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라임스캔들, 대형금융기관과 공모한 ‘폰지 게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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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라임스캔들, 대형금융기관과 공모한 ‘폰지 게이트’ 
  • 이승익 기자
  • 승인 2019.11.18 07: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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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0년대 폰지사건, 다단계 금융사기 대한민국 금융시장의 데자뷰
DB,신한,우리,KB 대형금융사,펀드 판매 수수료 매출만 급급하다 화 키워
금융감독원은 수수방관 '우린 책임 없어' 개인 투자자들 피해만 눈덩이
이승익 유통중기부장
이승익 유통중기부장

[매일일보 이승익 기자] 찰스 폰지(1882~1949)는 이탈리아인으로 1903년 미국으로 건너온 뒤 허황된 꿈을 좇으며 도박과 낭비를 일삼다가 전과자가 됐다. 거리의 탕아로 살았지만 머리 만큼은 비상했던 폰지는 1919년 국제우편 요금을 지불하는 대체수단인 국제우편 쿠폰이 당시 제1차세계대전을 겪으면서 변동폭이 심했던 환율을 적용하지 않고 전쟁 전의 환율로 교환되는 점을 눈여겨 봤다. 이점을 착안한 폰지는 해외에서 이를 대량으로 매입한 뒤 미국에서 유통시켜 차익을 얻는 사업을 구상했다. 거기까진 좋았다.

그후 공격적인 투자를 받기 위해 폰지는 45일 뒤 원금의 50%, 세달 뒤 원금의 100%에 이르는 수익을 지급할 것을 약속하고 투자자를 모집하기 시작했다. 투자자들은 약정된 수익금이 지급되자 재투자를 하며 자신의 지인을 2차 투자자로 소개하기까지 이르렀다. 이 소문이 미국 전역에 퍼져 더욱 더 많은 투자자들이 몰려들기 시작했고 투자 총액이 몇 달 만에 막대한 규모로 불어났다. 폰지는 덕분에 몇 개월 만에 무일푼에서 갑부가 되며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유명 인사가 됐다.

그러나 이 사업의 실상은 나중에 투자한 사람의 돈으로 먼저 투자한 사람의 수익을 지급하는 금융피라미드였다. 여기에 보스턴우체국에서 폰지가 운영하는 방식의 국제우편 사업을 허용한 전례가 없으며, 국제우편쿠폰을 환전하는 데는 폰지가 투자자들에게 약정한 기일보다 훨씬 더 오래 걸린다는 의혹을 제기함으로써 불안해진 일부 투자자들이 투자금을 회수하기 시작했다.

이로써 폰지의 사업은 모래성처럼 순식간에 몰락, 1920년 폰지는 결국 파산신고를 하고 사기혐의로 구속되었으나 미리 로비를 해뒀던 정관계 인사들의 막대한 힘을 빌려 보석으로 풀려났다. 이후 폰지는 1925년 플로리다주에 부동산 거품이 일 때 유령회사를 차려놓고 같은 방식의 사기 행각을 벌이다가 다시 체포돼 징역 9년형을 선고받았다. 이로부터 '폰지사기'는 이른바 금융피라미드의 원조로 언급되며, 오늘날 다단계 금융사기를 가리키는 말로 통용되게 됐다.

지난 2008년 미국 나스닥증권거래소 회장을 지낸 버나드 매도프가 금융사기로 FBI에 체포되어 다시 한번 ‘폰지사기’가 인구에 다시 회자됐다. 매도프는 1960년 자신의 이름을 딴 증권사 버나드매도프LLC를 설립한 뒤 20년 가까이 신규 투자자의 돈으로 기존 투자자에게 수익금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최대 650억 달러에 달하는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폰지사기 행각을 벌였다.

우리나라도 이러한 종류의 ‘폰지사기’ 역사는 결코 미국에 뒤지지 않았다. 지난 박정희 정부 시절 대한민국 건국이래 최대 부도수표 사태로 이름을 날린 장영자가 그러했고, 2000년대 초반 무자본 M&A로 악명을 날린 코스닥 기업범죄의 시초 정현준,진승현 게이트가 그러했다. 또 다단계 모집으로 수 많은 개인투자자들을 자살로 몰고간 조희팔,주수도 등 희대의 악명 높은 다단계 사기꾼 회장들도 그들의 뒤를 이어갔다.

