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사모펀드 문턱 천천히 낮추었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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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사모펀드 문턱 천천히 낮추었어야
  • 홍석경 기자
  • 승인 2019.11.14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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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홍석경 기자] 손쉽게 투자할 수 있게 문턱을 낮춘 사모펀드와 파생상품이 결국 사고를 쳤다. 8월부터 원금손실 우려를 낳은 파생결합펀드(DLF)는 모두 200여개다. DLF 상품 잔액은 현재 6700억원가량이고, 이 가운데 약 5800억원이 손실구간에 진입했다. 지금까지 확정된 손실액만 669억원으로 집계됐고, 단기적으로 예상하는 추가 손실액도 3513억원에 달한다.

사모펀드도 말썽이다. 라임자산운용이 갑자기 환매를 중단하는 바람에 투자자와 갈등을 빚고 있다. 관련펀드 설정액은 연내 1조3000억원대로 불어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그래도 사모펀드 순자산은 얼마 전 사상 처음 400조원을 돌파했다. 이는 공모펀드 순자산 252조원보다 1.6배가량 많은 돈이다. 이런 현상은 사모펀드시장 활성화 정책과 연관이 깊다. 그간 금융당국은 '사모펀드 규제 완화를 통한 혁신성장 지원'에 공들였다. 토종 사모펀드 육성과 국내 혁신성장을 지원하기 위해 사모펀드는 장려돼 왔다. 금융당국은 2015년 10월 자산운용사 자기자본 요건을 낮추었고, 회사 설립 요건도 인가제에서 등록제로 완화했다.

전문투자자 기준도 마찬가지다. 일반인이 고위험 상품에 접근하기가 쉬워졌다. 자본시장법(시행령)을 줄기차게 고친 결과다. 사모펀드 활성화를 위해 연소득 1억원 이상이거나 거주주택을 제외한 순자산이 5억원 이상이면 전문투자자로 인정하기 시작했다. 

정부는 모험자본을 육성하고 중소ㆍ벤처기업 투자를 활성화해야 한다. 이런 이유로 사모펀드 활성화 정책을 펼쳐온 점도 타당해 보인다. 하지만 개인 자산이 모험자산 육성을 위한 담보로 쓰인다면 제약도 따라야 한다. 위험성을 알렸다는 것만으로 면죄부가 주어져서는 안 된다는 이야기다. 지나치게 투기적으로 설계돼 있는 상품이라면 처음부터 판매자나 구매자 모두에게 강한 규제를 적용해야 할 것이다.

사모펀드로 몰리는 돈은 앞으로 더욱 늘어날 공산이 크다. 0%대 성장률과 0%대 금리를 이르는 '제로 이코노미'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공모펀드보다 높을 수익률을 제시하는 사모펀드는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

그렇지만 우리 사모펀드나 파생상품 역사는 그리 긴 편이 아니다. 시장이 커지는 데 비례해 투자경험이 성숙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했다. 사모펀드 진입장벽이 낮아지기 시작한 것은 2~3년밖에 안 됐다. 금융에서 은행이 차지하는 비중 역시 우리나라는 금융 선진국보다 훨씬 크다. 건전한 투자문화가 자리를 잡으려면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

물론 사모펀드도 공모펀드처럼 가입에 앞서 상품 위험성에 대한 설명을 의무적으로 들어야 한다. 그래도 허점이 더 많다. 사모펀드 가입 절차는 공모펀드처럼 까다롭지 않다. 애초 사모형 상품은 사적인 계약에서 유래하기도 했다. 가입은 손쉬운 반면 사모펀드 상품구조는 대개 공모펀드보다 복잡하다. 어려운 금융용어도 훨씬 많이 나온다. 긴 설명을 듣더라도 사모펀드나 파생상품을 제대로 이해하는 사람이 적은 이유다.

즉, 스스로 투자를 결정했고, 그에 앞서 설명을 들었더라도 당국이 책임을 다했다고 볼 수는 없다. 금융시장은 경제를 떠받치는 근간으로 안정성을 잃으면 피해는 걷잡을 수 없게 커진다. 사모펀드나 파생상품 문턱을 낮추더라도 과속은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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