하겠다는 의지를 모았다.

이날 자리에 참석해 여러 관계자들과 이야기를 나눈 기자는 뭔가 개운치 못한 생각이 머릿속에서 맴돌았다. 이날 논의된 주된 내용은 사전점검 시스템이나 구조적인 문제점 해결보다는 이미 피해가 커질대로 커진 기업범죄에 대한 사후적 적발에 초점을 둔 논의가 전부였기 때문이다. 물론 워크샵의 주제 자체가 그러하다 보니 이날 워크샵 관계자들을 탓할 이유도 없다. 불철주야 자본시장을 지키는 금융당국 관계자들의 노고 또한 폄하하고 싶지는 않다.

다만, 라임사태나 무자본 M&A기업범죄가 터진 후 이들을 처벌하는 것에만 논의가 끝난다면 과연 개인투자자들의 피해는 누구의 몫이 되는가라는 아쉬움만 들 뿐 이다. 숲은 보지 않고 나무만 처다 보는 금융당국의 미시적인 대처 방안도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라임사태만 하더라도 여의도에서는 이미 1년전부터 지금의 사태가 터질것이라는 소문이 돌았다. 사전 시그널은 이미 시장에서 충분히 예견됐지만 금융당국은 이를 알면서 외면했는지 아니면 아예 몰랐던지 둘 중 하나다.

알면서 외면했어도 문제고 아예 몰랐다면 더더욱 큰 문제가 된다. 금융당국은 사모펀드이기 때문에 사전 관리감독 권한이 없다는 말만 지금도 되풀이한다. 조국 관련 사모펀드도 그러했고 라임이 운용했던 펀드도 사모펀드라는 애매한 금융용어로 변신해 법의 사각지대에서 누구의 감시도 받지 않았다.

저잣거리 시장에는 열심히 사는 상인도 있고 야바위꾼도 있다. 술과 웃음을 파는 주막의 주모도 있다. 이들이 모여 하나의 시장을 만든다. 그래서 시장은 자본주의를 상징한다. 하지만 시장의 판을 엎고 룰을 뒤엎는 조폭들이나 부정부패 관료들은 엄중 단속해야 한다. 

이날 기자가 본 한국증권거래소의 워크샵은 시장의 고질적인 병폐와 생태계를 교란하는 대형 포식자들은 외면한채 야바위꾼들만 단속하는데만 집중된 논의의 장이었다. 이러한 미시적인 시각으로만 접근한다면 자본시장은 오히려 건전화되기 이전에 피폐해져 파괴될 것이다. 야바위꾼, 주모라고 해서 사회악, 역기능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이들로 인해 시장을 찾아 오는 이들도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16년 부터 자본시장 불공정거래 근절을 위해 금융당국 관계자들이 모인 이번 4회차 증권거래소의 워크샵이 내년에는 좀 더 큰 그림의 해법을 찾을 수 있는 성숙된 자리가 되길 갈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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