웃지 못할 사연이지만 10년전, 당시 경제부 기자였던 필자의 장모도 가족과 주변 지인자금을 모두 끌어들여 이같은 금융피라미드 사기의 수억대 희생냥이 됐으니 무슨 말이 더 필요 하겠는가. 그때 참혹했던 가족의 피해는 말로 다 표현하지 못할 정도였다. 가족간의 다툼은 물론 처가 식구들 대부분은 우울증을 앓았다.

최근에는 가상화폐 다단계 금융사기까지 등장했다. 수법은 더욱 고도화 돼 간다. 하지만 시대가 흘러도 변하지 않은 이들의 공통점은 폰지사기와 같이 정관계 인사들이 항상 그들의 배후에 있었고, 사기꾼들을 대신한 신뢰가 필요한 자리에는 대형금융사들이 이를 대신해 고수익 재테크 펀드라는 이름으로 버젓이 은행창구에서 팔려 나갔다. 이러한 펀드는 월급 모아 재산증식을 꿈꾸는 우리 주변 가족들에게 교묘히 판매 되고 있었던 것이다.

최근 코스닥 시장이 라임자산운용 사태로 또 다시 엄청난 소용돌이에 휩싸였다. 아랫돌 빼서 윗돌 메꾸는 방식으로 라임자산운용은 짧은 만기에 연 5% 수익을 투자자들에게 꼬박꼬박 안겨줬다. 물론 투자자들에게 돌려준 수익의 대부분은 KB,DB,우리,신한금융과 같은 대형금융사들이 개인들에게 판매한 펀드 자금이었다. 

어렵고 교묘하게 파생 계약 상품을 만들고 판매하는데 적극 가담한 이들 대형금융사와 돌려막기에 적극 가담한 라임의 이중대인라움,포트코리아 자산운용에 대해서도 금융감독원은 어떠한 사전 점검도 하지 못한 채 사태를 이 지경까지 키웠다. 

라임 사태의 한 축에는 코스닥시장의 무자본 기업사냥꾼들도 있었다. 이들은 라임자산운용이 고위험 고수익의 메자닌(CB,BW) 사채에 투자 한다는 법의 사각지대를 이용하여 상장폐지 위험에 노출된 한계기업들을 무자본으로 인수해 라임으로부터 대규모 투자를 받게 했다. 심지어 강남 화류계에서는 이들 사냥꾼들이 하루에도 수차례씩 룸싸롱을 옮겨 다니며 주가조작 회의를 했다고 한다.

이유인 즉슨 여성접대부들에게 우회적으로 주가조작 정보를 흘려 개미 투자들에게 소문이 퍼지도록 유인한 것이다. 이들은 이렇게 금융사로부터 투자받은 돈을 유흥비와 주가조작의 비용으로 탕진했다. 이로 인해 강남에서는 두명의 유흥접대부 아가씨가 이들의 장난질에 휘말려 주식 역정보를 듣고 투자해 빚더미에 앉아 자살했다는 소문도 들린다.  

2020년이 다가오는 대한민국의 금융시장은 또 다시 과거로 회귀했다. 매년 되풀이 되는 코스닥기업 사냥꾼들의 모럴헤저드, 펀드 판매 수수료에만 급급해 책임을 뒤로 하는 대형금융사들과 사모펀드 구조상 사전 대책 마련의 권한이 없었다고 일관하는 금융감독원, 그리고 지금도 배후에 숨어 그들을 비호하는 정관계 인사들을 취재해 나가는 과정에서 필자는 우리 주변의 폰지 사기가 영원히 풀지 못할 되돌이표가 아닌가 하는 한숨만 나온다.

지금이라도 금융당국은 잘못이 없다는 책임 회피만 남발하지 말고 이러한 역사가 되풀이 되지 않도록 하루빨리 대대적인 조사 착수와 근본적인 관리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이러한 폰지사기가 발생했을때 항상 최종 피해자는 우리의 친구,형제 또는 연로한 부모님들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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