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 품을 새 주인, ‘승자의 저주’ 피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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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나 품을 새 주인, ‘승자의 저주’ 피할 수 있을까
  • 박주선 기자
  • 승인 2019.11.10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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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금성자산 4210억원 불과…총 부채 9조6000억원·부채비율 660%
애경 vs 현대산업개발 팽팽한 2파전 속 승자의 저주 우려
누가 인수해도 재무적 어려움 불가피…매각 후 강도 높은 구조조정 예상
아시아나항공 본 입찰 마감일인 지난 7일 서울 강서구 오쇠동 아시아나항공 본사 로비에 모형 비행기가 전시되어 있다. 사진=연합뉴스
아시아나항공 본 입찰 마감일인 지난 7일 서울 강서구 오쇠동 아시아나항공 본사 로비에 모형 비행기가 전시되어 있다.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박주선 기자]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놓고 애경그룹 컨소시엄과 HDC현대산업개발 컨소시엄이 2파전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둘 중 누가 인수를 해도 정상화까지 적지 않은 진통이 예상된다는 전망이 나온다. 아시아나항공의 총 부채가 9조원이 넘는데다 일본 노선 수요 감소 등으로 현재 항공업계 업황이 좋지 않은 탓이다.

금호산업은 지난 7일 아시아나항공 매각 관련 최종 입찰에서 모두 3개의 컨소시엄이 입찰서를 접수했다고 밝혔다. 매각 최종 입찰에는 예비입찰 때와 마찬가지로 애경그룹-스톤브릿지캐피탈, HDC현대산업개발-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과 KCGI-뱅커스트릿PE 컨소시엄이 참여했다.

이번 인수전에는 시장의 기대를 모았던 SK, GS 등 대기업의 깜짝 참여는 없었다. KCGI도 시장에 파급을 일으킬만한 전략적 투자자(SI)를 확보하지 못하면서 사실상 애경그룹과 현대산업개발의 2파전으로 압축됐다.

아시아나항공은 대한항공에 이어 국내 2위 대형항공사(FSC)로, 70여개에 달하는 국제선을 보유하고 있는 글로벌 항공사다.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은 아시아나항공을 일컬어 ‘시장에 두 번 다시 없을 매물’이라고 평하기도 했다.

그러나 일각에선 2파전을 벌이고 있는 애경그룹 컨소시엄과 HDC현대산업개발 컨소시엄 중 누가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해도 ‘승자의 저주’를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는데 드는 금액이 적지 않은 데다 부채까지 떠 안아야하기 때문이다.

아시아나항공의 인수에 필요한 자금 조달 규모는 1조5000억~2조5000억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4500억원 수준으로 추산되는 구주 인수대금에 8000억원 이상의 신주 발행액, 여기에 경영권 프리미엄을 더하고 자회사 통매각까지 합친 금액이다.

여기에 9조원이 넘는 부채는 부담 요인이다. 올해 상반기 말 기준 아시아나항공의 단기성차입금은 1조7028억원에 이른다. 반면 현금성자산은 4210억원에 그친다. 총 부채는 9조6000억원에 달하고, 올 3월부터 변경된 회계감사기준 적용으로 부채비율은 659.5%나 된다.

아시아나항공이 노후 항공기를 84대나 보유하고 있는 점도 문제다. 이들의 평균 기령은 지난해 말 기준 12.18년이다. 노후 비행기가 많을수록 정비비용도 증가한다. 올 상반기 아시아나항공의 정비 비용은 2463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보다 21.8%나 늘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현재 항공업계 업황도 좋지 않다. 미·중 무역 분쟁에 따른 국제 화물량 감소와 일본 노선 수요 감소가 장기화 되고 있어서다. 실제 지난 2분기 아시아나항공의 적자폭은 1241억원에 달했다. 또 지난 3월 국토교통부로부터 신규 항공운송사업 면허를 발급받은 저비용항공사(LCC) 세 곳이 새로 시장에 진입해 공급과잉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항공업계 한 관계자는 “본입찰에서 당초 기대를 모았던 대기업의 참여가 없었던 것은 재무적인 부담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면서 “아시아나항공과 HDC의 규모는 비슷하고 애경은 절반 수준이다. 누가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해도 재무적으로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때문에 아시아나항공 매각으로 새 주인이 결정되면 강도 높은 구조조정이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한편 금호산업은 향후 최종입찰안내서 제한요건 충족 여부 및 사전 수립한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기준에 따른 평가, 국토부의 인수 적격성 심사 등을 거쳐 최종적으로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해 발표할 계획이다. 우선협상대상자 선정까지 약 1주일 정도를 예상하고 있으나,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선정을 완료해 매각을 종료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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