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美中 선택의 시간이 다가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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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美中 선택의 시간이 다가 온다
  • 이상래 기자
  • 승인 2019.11.19 1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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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이상래 기자] 만나는 기업인마다 올해 경영하기 힘들다고 한다. 강대국 틈에 낀 한국의 지정학적 위치가 장단점이 있지만 올해는 단점이 부각된 시기기 때문이다.

미중 무역갈등 양상이 봉합되기보단 장기적 경쟁 구도로 갈 것이라는 전망이 높아져 한국은 선택을 요구받고 있다. 미국에 편에 서느냐. 중국의 편에 서느냐를 결정해야 할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는 것이다.

그동안 한국은 미중에게 선택을 요구받지 않았다. 중국이 경제, 군사 분야에서 빠른 속도로 성장했지만 미국에 직접적 위협을 느끼게 할 정도는 아니었기 때문이다.

후진타오 전 주석 시대까지 중국은 도광양회(韬光养晦) 자세로 힘을 키웠다. 도광양회는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때를 기다리며 실력을 기른다’를 뜻한다. 일찌감치 대국이었지만 노골적으로 미국 위주의 세계 질서에 반기를 들지는 않았다.

하지만 시진핑 시대 중국은 다르다. 시진핑은 집권하자 ‘중국몽(中國夢)’을 꺼냈다. 동아시아 질서를 주도했던 중국의 과거 영광을 되찾자는 꿈이다. 시진핑 주석은 중화주의로 표현되는 민족주의를 내세워 미국 질서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시 주석이 세계 패권 국가로 도약하기 위해 주력하는 분야는 크게 군사, 경제 두 가지다. 시 주석은 집권 후 기회가 있을 때마다 대규모 사열을 받아 중국의 군사력을 전 세계에 과시했다.

시 주석은 ‘제조2025’로 대표되는 정부 주도의 중국경제 굴기를 주도했다. 중국 제조2025는 정부가 2025년까지 10대 제조업에서 자국기업을 글로벌 선도기업으로 육성하겠다는 계획이다. 이 제조2025 지원 분야는 비단 제조업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미래사업인 5세대 이동통신(5G), 전기차 베터리, 인공지능(AI) 등도 포함된다.

중국의 공개적 패권 도전은 미국의 태도를 바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책 중 중국에 대한 강경한 태도로 일관된 것에 대해서는 미국 공화당-민주당 이견이 크지 않은 분위기다. 미국인들 사이에도 중국 위협이 상당하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미중 대결이 단기간에 종결되지 않을 것으로 본다. 미국 내에서는 이번에 중국의 기세를 꺾어놓지 못하면 앞으로 다시 기회가 없을 것이란 우려가 확산 중이다. 그렇다고 중국도 물러설 수 없는 상황이다. 시진핑 지도부가 장기집권을 위해서 중국 인민의 공공의 적이 필요하다. 그 공공의 적이 바로 미국이다. 시진핑 지도부가 미국에 양보하고 미중 패권 전선에서 이탈할 수 없는 것은 내부적 정치적 이유도 상당한 것이다.

결국 미중의 대결구도가 장기화 흐름으로 가면서 한국은 선택을 요구받고 있다. 결국 한국기업도 그 선택의 영향을 받게 된다. 이미 국내 기업은 중국 사드 후폭풍을 경험했다. 혹자는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 전략으로 가자고 한다. 하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것은 낙관적 희망에 불과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경제와 군사 모두 경쟁하는 미중이 과연 한국의 이런 이중적 행태를 용납하겠냐는 것이다.

국내 기업에게 사실 미중은 모두 포기할 수 없다. 하지만 선택이 요구된다. 국내 기업의 생존이 위협받고 있는 것이다. 이 난관을 극복하기 위해 모두가 지혜를 모아야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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