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4차 산업을 가로막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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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4차 산업을 가로막는 것
  • 고영상 변호사
  • 승인 2019.11.24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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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영상 엔케이 법률사무소 변호사
고영상 엔케이 법률사무소 변호사

중소기업기술정보진흥원 산하 혁신센터에서 매달 중소기업, 벤처기술기업을 운영하는 대표들과 법률상담을 한다. 법률상담이라는 것이 당연히 분쟁을 전제로 하는 만큼 회사를 운영하는 대표들의 여러 애로사항을 들을 수 있다. 언론에서 흔히 접하는 ‘정부규제’라고 예상했지만 의외로 업계에 만연된 모럴해저드, 정부부처의 감독 부실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기업의 특허, 디자인 등을 무단으로 모방하고 영업비밀을 침해하는 사례가 빈번하다는 것이다. 과장, 허위 광고가 난무하고 바이럴 마케팅을 이용하여 부당하게 경제적 이익을 취하려는 회사들이 있는데도 이를 감시, 제지하는 방법이 없다고 하소연한다. 소위 4차 산업에서 새로운 유형의 상거래는 계속하여 개발되지만, 이러한 거래가 제대로 작동하고 소비자들이 피해를 입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준비는 뒤처지기 마련이다. 이는 과학기술 발전에 따른 어쩔 수 없는 과정이므로 업계에서 스스로 자정하는 노력이 수반되어야 한다.

최근 크라우드펀딩이 젊은 세대에서 유행이다. 크라우드펀딩이란 자금이 필요한 회사가 인터넷 등을 통해 불특정 다수로부터 필요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방법이다. 우리나라에서 크라우드펀딩을 중개하는 대표적인 회사로 와디즈, 텀블벅 등이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본래 의미의 크라우드펀딩 보다는 제품을 판매하는 수단으로 이용된다. 문제는 크라우드펀딩으로 판매한 제품에 하자가 있거나 아예 제품을 받지 못하는 경우에 있다. 일반적인 방법에 의해 제품을 구입했다면 환불, 교환이 용이하나, 크라우드펀딩에 의하면 그 절차가 어렵고 수수료가 공제된다. 엄밀히 말하면 크라우드펀딩은 원금 손실의 위험을 감수하는 것이기 때문에 일반적인 제품 판매와 성격을 달리한다. 또한 이를 규정하는 명확한 법령이 없고 관련 규정을 어디까지 적용해야 하는지 이론이 있어 소비자를 보호하기에 미흡하다.

최근 이러한 플랫폼을 이용하는 사용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면서 그에 비례하여 부작용도 속출되고 있다. 정상적인 방법으로 판매가 불가능할 수준의 제품을 판매하고, 심지어 사기 범죄의 의심이 드는 펀딩도 있다. 자본력은 부족하지만 기술력이 좋은 회사의 제품을 판매한다는 취지가 무색하게 외국회사의 단순한 모방제품을 판매하는 것도 다반사이다.

이러한 문제점을 지적해도 크라우드펀딩을 중개하는 회사는 펀딩을 신청하는 회사 신용상태 내지 제품에 대해 구체적으로 감시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며 책임을 회피한다. 크라우드펀딩을 중개하는 회사들은 펀딩의 기준을 엄격하게 제한하면 수수료가 감소하고 매출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어 자율적인 감시를 기대할 수 없다. 이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전가된다.

크라우드펀딩은 기술력이 있지만 자금이 부족한 기술벤처기업에게는 단비와 같은 제도이다. 다만 이러한 제도가 본래 취지와 달리 운영되어 양심 없는 회사와 이를 중개하는 회사의 이익 추구의 수단으로 이용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펀딩에 참여하는 회사의 재무건전성을 파악, 공시하고 제품이 특허법 등 법령에 위반되거나 하자가 있는지에 대한 기본적인 검사 의무를 중개회사에 부과하여야 한다. 중개회사가 이를 해태하거나 고의로 은폐할 경우 형사처벌은 물론 상당한 금액의 과징금 부과처분을 하는 것도 필요하다.

4차 산업의 도래 및 육성은 피할 수 없는 흐름이다. 다만 이러한 경향이 법률 및 정부부처감시의 공백을 이용하여 일부의 부당한 이익을 취하기 위한 수단으로 변질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업계의 자발적인 자정이 어렵다면 관련 법령을 개정하여 성실히 기술을 개발하고 제품을 판매하는 회사와 이를 응원하는 선량한 소비자들이 피해를 입는 것을 방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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