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안착 실패 ‘코리아 세일 페스타’… 소비자 “그게 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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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안착 실패 ‘코리아 세일 페스타’… 소비자 “그게 뭔데?”
  • 임유정 기자
  • 승인 2019.11.10 11: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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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5회차 ‘2019 코리아세일 페스타’ 1일 시작
첫 민간 주도 행사, 할인폭 미미·홍보 부족 ‘지적’
9일 서울시 중구에 위치한 명동 거리의 모습. 사진=임유정 기자
9일 서울시 중구에 위치한 명동 거리의 모습. 사진=임유정 기자

[매일일보 임유정 기자] “코리아 뭐요? 그게 뭔데요?”

지난 9일 서울시 중구 올리브영 명동 직영점에서 만난 이민경(30대·여)씨는 “코리아 세일 페스타 기간임을 알고 있냐”는 기자를 향해 이렇게 반문했다. 쇼핑 안내를 돕는 내부 직원 역시 생소한 듯 “코리아 세일이요?”라며 놀라 물었다. ‘대한민국 최대 쇼핑 축제’를 표방하는 코리아 세일 페스타의 의의가 무색했다.

코리아 세일 페스타(이하 코세페)는 국내외 650여개 유통·제조·서비스업체가 함께하는 국내 최대 쇼핑 축제다. 정부 주도 하에 탄생한 행사이고, 그간 진행도 정부가 맡아왔다. 2015년 메르스 사태 후 소비 진작과 내수 활성화를 위해 시작됐다.

정부는 올해부터 민간 추진위원회를 만들어 최대한 정부 손을 빼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이는 ‘관제 행사’ ‘억지 세일’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위한 조치다. 지난 1일부터 오는 22일까지 전국 오프라인 매장과 온라인에서 동시에 진행하는 이번 코세페는 기간도 미국 블랙프라이데이와 중국 광군제에 맞춰 기존 10일에서 3주로 대폭 늘렸다.

요란한 시작과 달리 현장 반응은 싸늘했다. 국내 ‘쇼핑 명소 1번지’ 답게 명동 거리 곳곳에는 쇼핑을 즐기기 위해 오가는 관광객들로 붐볐지만 코세페 기간임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플랜카드나 홍보물을 발견하기는 어려웠다. 올해 5회차를 맞으면서 주최측 기대 역시 한껏 부풀어 오른 모습이었지만 현장 열기는 좀처럼 달아오르지 않았고, 안착에 실패했다는 비판에서도 자유롭지 못했다.

설상가상 코세페 행사 자체를 모르는 쇼핑객이 다수를 차지했다. 명동 거리 안내원 장문혜(40·여)씨는 “서울시 관광협회 소속이라 코리아 세일 페스타 기간임을 인지하고 있다”면서 “요즘 경기가 워낙 안 좋으니까 잘 됐으면 하는데, 홍보가 잘 이뤄지지 않아 코세페에 대해 묻는 사람이 하루에 한명 볼까 말까 하는 정도다”고 설명했다.

특히 명동 곳곳에 무분별하게 이뤄지고 있는 자체 브랜드 세일도 코세페와 구분 짓는데 큰 혼선으로 작용했다. 실제 명동거리 내 화장품·의류 매장 대부분 ‘50% 할인’ ‘1+1 행사’ 등이 적힌 포스터로 가게 입구와 창문을 빼곡히 도배한 모습이 유행처럼 퍼져있었다. 한 로드샵 화장품 매장 직원(30대)은 “이번 행사는 코리아 세일 페스타와 무관한 자체 브랜드 행사다”고 강조했다.

9일 서울시 중구에 위치한 롯데백화점 본점 면세점에서 중국인 관광객들이 쇼핑을 하기 위해 줄을 서 있는 모습. 사진=임유정 기자
9일 서울시 중구에 위치한 롯데백화점 본점 면세점에서 중국인 관광객들이 쇼핑을 하기 위해 줄을 서 있는 모습. 사진=임유정 기자

두 시간 후인 오후 1시께 인근에 위치한 백화점과 면세점으로 발길을 옮겼으나 분위기는 별반 다르지 않았다. 신세계와 롯데 두 백화점·면세점 모두 예년처럼 코리아 세일 페스타를 대대적으로 홍보하는 포스터는 찾아볼 수 없었다. 매장 안에는 손가락마다 쇼핑백을 하나 둘 걸어 든 쇼핑객만 오갈 뿐 코세페에 따른 들뜬 분위기를 감지하긴 어려웠다.  

다만 이들 백화점은 층간 이동을 위한 에스컬레이터에서 보이는 좌우 벽면 전광판에 행사 연계 사항을 안내하는 것으로 홍보를 대신했다. 그러나 이 마저도 눈여겨보지 않으면 알아차리기 힘든 수준이었다. 때문에 자발적으로 행사에 참여하거나 인지하고 있는 쇼핑객은 드물었다. 한 중국인 통역사(30대·여)는 “단체로 움직이기 때문에 에스컬레이터를 이용할 일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고객의 행사 참여를 이끌어 낼 수 있는 점원들마저 페스타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다. 메디힐 마스크팩 직원(40대·여)은 “코리아 세일 페스타에 대해 알지 못하면 본사에서 설명을 들은 바도 없고, 문의를 하는 고객도 없었다”면서 “자세한 문의는 내국인 전용 안내데스크를 이용해 달라”고 답했다.

같은 날 미국의 블랙프라이데이, 중국의 광군제와 비교하면 갈 길이 멀다는 의견도 나왔다. 롯데백화점 안에서 만난 한 외국인 관광객 부부는 기자를 향해 “There is a still long road ahead of us compare to American BFD (미국 블랙프라이데이와 비교하면 갈 길이 먼 것 같다)”고 말했다. 미국의 블랙프라이데이를 벤치마킹했지만 혜택은 평소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런 가운데 코리아세일페스타 주최측 관계자는 회를 거듭할수록 더 나아질 것을 예고했다. 이 관계자는 “홍보물의 경우 각 지자체와 날짜를 협의해 홍보물을 부착을 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지역별로 홍보물 부착 기간이 다르다”면서 “홍보물을 제작 부착하는 일이 다 기업 내 자체 비용과 연관돼 있어 온라인 위주로 광고를 많이 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어 “매 회 페스타 기간이 끝난 후 회의를 거쳐 더 나은 방향을 모색하고 발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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