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사 단행, 신·구권력간 힘겨루기 ‘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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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사 단행, 신·구권력간 힘겨루기 ‘한판’
  • 김영욱 기자
  • 승인 2013.01.29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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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당선인 “국민 비판 피하기 어려울 것”

[매일일보] 이명박 대통령이 임기 1달여 앞두고 특별사면을 단행했다.

이 대통령은 29일 최측근인사인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 천신일 세중나모여행 회장, 김효재 전 청와대 정무수석 등 55명을 대상으로 특사를 단행했다.

청와대는 법과 원칙에 따라 특사를 단행했다고 밝혔으나 정권을 창출한 대통령 측근이 대거 포함되며 ‘임기말 보은 특사’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특히 이 대통령이 박 당선인이 이에 대한 ‘두 차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특사를 단행해 향후 신·구정권간의 갈등이 표면화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전 청와대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이러한 내용의 설특별사면 즉석 안건을 재가했다.

특사 대상에는 이 대통령의 최측근인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 천신일 세중나모여행 회장과 박희태 전 국회의장, 서청원 전 미래희망연대 대표, 김효재 전 청와대 정무수석 등이 포함됐다.

용산참사 관련 수감자 6명 가운데 ‘전문 시위꾼’으로 분류된 1명을 제외한 나머지 5명도 특별사면 대상에 포함했다.

그러나 이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전 국회부의장, 이광재 전 강원지사 등은 이번 사면 대상에서 제외됐으며, 김윤옥 여사의 사촌오빠인 김재홍 전 KT&G이사장도 친인척 배제 원칙에 따라 특사에서 빠졌다.

박근혜 당선인측의 특사반대 요청에도 거듭 특사 강행의지를 피력해온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이번 특사의 원칙을 설명하는 데 상당한 시간을 할애했다.

박 당선인측이 임기말 특별 사면을 ‘권력 남용’, ‘국민의 뜻을 거스르는 행위’ 등으로 규정하고, 여당에서도 비판기류가 확산되면서, 특사가 마치 신구권력간 힘겨루기 양상으로 비춰지는 데 따른 부담감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은 “우리 정부 출범시 사면권을 남용하지 않을 것이고, 재임중 발생한 권력형 비리에 대한 사면은 하지 않겠다고 발표한 적이 있다”며 “이번 사면도 그 원칙에 입각해서 실시했다”고 거듭 강조했다.

특히 “투명하고 법과 원칙에 맞는 사면을 위해 처음으로 민간위원이 다수 포함된 사면심사위원회를 통하는 등 진일보한 절차를 거쳐왔다”고 말했다.

이어 “친인척은 배제한다는 원칙과, 임기중 발생한 저축은행 민간인 사찰 연루자는 제외한다는 원칙에 입각해서 (특별사면 심사를) 진행해 왔다”고 이번 특사가 권한남용이 아니라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하지만 이번 특사대상에 이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최 위원장, 천 회장 등이 포함된 것은 이번 특사가 과연 법과 원칙에 따라 진행된, 불편부당한 것이었냐는 비판을 부를 것으로 보인다.

방통대군으로 불리는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은 이 대통령의 집권에 기여한 정치멘토이자 책사이고, 천신일 세중나모여행 회장 역시 이 대통령과는 고려대 동문으로 사석에서 이름을 부를 정도로 막역한 사이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이 특사대상에 정치멘토와 막역지우를 포함한 것은 결국 현정부 집권에 공헌한 이들에 대한 인간적인 정리가 상당부분 작용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배경이다.

두 사람 모두 70대의 고령으로 이번에 사면을 받지 못할 경우 박근혜 정부에서 특사를 받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도 한몫을 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날 특사가 확정된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은 파이시티 인허가와 관련해 8억원을 받은 혐의로 작년 4월30일 구속된 이후 수감생활을 해왔다. 방통대군으로 통하는 그는 이 대통령 집권의 일등공신으로 지난해 대법원 상고를 포기하면서 형이 확정됐다.

세무조사 무마 청탁 대가로 47억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된 천신일 세중나모 회장은 작년 11월30일 파기 환송심에서 징역 2년에 추징금 30억9400여만원을 선고받았다. 작년 11월30일 파기환송심 선고 당일 재수감됐으며, 재수감되면서 대법원 상고를 포기했다.

천 회장은 특히 고 노무현 대통령의 경제적 후원자로 정·관계에 든든한 인맥을 형성했던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과 호형호제를 하고 지내는 등 야권 인사들과도 막역한 사이여서 가장 유력한 특사대상으로 거론돼 왔다.

이 대통령은 2008년 6월 취임 100일 특별사면을 비롯해 2009년 12월 이건희 삼성그룹회장 1인 사면, 이날 사면을 비롯해 지금까지 일곱 번의 특별사면권을 행사했다

이에 대해 박 당선인은 “국민적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강력한 유감을 표명했다.

조윤선 당선인 대변인은 이날 오전 서울 삼청동 금융연수원 공동기자회견장에서 현안브리핑을 갖고 “이번 특사에 부정 부패자와 비리사범이 포함된 것에 대해 박 당선인이 큰 우려를 표시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조 대변인은 “이번 특사강행 조치는 국민의 여론을 무시하고 대통령의 권한을 넘긴 것으로 국민적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윤창중 인수위 대변인도 “이번 특별사면에 대한 조치는 대단히 유감스럽다”며 “부정부패와 비리 관련자들에 대해 사면을 강행한 것은 국민적 지탄을 받을 것”이라고 유감을 표명했다.

윤 대변인은 특히 “대통령직 인수위 대변인은 대통령 당선인을 대변하는 자리”라고 언급하며 이번 특사에 대한 입장 발표가 박근혜 당선인의 의중을 담은 것임을 시사했다.

박 당선인은 전날에도 조윤선 대변인을 통해 “박 당선인은 언론에 보도되는 임기말 단행되는 특별사면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갖고 있다”며 반대 입장을 재차 분명히 했다.

여야도 한목소리로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통합당 측은 박 당선인 역시 이번 사면과 무관하지 않다고 날을 세웠다.

이날 정성호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공식브리핑에서 “이 대통령이 마지막까지 오만과 독선, 불통으로 일관하는 철면피한 행태에 경악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국민이 위임한 권력을 국가와 국민들을 위해 쓰지는 못할망정 오직 자신들의 사욕과 안전을 챙기는데 쓴 이 대통령은 반드시 역사의 심판을 받을 것”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박기춘 원내대표도 원내대책회의에서 “조선시대 임금도 이런 무도한 짓은 하지 않았다.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를 지키고 명예로운 퇴임을 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한편 새누리당 측도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인제 새누리당 의원은 이날 한 라디오프로그램에 출연, “대통령 개인으로서 정신적으로 부담이 많은 분들을 좀 도와줘야 되겠다는 이런 생각 있을 수도 있지만 나라의 법치를 확립한다는 차원에서 잘못된 선택”이라고 말했다.

김성태 새누리당 의원도 사면 발표 직전 한 인터뷰에서 “(사면제도의) 취지대로 국민적 화합이나 또 형사사법제도의 경직성을 완화할 목적으로 행사돼야 되는데 대통령 측근 사면은 (이뤄진다면) 그 어느 한쪽으로도 해당되지 않는 것”이라고 에둘러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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