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예대율에 펀드 판매금지까지… 은행 내년 수익률 ‘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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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예대율에 펀드 판매금지까지… 은행 내년 수익률 ‘비상’
  • 박수진 기자
  • 승인 2019.11.17 1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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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 시중은행 연간 신탁수수료 수익만 8500억
판매요건 강화에 제재 겹쳐 수수료 급감 예상
예대율 규제 강화로 이자수익 기대도 어려워
자료=제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자료=제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매일일보 박수진 기자] 새해 은행 살림살이가 팍팍하겠다. 깐깐해지는 예대율(예금 대비 대출) 규제는 이자수익을 줄일 수 있고, 큰돈을 벌어주던 고위험 펀드는 판매금지를 당했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고위험 금융상품 투자자보호 강화 방안'(금융위원회 14일 발표)이 시중은행 실적에 적지 않은 타격을 줄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금융당국이 내년부터 시행하기로 한 신 예대율 규제 또한 마찬가지다.

◆짭짤했던 수수료 수익 감소 불가피

은행은 앞으로 고위험 금융상품 투자자보호 강화 방안에 따라 사모펀드나 주가연계펀드(ELF), 주가연계신탁(ELT)을 팔 때 더욱 엄격해진 제한을 받는다. 공모펀드와 비슷한 기초자산과 손익구조를 가진 사모펀드는 이제 공모와 같은 규제를 적용하기로 했다. 사실상 공모펀드인 상품을 사모 형태로 팔면서 규제를 피해왔다고 보아서다. 8월부터 불거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가 대표적이다.

은행권 밥그릇은 크게 줄어들 수 있다. 사모펀드시장 규모는 상반기에만 수백조원에 달했다.

제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은행과 금융투자협회로부터 받은 자료를 보면 사모펀드 수와 설정액은 올해 6월 말 저마다 1만1397개와 380조원을 기록했다. 펀드 수는 2015년에 비해 27%(2423개) 증가했고, 설정액도 90%(180조원) 늘었다. 이 가운데 파생형 사모펀드 설정액은 2015년 17조900억원에서 올해 32조3000억원으로 89% 증가했다.

16개 시중은행이 최근 5년 동안 판매한 증권형 파생상품도 꾸준히 증가해왔다. ELT와 파생결합신탁(DLT), ELF, DLF 판매액은 2015년 30조원 남짓에서 올해 8월 7일까지 49조8000억원으로 증가했다. 가입 건수도 같은 기간 66만8000여건에서 100만건으로 뛰었다.

4대 시중은행인 KBㆍ신한ㆍ하나ㆍ우리은행이 2018년 신탁 수수료로 벌어들인 돈만 8500억원에 달했다. 고위험 사모펀드 판매금지는 곧장 수수료 수익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

서영수 키움증권 연구원은 "규제가 금융시장 변화를 유도할 것"이라며 "120조원대 파생결합증권시장 자금 가운데 상당액이 이탈하겠고, 사모펀드시장도 위축될 것"이라고 했다.

◆가계대출 움츠러들면 이자수익 뚝

신 예대율 규제도 수익성을 훼손할 수 있다. 금융당국은 내년 1월부터 예대율을 산정할 때 가계대출 가중치는 15%포인트 높이고 기업대출 가중치는 15%포인트 내리기로 했다. 가계대출을 억제하는 반면 기업에 더 많은 자금을 대겠다는 것이다. 예대율이 100%를 초과하는 은행은 대출에 제한을 당한다.

시중은행 예대율은 3분기 말 평균 96.2%를 기록했다. 2018년 말보다 2.3%포인트 낮아졌지만 4분기가 시작되는 10월부터 가계대출 규모가 다시 늘어나기 시작했다. 예대율 관리에 빨간불이 켜진 이유다.

시중은행이 새로운 예대율 규제에 맞추려면 가계대출 속도를 줄이고, 중소기업 대출을 최대한 확대해야 한다. 은행 수익성뿐 아니라 건전성에도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이야기다. 중소기업은 경기에 따른 실적 변동성이 커 가계대출보다 높은 연체율을 기록해왔다.

내년 경기 전망이 밝지 않다는 점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 한국금융연구원은 얼마 전 '2020년 경제 및 금융 전망' 보고서에서 "은행업이 저금리ㆍ저성장 기조 속에 수익성이 줄어들 것"이라며  "특히 순이자마진(NIM) 악화가 우려된다"고 했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도 최근 경제전망 자료에서 저성장ㆍ저금리 기조에 따른 성장 둔화를 예상했다.

은행도 새 수익원을 스스로 찾아야 할 때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사모펀드 판매 제재와 새 예대율 도입으로 주수입원인 이자수익을 기대하기 힘들어진 것은 사실"이라며 "해외시장 공략을 비롯한 수익원 다각화에 집중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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