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지는 자영업자… 부채 질 하락에 위험지표 빨간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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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너지는 자영업자… 부채 질 하락에 위험지표 빨간불
  • 이광표 기자
  • 승인 2019.11.21 16: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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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영업자 대출 경제 뇌관 가능성
자영업 가구 경제적 지위도 추락
자영업자들이 소득은 줄고 대출은 늘며 신음하고 있다. 사진은 자영업 가게들이 밀집한 명동 거리. 사진/연합뉴스
자영업자가 늘어나는 빚, 줄어드는 소득에 신음하고 있다. 사진은 자영업자 가게가 빽빽하게 들어서 있는 서울 명동 거리.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이광표 기자] 자영업자가 무너지고 있다. 눈덩이처럼 쌓이는 악성부채에 폐업이 줄짓는다.

21일 한국은행과 통계청이 내놓은 자료도 이를 다시 한 번 확인시켰다. 3분기 전국 2인 이상 가구 소득 증가율은 2.7%로 전년 동기와 전 분기에 비해 저마다 1.1%포인트와 2%포인트 낮았다. 여기에 '경제뇌관'으로 불리는 가계빚도 사상 처음 1570조원을 넘어섰다.

길어지는 경기 부진에 자영업자 폐업은 늘어나고 있고, 3분기 사업소득은 통계 작성 이후 가장 큰 감소폭을 보였다. 최저임금 인상에 내수불황까지 겹치는 바람에 이중고를 겪고 있는 것으로 풀이됐다.

자영업자 등의 사업소득 감소로 인해 전국 가구의 소득 증가율도 지난 2분기에 비해 둔화됐다. 정부가 세금을 투입해서 직접 일자리를 만드는 사업을 늘렸고, 기초연금 인상ㆍ근로장려세제(EITC) 지급 확대 등으로 인한 공적 이전소득 증가세도 이어지고 있지만, 자영업자 부진이 정부 정책 효과를 반감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런 사업소득 감소가 오래 지속되면서 자영업자의 경제적 지위도 하락하고 있다. 소득 5분위에 속했던 자영업자가 4분위, 3분위로 내려가는 형태의 지위 변화가 잦다는 이야기다.

박상영 통계청 가계수지동향과장은 "경기 부진으로 가구 사업소득이 크게 감소했고, 전체적으로 소득증가율 둔화로 나타났다"며 "자영업자 경제적 지위가 하락하는 추세가 광범위하게 관찰된다"고 말했다.

자영업자들의 추락은 비단 소득의 문제만이 아니다. 가계 빚의 증가 흐름도 심상찮다. 가계 빚이 분기마다 사상 최대치를 갈아치우는 가운데 자영업자 대출은 1년 만에 20조원 넘게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경기 부진으로 가계 사정이 나빠져 문을 닫는 자영업자가 늘고 있고, 버티는 자영업자 또한 빚으로 연명하고 있다. 기준금리 인하에도 시장금리 상승으로 대출금리까지 오름세를 나타내고 있어 부채는 더욱 악성화할 수밖에 없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은행 기업대출 중 자영업자들이 주로 빌리는 개인사업자 대출 잔액은 지난 9월 말 기준 332조3000억원으로 전년 동기(309조1000억원)보다 23조2000억원(7.5%) 증가했다. 1년 전 개인사업자 대출 증가율(9.5%)과 비교하면 둔화하긴 했으나 같은 기간 가계부채 증가율(4.9%)과 비교하면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자영업자 대출 증가세도 가팔라지는 모습이다.

지난달 KB국민ㆍ신한ㆍ우리ㆍKEB하나ㆍNH농협은행 등 주요 은행 5곳의 개인사업자 대출 잔액(237조4274억원)은 한 달 전보다 2조198억원 늘어났다. 지난해 8월(2조909억원) 이후 1년 2개월 만에 가장 큰 증가액이다.

서정호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자영업자가 밀집된 도ㆍ소매업과 숙박ㆍ음식점업에서 개인기업의 5년 생존율은 저마다 24.6%과 18.8%로 업종 평균치를 밑돌고 있다"며 "전반적으로 자영업자 부채의 질이 낮아지고 있고, 지난해부터 리스크 지표가 크게 악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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