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조현경 기자] '인사가 만사’라는 원칙은 보수대통합에서도 유효한 듯하다. 한국당 황교안 대표는 지난 10일 ‘보수통합 협의기구’인 통합추진단 단장에 원유철 의원을 내정하고 유승민 대표가 이끄는 ‘변화와 혁신을 위한 비상행동’(변혁)을 최우선 통합 대상이라고 밝혔다. 이에 당 안팎에서는 즉각 원 의원의 적격 여부를 두고 논란이 불거졌다. 권성동 의원은 “원 의원이 통합추진단장을 맡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며 황 대표에게 메시지를 보냈고, 심재철 의원 또한 황 대표와 마주한 회동에서 통합추진단장에 원 의원을 내정한 것을 재고해 보는 것이 어떻겠냐는 취지로 말했다고 한다.
원 의원과 유 대표 간 사연은 널리 알려진 일이다. 두 사람은 새누리당 시절 국방위를 같이했고 유 대표가 원내대표로 나섰을 때는 유 의원이 정책위의장으로 함께하는 등 사이가 돈독했다. 하지만 유 대표가 이른바 '배신의 아이콘'으로 박근혜 당시 대통령에게 찍히면서 원내대표 자리에서 쫓겨난 뒤 원 의원은 원내대표 자리를 물려받아 새로운 친박 실세로 거듭나며 사이가 소원해진 것으로 알려졌다. 유 대표 주변에서는 원 의원이 유 대표의 뒤통수를 쳤다고 보는 사람도 있다. 황 대표 주변에서 계속해 원 의원을 교체해야 한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실제로 변혁 내부에서는 ‘원 의원을 임명한 황 대표의 속을 알 수 없다’는 분위기다. 보수통합을 향한 한국당의 진정성에 의문을 품는 사람들도 있다. 그런데 황 대표는 “변혁 측에서 원 의원을 원했다”며 오히려 논란을 키웠다.
황 대표는 앞서 총선 인재영입에서도 논란을 자초한 바 있다. 황 대교가 ‘공관병 갑질’ 박찬주 전 육군대장을 ‘인재영입 1호’ 대상으로 점찍으며 사단이 났다. 황 대표는 박 전 대장 영입에 반대하는 한국당 기류에 맞서 “가장 귀한 분”이라며 삼고초려해 데리고 왔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결국 당 내부의 극심한 반대와 쓴소리에 박 전 대장의 영입은 무산됐으나 한국당은 큰 상처를 입었다. 여기에 이자스민 전 의원까지 탈당해 정의당으로 가는 일이 겹치면서 박 전 대장 사건은 한국당에게 더욱 뼈아픈 일이 되고 말았다.
이처럼 내년 4월 총선이 불과 5개월 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도 한국당은 인사문제에서 계속 헛다리를 짚고 있다. 당장 총선이 눈앞에 다가오고 있고 이를 위해 보수통합이라는 큰 산을 넘어야 하는 상황은 이해가 간다. 그러나 無信不立(무신불립)이라고 했던가. 이럴 때일수록 신중에 신중을 더해 사람을 선택해야 한다. 지금의 한국당은 역량 있는 인재들을 발굴하고 인재를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인적자원 관리가 우선 급선무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