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훈련 연기도 안 통했다...연말 비핵화 담판 앞두고 몸값 더 높인 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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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훈련 연기도 안 통했다...연말 비핵화 담판 앞두고 몸값 더 높인 北
  • 조현경 기자
  • 승인 2019.11.19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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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철 "온갖 위협 깨끗이 제거된 다음에야 비핵화 논의"
美선 "北 자신의 패 과신...트럼프 강경노선 회귀할 수도"
김영철 북한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위원장. 사진=연합뉴스
김영철 북한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위원장.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조현경 기자] 북한이 연말 협상시한을 못박은 상태에서 몸값을 더욱 높이고 있다. 한미 군 당국이 이달로 예정돼 있던 한미연합공중훈련을 전격 연기하며 북한을 협상장으로 이끌려고 했지만 통하지 않았다. 오히려 북한은 협상 재개의 선결조건으로 대북 제재 등 북한에 대한 모든 압박을 완전하게 제거하라고 요구하고 나섰다. 미국 내 전문가들은 한미가 훈련을 양보하자 북한이 자신감에 넘쳐 오판하는 것이라며 트럼프 행정부가 강경노선으로 회귀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19일 김영철 북한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위원장은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발표한 담화에서 "미국이 합동군사연습 연기를 그 누구에 대한 배려나 양보로 묘사하면서 마치 저들이 조선반도(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에 기여하는 것처럼 생색을 내고 있다"며 "우리가 미국에 요구하는 것은 남조선(한국)과의 합동군사연습에서 (미군이) 빠지든가 아니면 연습 자체를 완전히 중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합동군사연습이 연기된다고 해 조선반도의 평화와 안전이 보장되는 것이 아니며 문제해결을 위한 외교적 노력에 도움이 되는 것도 아니다"라고 했다.

김 위원장은 이어 "미국이 조미(북미) 대화에 관심이 있다면 어째서 대화 상대방인 우리를 모독하고 압살하기 위한 반공화국 인권 소동과 제재압박에 그처럼 악을 쓰며 달라붙고 있는가"라며 "비핵화 협상의 틀거리 내에서 조미 관계 개선과 평화체제 수립을 위한 문제들을 함께 토의하는 것이 아니라 조미 사이에 신뢰구축이 먼저 선행되고 우리의 안전과 발전을 저해하는 온갖 위협들이 깨끗이 제거된 다음에야 비핵화 문제를 논의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미국 대통령이 1년도 퍽 넘게 자부하며 말끝마다 자랑해온 치적들에 대해 조목조목 해당한 값을 받을 것"이라고 했다. 

북한의 이 같은 몸값 높이기는 스톡홀름 협상에서 의도적으로 협상장을 박차고 나온 뒤 갈수록 노골화되고 있다. 올 2월 하노이 2차 북미정상회담에서 미국에게 굴욕을 당한 일을 다시 반복하지 않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미국이 자신들의 요구를 받아들이겠다고 담보한 뒤에야 협상장에 들어가겠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방미 중인 김연철 통일부 장관은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와 2시간가량 면담한 뒤 "미국도 협상의 성공을 위해서 여러 가지 검토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북한의 몸값 높이기에는 재선을 앞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들의 요구를 수용할 수 밖에 없다는 계산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미국은 북한과의 대화를 위해 한미공중훈련을 전격연기, 북한의 셈법이 들어맞는 모양새다. 하지만 북한의 요구 수준이 더욱 높아지면서 비핵화 협상 자체가 무산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994년 제네바 합의 때 미국 측 회담 대표였던 로버트 갈루치 전 국무부 북핵 특사는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자신의 패를 과신하는 것 같아 우려된다"고 트럼프 대통령이 강경노선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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